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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혼례 궁합의 유래, 겉궁합, 속궁합

by 빛의 라 2024. 9. 28.

과거에는 혼례를 올리기 전에 신랑신부의 궁합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궁합은 중국의 철학 사상에 따라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는 12 간지와 음양오행설에 기반하여 신랑신부의 앞날을 점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궁합이란 무엇인지와 유래, 종류에 관해 살펴볼 것이다. 

전통 혼례 궁합의 유래

 

과거에는 혼례 전에 신랑과 신부의 궁합을 보았다. '궁(宮)'이란 남녀의 생식기를 뜻한다. '합'은 합친다는 뜻이니 '궁합'을 풀이하면 남녀의 생식기를 합친다는 뜻이다. 곧 성교다. 신부의 정절을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던 시기, 결혼도 하기 전에 궁을 맞춰보기 위해 잠자리를 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궁합과 사주다. 혼인하기 전에 상대방이 이상적인 배필인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의도다. 사주가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것이라면 궁합은 혼인할 두 사람의 사주를 오행에 맞추어 길흉을 알아보는 술법이다. 궁합에는 겉궁합과 속궁합이 있다.

 

겉궁합은 남녀가 태어난 해의 띠로 맞춰보는 것이다. 띠는 십이지에 대응하는 동물이다. 십이지는 고대 중국에서 12가지 동물로 지구상의 요소로 삼아 시각과 방위 등을 표기하던 방식이다. 땅이 변화하는 원리인 12지는 12개월, 12시를 표시한다. 12가지 요소는 자(쥐), 축(소), 인(호랑이), 묘(토끼), 진(용), 사(뱀), 오(말), 미(양), 신(원숭이), 유(닭), 술(개), 해(돼지)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태어난 해에 맞는 본인의 간지 즉 띠가 있게 마련이다.

 

속궁합은 태어난 날의 연도, 월, 날짜, 시간이라는 사주와  음양오행설을 함께 계산하여  좋고 나쁨을 점치는 방법이다. 음양오행설 역시 고대 중국 사상이다. 우주와 인간의 모든 현상은 음과 양의 쌍으로 나타나며, 이 두 기운이 확장하고 수축함에 따라 5개의 오행이 나타난다고 본다. 오행이란 쇠(금), 물(수), 나무(목), 불(화), 흙(토)의 5개다. 

 

본래 궁합의 유래는 이상적인 배우자를 찾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거절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선시대 말기의 유학자 이경근이 자손을 교육하기 위해 지은 <고암가훈>에 궁합의 유래와 폐해에 대해 말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한나라 때부터 흉노가 혼인을 요구하자 이것을 거절할 핑계가 없어 고민하였다. 이에 여재공이 궁합의 규칙을 만들어 왕에게 바치자 왕은 궁합법을 천하에 발표하였다. 따라서 이 자료는 외국에서 혼인을 요청해 올 때 거절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이경근은 이러한 궁합법이 거짓되다고 비판하며 후손들에게 이를 따르지 말 것을 주문하였다. 현대에는 흥미 관점에서 점을 치기는 해도 따르는 사람은 없다.

 

겉궁합

 

겉궁합을 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남녀원진법이 있다. 두 사람의 띠로 '삼합'인지 '원진'인지 가리는 것이다. '삼합'이란 두 사람이 서로 도우며 유익한 관계다. 거기에는 원칙이 있으니 열두 띠를 놓고 볼 때, 네 번째마다 만나는 띠가 삼합이다. 나이로 볼 때, 네 살 차이가 좋다는 의미다. 그래서 부부 나이가 네 살 차이가 나면 궁합이 좋다고 본다. 

혼인을 앞두고 신랑신부의 궁합을 볼 때 '원진'이 끼면 혼인을 꺼렸다. 이는 '삼합'과 반대로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여 싸우거나 헤어지거나 사별한다는 것이다. 삼합과 원진의 관계가 되는 12 띠를 알아보자.

 

쥐띠는 원숭이, 용띠와 삼합관계다. 쥐는 원숭이의 재빠른 몸집과 용의 두뇌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모든 띠 중에서도 용띠와 원숭이띠가 가장 좋은 배합이다. 그러나 쥐와 양은 원진관계로 피해야 한다.

소띠와 어울리는 띠는 뱀띠와 닭띠다. 뱀의 독이 소의 혈청을 왕성하게 해 주며, 소는 닭의 울음소리를 좋아하고 관계가 좋아 닭 우리를 외양간 옆에 두었다. 그러나 말띠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아, 마굿관과 외양간을 이웃해서 짓지 않았다.

호랑이의 삼합은 개, 말이고 닭과는 원진관계다. 호랑이의 포효소리와 개의 쇳소리, 말의 울음소리는 서로 화합한다. 닭과 원진관계인 이유는 닭이 홰를 세 번 치면 호랑이는 활동을 멈추는데, 호랑이의 야행성과 반대되기 때문이다.

