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문화 중 금줄을 치는 풍습은 중요한 민속 의례 중 하나다. 금줄은 주로 아기가 태어났을 때 집 앞에 걸어두는 줄로, 출생을 기념하고 외부로부터의 악운과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금줄의 유래와 의미, 금줄을 치는 때, 금줄에 얽힌 속신과 금기에 대해 알아본다.
금줄의 유래와 의미
금줄은 부정타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대문이나 마을 어귀, 장독대, 당집, 당나무에 치는 특별한 새끼줄이다. 금줄로 사용하는 짚은 쌀을 열매 맺게 한 줄기로써 힘을 상징한다. 아기의 출생 혹은 송아지의 출생처럼 새로운 생명체가 출생했을 때와 마을의 의례나 기우제처럼 공동체 제의를 올릴 때 사용하던 의례용 장치다.
'금줄'은 일반적으로 한자어 '금승(금지하는 줄)'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원래는 ‘금(禁)줄'이 아니라 ‘검줄’이며, ‘검’은 신(god)의 고어에서 온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래서 '검줄'은 단순히 금지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신성한 공간임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과 속을 구분하는 경계 지점에 금줄을 친다. 금줄은 신성한 공간에 대한 출입을 금지한다는 주술적 의미를 갖는다
금줄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5~2㎝ 굵기로 꼰다. 일반적으로 새끼줄은 오른쪽으로 꼬지만 금줄은 세속적인 때가 묻지 않은 신성한 줄이므로 반대로 꼬아야 했다. 오른손은 늘 쓰는 손이니 때가 묻은 세속적인 손이고, 왼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는 손이라 깨끗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깨비를 만났을 때 왼손이나 왼발로 넘어뜨려야 쫓을 수 있다거나, 화장실에 들어갈 때 헛기침과 동시에 왼발부터 먼저 들여 넣어야 화장실에 있다는 신(주당)을 피할 수 있다는 속신도 이와 상통한다.
짚을 왼쪽으로 꼰 후에 사이사이에 여러 가지 상징적인 물건을 꽂았다. 각각의 요소는 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벽사(귀신을 쫓음)기능이다. 출산의 경우 아들을 낳았을 때는 빨간 고추 ·숯·종이 등을, 딸을 낳았을 때는 생솔가지·숯·종이 등을 중간중간에 끼워 대문의 양 기둥 사이에 매단다. 남아 출생 시 빨간 고추를 단 이유는 붉은색이 대표적인 양의 색깔이기 때문이다. 어두운 음에서 활동하는 귀신은 밝은 양을 무서워하여 얼씬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는 동지 날에 붉은색 팥죽을 집안 곳곳에 뿌리고 먹는 풍습과 일맥상통한다. 여아가 출생할 때 생솔가지를 단 이유는 솔잎이 바늘과 비슷하기 때문에 커서 바느질을 잘하라는 뜻과 뾰족한 바늘이 무서워 귀신이 침범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담겨 있었다. 제습 효과가 있는 숯을 매단 이유는 악한 기운을 빨아들이라는 의미다. 한지로 만든 종이를 매단 이유는 화폐를 종이로 만들었기 때문에 부를 상징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신에게 바치는 공물로써의 기능도 가진다. 무엇보다 종이의 흰색은 밤에도 눈에 잘 띠는 색깔이라 금역의 식별을 쉽게 하는 현실적인 기능도 작용했다. 금줄과 함께 귀신을 물리치는 힘을 강화하기 위해 붉은 황토를 뿌리기도 했다.
금줄을 치는 때
금줄의 역사는 오랜 세월 동안 한국 사회에 전해 내려온 전통 풍습 중 하나였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자연의 힘과 신비로운 현상에 대한 경외심이 컸으며, 이와 같은 세계관은 인간의 삶을 보호하고 지키는 신앙으로 발전하였다.
