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발작은 뇌의 특정 영역이 흥분한 상태다. 특히 해마와 편도체가 연결된 측두엽의 발작이 흔한데, 이때 영적 체험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명상하는 사람의 뇌에는 공간과 한계를 인식하는 두정엽이 활동하지 않아 주체와 객체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체험을 한다. 고대부터 주술사들은 리듬감 있는 음악이나 약물을 통해 최면 상태에서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면서 두 세계의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후 종교 창시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뇌의 특정 영역 흥분
뇌과학자들은 이미 20세기 초에 뇌에 가한 전기 자극으로 뇌의 특정 영역이 흥분하면 특정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수탉에게 자극을 가하면 매우 공격적인 감정 상태가 되거나, 포식 상태임에도 다른 먹이를 잡아먹을 수 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자 전기탐침기구의 발달로 동물은 물론 인간의 뇌에도 정확한 자극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인간 뇌의 대뇌피질에 전기 자극을 가하여 음향적 혹은 시각적 영상을 불러낼 수 있으며, 또한 소망하는 것도 일깨워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우리는 뇌의 다양한 능력이 각각 특정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지난 몇 년 동안 연구자들은 인간이 넓은 의미에서의 종교적 경험을 할 때 작용하는 뇌의 특정 영역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뇌과학자 라마찬드란은 종교적 경험을 담당하는 신경기반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간질의 특정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뇌의 악천후라고 묘사할 수 있는 간질발작은 특정 영역의 신경세포들이 무절제하게 흥분한 상태와 관련이 있다. 성인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간질 발작은 뇌의 측두엽에서 일어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내측두엽 특히 해마의 경화가 원인인 경우가 흔하다. 측두엽은 해마 외에도 감정을 생산하고 조절하는 역할의 편도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발작 후에는 대부분 혼돈이 발생하고, 이차전신발작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간질발작 중 어떤 사람들은 이때 경험한 '영적 환상'에 대해 진술한다.
명상의 뇌
명상하는 사람들의 뇌를 촬영한 사람은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방사선 전문의 앤드류 뉴버그다. 그는 방사선 기록 방법을 통해 피험자들이 진술한 '경계선이 희미해지는' 순간의 뇌 모습을 촬영했다. 이 순간에는 뇌의 특정한 영역, 즉 공간적 사고와 연상을 담당하는 두정엽의 영역에 매우 소량의 혈액이 공급되었다. 다시 말하면 이 영역이 반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 영역이 활성화되어야 인간은 자기 육체의 한계가 어디이며, 어디서 외부세계가 시작하는지를 분명히 인식한다. 따라서 명상가가 자신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내용과 뇌 상태가 요구하는 것을 훌륭하게 일치시킨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이와 같은 실험은 모든 종교에서 뚜렷하게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미국 매디슨 대학의 뇌 연구자 리처드 데이비슨은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선별하여 보낸 고승들의 뇌를 관찰했다. 그는 명상하는 고승의 뇌에서 감마파라고 하는 뇌파의 활동이 모든 신체기관에 걸쳐 급격히 상승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뇌 연구자들은 여러 실험에 근거하여 감마파가 뇌의 여러 영역의 정보를 결합시킴으로써 연상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주파수라고 추측한다. 감마파는 고도의 인지 기능을 수반하며, 의식을 생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센 대학의 신경심리학자 울리히 오트는 이 실험 결과에 대해 '모든 신경세포가 동시에 움직인다면 모든 것이 하나가 되며, 주체와 객체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영적 경험의 핵심적 진술이다'라고 해석했다.
두 세계의 중재자
태고 이래 모든 지역에서 두 세계의 중재자 역할을 했던 주술사가 존재했다. 이 사람들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집중적인 명상 활동을 통해 신비주의적 경험을 했다고 느낀다. 가장 오래된 종교적 문화는 샤머니즘이다. 주술사들은 무아지경의 최면 상태에 빠지기 위해 리듬감 있는 음악이나 춤을 이용한다. 환각제를 사용하여 도취상태에 빠지기도 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멜로디와 리듬은 기쁨과 슬픔, 동경의 감정을 일으키는 뇌 영역에 작용한다. 소리는 울음을 유발하거나 소름이 돋게 하거나 등골을 오싹하게 할 수도 있다. 그들은 꿈이나 최면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자신의 영혼을 몸에서 빼내 저편의 세계로 보낼 수 있다. 그곳에서 고차원적인 존재로 변화하며 탐색하고 원조를 받을 수 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 역시 40세가 되던 기원후 620년경 간질 발작과 함께 환영과 환청에 시달렸다. 그의 진술에 다르면 천사가 그에게 메시지를 전했고, 그 후 그는 필경사에게 그 메시지를 적게 한 것이 바로 코란이다. 무함마드는 샤머니즘 식으로 말하자면 저편의 세계로 여행을 감행했고, 일곱 번째 하늘에서 알라를 만났다.
종교학자 베른하르트 랑은 예수 역시 저편 세계를 왕래하는 자의 대열에 속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예수가 세례를 받을 때 하늘의 갈라짐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자 베드로와 요한,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러 산에 갔을 때, 예수가 하늘의 광채를 받아 빛나는 존재로 변화하고,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는 것도 신비한 체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것들이 최면 상태에서의 환각으로 판단된다고 하였다. 예수의 제자들이 잠을 자다가 일어난 것도 최면 상태를 암시한다고 보았는데 예수가 제자들에게 피안으로 여행을 하도록 지도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해명이 옳다면 초창기 추종자들이 예수를 신적 존재로 여겨 따랐다는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
고대 샤머니즘의 사고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또 다른 새로운 사고 즉 종교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는 두 개의 세계를 중재해 주는 자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