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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 눈물의 여왕, 기타 드라마 속 기억상실

by 빛의 라 2024. 5. 5.

기억상실은 말 그대로 기억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오래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가끔씩 기억을 잘 해내지 못하는 것은 기억상실로 보지 않는다. 뇌손상이나 질병, 약물 사용, 트라우마로 생긴다. 기억상실은 영화나 드라마 설정으로 자주 나온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와 기타 드라마의 인물을 통해 세 가지의 기억상실에 대해 알아본다.

드라마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기억상실

 

기억상실은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 지식, 정보 등을 잊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다뤄지는 설정이다. 

기억은 사람이나 동물이 경험한 것을 특정 형태로 저장하였다가 나중에 재생 또는 재구성하는 현상이다. 새로운 경험을 저장하는 작용, 기명된 내용이 망각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작용, 유지하고 있는 사항을 회상할 수 있는 활동을 기억의 3요소라 한다. 기억은 시간적 측면에서 불필요하면 잊게 되는 단기기억과, 장시간 때로는 평생 동안 유지되는 장기 기억이 있다. 기억은 대뇌피질의 감각연합역에 저장되고, 해마는 기억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마는 각종 감각연합역과 후내역을 매개로 정보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자기연상형 폐회로를 형성하고 있어, 기억정보를 저장하기 쉬운 형태로 부호화하여 연합영역으로 되돌리는 기능을 갖는다.

기억 상실증의 종류는  크게 다음과 같다.

 

역행성 기억상실증(retrograde amnesia)

뇌질환이나 외상이 있기 전의 일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기억상실증을 역행성 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뇌손상이 발생한 시점 이전의 몇 개월 혹은 몇 년 간의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며칠 간의 기억을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부는 한평생의 사건을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해리성 기억상실증(dissociated amnesia)

인지 결함과 같은 기억과 관련이 없는 다른 장애들이 수반되지 않는 형태의 기억상실증을 해리성 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뇌의 이상 없이 심리적 원인에서 발생하는 기억상실증으로, 개인에게 중요한 과거경험과 정보를 갑자기 회상하지 못하는 장애다.

순행성 기억상실증(anterograde amnesia)

뇌질환이나 외상 이후에 새로운 기억을 형성할 수 없는 형태의 기억상실증을 순행성 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순행성 기억상실증은 삶의 질을 낮추며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초래한다. 건망증후군()이라고도 불리며, 발생 원인은 장기간의 알코올 중독, 뇌 부위 외상, 노인성 치매 등으로 다양하다. 이 증후군을 앓으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시간과 날짜, 방금 먹은 음식조차 기억을 못 하기도 한다. 1887년 러시아의 정신병리학자 세르게이 코르사코프(Sergei Korsakoff)가 알코올 중독이 뇌 손상을 일으키는 것을 관찰하다 발견하였다. 그래서 코르사코프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눈물의 여왕 여주인공의 기억상실

 

눈물의 여왕 여주인공은 치료하기 어려운 '클라우드 세포종'이라는 뇌종양으로 설정되어 있다. '클라우드 세포종'은 실제하지 않는 병명이지만 비슷한 증세인 '교모세포증'으로 추정된다. 교모세포종은 뇌-척수 조직에서 발생되는 원발성 종양으로, 정상적으로 뇌조직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는 신경교세포 (Neuroglia Cell)에서 시작된 종양이다. 교모세포종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직학적 등급이 4등급인 성상세포종(별세포종)으로 성상세포종 중에서 가장 악성으로, 홍해인의 뇌 속에 안개처럼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수술이나 약물 요법은 어려워  방사선 치료를 택하게 된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해마에 손상을 입어 역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역행성 기억상실이라 하여 과거의 모든 기억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흔히 가장 먼저 잃어버린 기억은 가장 최근의 기억이다. 그러므로 오래된 사건을 기억할 수 있다. 여주인공이 사랑하는 가족과 남편 백현우를 잊어버렸지만, 회사로 복귀하여 사장 일을 곧바로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 가능하지 않다. 주변 인물만 잊고 일에 대한 수행 능력만 기억한다는 것인데, 이는 드라마 설정일 뿐이다.

역행성 기억상실의 원인은 외상성 뇌손상이다. 여주인공처럼 해마의 손상이나 기저핵, 대뇌 주위의 부상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로 인한 가속 및 감속으로 발생하는데, 기억상실은 즉시 발생하거나 몇 분 후에 나타날 수 있다. 환자는 두통, 현기증, 메스꺼움, 구토 및 기타 2차 신경학적 징후를 나타낼 수 있다.  

 

 

기타 드라마 속 기억상실

 

기타 드라마 속에서도 기억상실은 서사 전개에 돌발 변수로 설정되어 흥미로운 전개를 만든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마음이 여리고 착한 간호사 정다은( 박보영 분)이 기억을 상실한다. 입원기간 동안 친했던 환자가 호전되자 이제 세상으로 나가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퇴원을 권했고, 환자가 퇴원하기 싫어 거짓으로 정신병자 행세를 하자, 그 사실을 병원장에게 알리기까지 한다. 그 이유는 진심으로 환자가 퇴원하여 독립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는 결국 홀로서기에 실패하여 옥상에서 추락하는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이 소식을 들은 정다은 간호사는 충격에 빠지는 것도 잠시, 이 에피소드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바로 해리성 기억상실이다.

 

과거에는 심인성(psychogenic) 기억상실로 불린 장애인데, 기억상실의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단순한 건망증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뇌 기능 장애가 원인이 아니다. 해리성 장애의 한 부분으로 해리성 기억상실도 위험한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외부자극 때문에 생긴 자신의 내적 갈등을 해소하는 의미가 있다. 특정 사건과 관련되어 심적 자극을 준 부분을 선택적으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혹은 사건 전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생활을 포함한 전 생애나 그중 일정 기간에 대한 기억상실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지식이나 비개인적인 정보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고,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도 남아 있다. 기억장애가 특징적인 증상이지만 의식혼란, 감각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해리성 기억상실증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이 경우를 일반화된(generalized) 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더 흔한 것은 특정 기간에 일어난 특정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이 경우를 국소적(localized) 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주로 강간 같은 끔찍한 범죄, 무시무시한 사고, 자연재해, 전쟁과 같은 외상적 사건에 대해 망각이 일어난다. 특정한 시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억 중 한 부분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는 선택적(selective) 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또한 특정 시기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는 지속적(continuous) 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영화 '메멘토', '첫 키스만 50번째',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에는 선행성 기억상실증 인물이 나온다. 선행성 기억상실증은 특정 시점이 지나면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새로운 정보 학습이 어려워 약속이나 대화를 잊는다. 반복되는 질문이나 진술을 하게 된다. 원인은 해마의 손상, 뇌외상, 질병 또는 알코올이나 특정 약물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다. 선행성 기억상실은 영구적일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일시적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