금줄은 특히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믿음과 관련이 깊다. 이는 새로 태어난 생명이 외부의 부정적 요소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출산 후 삼칠일, 즉 21일간 아기가 태어난 집의 대문에 매달아 두었다가 거두어 대문의 한쪽 기둥 쪽에 감아 둔다.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고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를 외부와 차단하기 위한 의학적 의미도 있다. 금줄이 걸린 기간에는 외부인들의 출입이 제한되며, 이는 아기와 산모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동제(마을 의례)를 지낼 때는 당집·당나무, 신역으로 인정되는 모든 공간과 제관의 집 대문에도 금줄을 쳤다. 또 한국 음식의 기본이 되는 장을 담근 후, 장독 안에다 숯과 붉은 고추를 넣고 뚜껑을 덮은 후 뚜껑 주변에도 금줄을 쳤다. 이 때의 금줄에도 역시 붉은 고추, 숯, 종이를 끼운다. 장독에다 금줄을 치는 것은 장독을 단순한 옹기로서가 아니라 장맛을 좋게 해 주는 철룡신이 깃든 신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장은 현재까지도 한국인의 식단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음식이라는것을 알 수 있다. 때로는 한지(종이)를 오려서 버선본을 만들어 거꾸로 붙이기도 한다. 이 외에도 술을 담근 후의 술독, 깨끗하게 청소한 뒤의 우물에도 금줄을 쳤다. 지방에 따라서는 소가 송아지를 낳았을 때, 외양간에다 금줄을 치기도 했다.
금줄을 걸어두는 것은 집안으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고, 새 생명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어벽 역할을 했다.
금줄에 대한 속신과 금기
금줄 자체를 신성시하다 보니 금줄에 얽힌 여러 속신과 금기가 생겼다. 금줄을 친 당산나무에 몸이 닿으면 몸이 상하거나 죽을 수 있다고 믿어졌다. 함경도에서는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릴 경우 물건에 붙은 악귀를 떼어내기 위해 물건에 왼쪽으로 꼬은 짚을 매어 던져버리는 관습이 있었다,
금줄을 친 집에 출입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했다. 가족이라도 부정에 노출된 경우, 예를 들면 초상집에 다녀왔거나, 장례식의 상여를 봤거나, 동물을 죽였거나 혹은 그 사체를 본 경우, 병자나 거지, 가축도살업자를 본 경우에도 들어가면 안 되었다. 만약 이렇게 부정을 탄 사람이 실수하여 들어가면 아이가 죽거나 중병에 걸리고 산모의 젖이 끊긴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런 일에 노출되면 최소한 일주일을 바깥에서 지내다 들어와야 나쁜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여겼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출산한 집의 금줄을 무시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 손이 오그라든다고 하여 이를 절대 어기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금줄을 치기 위해 문기둥에다 못을 박으면 갓난아기에게 눈병이 생긴다하여 못을 박는 일을 매우 꺼렸다.
한편 금줄의 신성한 힘을 빌려 소원을 이루고자 하던 속신도 있었다. 아이를 많이 낳은 집의 금줄을 훔쳐 방안에 걸어 놓거나 그 금줄로 불을 지펴 밥을 해 먹으면 임신할 수 있다는 속신이 있다. 그래서 경기도 양평 등지에서는 도둑맞을 일을 걱정하여 아예 금줄을 치지 않았다고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다산한 집에서 다 사용한 금줄을 아이를 낳지 못하는 집에 빌려 주어 안방에 걸어 두도록 하는 아름다운 풍속이 많았다.
결론
금줄을 치는 풍습은 한국 전통 문화 속에서 새 생명의 탄생을 기념하고, 이를 통해 악운을 차단하며, 가족과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중요한 민속 의례였다. 금줄의 상징적 의미는 출생을 둘러싼 인간의 삶과 죽음, 자연과 신앙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반영하며, 이러한 전통은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내려왔다.
현대에는 대체로 병원에서 출산한다. 금줄을 치는 풍습은 사라졌지만, 역시 출산 후 2~3주는 외부인의 차단을 막고 있다. 과거 21일 간 금줄을 쳐서 악한 기운을 막고자 했던 것에는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는 의학적 의미도 있었던 것이다.
당시 금줄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규약이며 약속이었다. 지켜야 할 것, 침범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사회 구성원 스스로의 약속이었으므로 강제에 의한 법과 윤리에 앞섰다. 금줄의 풍습은 사라졌지만 금줄은 공동체가 정한 규약을 넘어 한국인의 전통적 가치관과 공동체 의식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유산으로 한국인의 의식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