토끼띠는 돼지, 양과 잘 맞으나 원숭이는 피해야 한다. 토끼가 사는 곳에는 원숭이가 살지 않는다. 토끼띠와 원숭이띠는 궁합 가운데 가장 나쁘다고 한다.

용띠는 돼지와 원진관계다. 멋진 용의 자태 중 코만 유독 돼지 코를 닮아서 기피한다고 보았다.

뱀띠는 닭과 소는 맞지만 개와는 원진관계다. 뱀이 허물을 벗을 때,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면 놀라 심장에 열이 뻗쳐 허물을 다 벗지 못한다 한다. 뱀은 사람을 물 때도 개띠를 많이 물고, 삼합관계인 닭띠와 소띠는 거의 물지 않는다고 보았다.

 

20세기 초까지 사람들은 혼인하기 전에 반드시 '원진'관계인지를 살폈다. 만일 신랑신부 사이에 원진관계면 이를 걷어내기 위해 굿을 하거나 혼인자체를 기피하였다. 그러나 비록 남녀가 원진관계라 해도 속궁합이 좋으면 크게 꺼릴 것이 없다고 보았다.

 

속궁합

 

속궁합은 두 사람이 태어난 년도의 간지와 음양오행설을 함께 따지는 방법이다. 오행(목화토금수)에 따라 두 사람은 서로 피해야 하고, 서로 돕는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 나무(목)는 불(화)을 만들고, 불은 흙(토)을 만든다. 흙은 쇠(금)를 만들고, 쇠는 물(수)을 만들고, 물은 나무를 만들기 때문에 이를 서로 돕는 상생관계로 여겼다. 그러나 나무는  흙을 이기고, 흙은 물을 이기고, 물은 불을 이기고, 불은 쇠를 이기고, 쇠는 나무를 이기기에 서로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상극으로 보았다. 대체로 상생관계면 궁합이 좋고, 상극이면 피해야 한다. 그렇지만 남자가 쇠고 여자가 나무로 상극관계지만, 남성이 여성을 이기는 경우라면 크게 나쁜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가 쇠이고 여자가 불이어서 여자가 남자를 이기는 경우라면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흙과 흙, 물과 물이 만나는 것은 좋다고 보았으나 불과 불, 쇠와 쇠의 남녀가 만나면 나쁘게 여겼다. 불 이면 서로 활활 타오르고, 쇠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에 화합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외에도 결혼운이 열리고 닫힌다는 '합혼개폐법'이 있다. 예를 들면 호랑이, 원숭이, 뱀, 돼지띠인 사람은 21, 25, 28세에 결혼운이 열리며, 24, 27, 30세는 닫힌다는 것이다. 또한 '남녀궁합두미법'이 있는데, 열두 띠 동물을 머리와 꼬리로 나누어 궁합을 보는 법이다. 용, 뱀, 말, 원숭이, 소 띠는 머리에 해당하고, 호랑이, 토끼, 양, 닭, 개, 돼지띠는 꼬리에 해당한다. 남자가 머리띠에 해당하고 여자가 꼬리 띠면 좋다. 남녀가 모두 머리나 꼬리면 순탄하다. 하지만 남자가 꼬리고, 여자가 머리에 해당하는 띠를 가지면 순탄하지 못하며 화합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비록 태어난 해의 띠로 보는 겉궁합이 나쁠지라도 태어난 날의 속궁합을 맞추어 괜찮으면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 때문에 궁합은 겉궁합보다 속궁합을 더 중요시했다.

 

결론

 

궁합은 본래 중국 한나라 때 황제가 오랑캐의 구혼을 거절할 목적으로 지어낸 것이다. 이상적인 배필을 맺어주려고 만든 것이 아니었다. 조선 시대 때도 청나라의 구혼을 이 법에 비추어 거절하기도 했다. 이렇게 생겨난 것이 궁합이지만, 반대로 어렵고 까다로운 규칙에 맞추어 혼인을 하면 앞으로 두 사람의 인생이 복을 받고 잘 살 것이라는 축복의 마음이 깃들게 되었다.

궁합에는 나이로만 따지는 겉궁합과 태어난 년도, 월, 날, 시간과 음양오행설을 합쳐서 계산하는 속궁합이 있다, 그런데 속궁합의 의미는 현재 변했다. 두 사람이 태어난 날의 여러 요소를 비교하여 미래를 점친다는 의미가 물리적 표현 그대로 남녀 사이의 성적 어울림으로 바뀌었다. 잠자리에서  정신과 육체적인 만족도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한정된 것이다. 나아가 성격과 가치관까지 포함하여 이혼사유로 '속궁합이 맞지 않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현대에 이 궁합법을 따르는 사람은 없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는 재미로 보기도 하지만, 혹여 안 맞는 궁합이라는 점괘에 심리적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여 아예 보지 않는 사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