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고기로 얻은 영양과 의사소통 능력으로 뇌 발달을 이루었다. 초기 인류의 뇌 발달은 인간과 동등한 존재인 동물을 먹는다는 죄의식을 덜기 위해 제물 의식을 생각해 냈다. 우리 뇌의 작화 능력은 종교 교리 상의 관념들을 현실화할 수 있다. 그러나 전지전능이라 불리는 신들은 특정 영역이 있어 만약 그 신을 믿지 않는다면 아무리 독실해도 절대 경험할 수 없다.
뇌 발달과 제물 의식
인간의 뇌 발달은 신에게 드리는 동물 제물 의식과 관련이 있다. 진화학자들은 인간 뇌발달의 기여에 의사소통 능력과 사냥을 한 고기를 먹어 영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뇌의 발달은 이두박근의 발달에 비해 훨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채식 생활만 했다면 기타 영장류의 지적 수준을 넘어서는 진화상의 발달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사시대 인간은 동물을 전적으로 자신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존재로 인정했다. 동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분명히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류의 조상들이 지녔던 관념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상위에 존재하며 동물까지 다스리는 신이 존재했다. 그들은 신이 인간에게 사냥 운을 제공해 주는 대가로 자신들의 몫을 요구한다는 사고를 발전시켜 나갔다. 구석기시대의 동굴 벽화는 자신들보다 우월했던 동물들에 대해 커다란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동물제물의식은 그런 존재를 사냥하며 먹는다는 것에 죄책감을 덜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수렵인 이후에도 후대의 농부와 목자들까지 신에게 제물을 바쳤다.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은 예수가 살았던 시대의 모든 유럽 지역에서 보편적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대에는 신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한 공동 성찬식이 존재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자 사도 바울은 이 사건을 인류의 죄를 대신하는 제물의 의미로 해석했고 당시의 제물숭배사상은 예수 죽음에 대한 바울의 해석에 동의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상은 오늘날까지 십자가에서 순교한 예수를 해석하는 보편적 방식이 되어 기독교인들의 믿음으로 굳어졌다.
관념의 현실화
우리는 관념들을 쉽게 만들고 이러한 관념을 쉽게 현실화한다. 이것은 생물학적 현상이다. 즉 인간의 뇌는 어떤 기억이 계속해서 되풀이될 때 이 기억을 창조적으로 보완하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심리학자 헨리 로에딩어는 만약 우리가 감각기관에 도달하는 개략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고 했다. 뇌는 수많은 세부사항으로부터 하나의 그림을 구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억을 상상력의 자극과 혼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천사의 개념 변천사가 그렇다. 고대의 인간은 신을 강력한 수행자들을 거느린 통치자로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천사 무리는 신의 전령사로 인식되었다. 기독교는 과거의 이러한 관념들을 그대로 수용했다. 한편 가톨릭 교회에서는 천사의 실재를 '믿음의 진리'로 정의하고 천사를 육체가 존재하지 않는 정신적 존재라고 이해한다. 2003년 <가톨릭 교회 교리 문답서>에 나온 천사의 정의다. 천사의 관념은 인간이 만들었고,바꿀 수 있으며 현실화된다.
또 다른 예는 동정녀 마리아에 관해서다. 1854년 교황 비오 9세는 마리아는 원죄가 없는 존재라고 선포했다. 원죄는 최초의 인간들이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먹었기에 이 세상에 원죄개념이 출현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리아는 원죄 없는 잉태였기 때문에 구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녀는 이미 구원받았기에 예수의 희생적 죽음을 통해 인류 구원에 협력한다고 해석한다.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천상의 여왕이 되었다.
어떻게 인간은 이 모든 관념을 만들어내고 믿게 되는 것일까? 모든 종교 문화권의 교리주의자들은 계몽된 인류의 기이한 구성물인 우리 뇌의 '작화 행위' 결과를 비밀이나 신비로 일컫는다. 뇌 연구자들은 이러한 뇌 속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직접적 연결이 결여된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특정신의 영역
세계에는 크고 작은 종교와 그에 따른 교리가 있고, 추앙받는 신이 있다. 신의 주요 능력은 전지전능이다. 세상을 아우르는 능력, 신이 원하면 모든 사람에게 현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특정신의 영역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은 절대 그 특정신을 경험할 수 없다.
워싱턴 대학의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모든 종교의 민족 신앙에 나타나는 성자의 삶에 관한 수많은 전설들은 반죽처럼 성형할 수 있는 뇌의 작화 능력 없이는 생겨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이 전설들은 각 시대의 경험적 배경을 기술한다. 근대의 독실한 가톨릭 신도, 특히 교황 비오 12세와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이들은 마리아가 1858년에 루르드의 한 동굴에서 베르나테트라는 소녀에게 발현했다고 굳게 믿는다. 가톨릭 교회는 1862년에 이 발현 사건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마리아는 항상 가톨릭 신도에게만 나타나고, 독실한 불교 신자들에게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은 미심쩍다. 마찬가지로 죽은 자의 영혼, 예를 들어 티베트 달라이 라마의 영혼이 다른 사람에게 윤회하는 사건도 오직 불교권에서만 나타나며, 단 한 번도 가톨릭 신도에게 일어나 적은 없다.
인간은 자신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래서 직접적인 방식이 아닌 풍자와 해학으로 돌려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주의자에게는 이 모든 것이 신성 모독이 된다. 종교상 교리에 어떠한 의문도 허락되지 않는다. 따라서 좌뇌와 우뇌가 벌이는 작화와 연상작용이 빚어내는 이야기, 혹은 측두엽과 두정엽의 이상 활동이 빚어내는 신비한 시공간의 합치 경험, 위에서 밝힌 뇌과학자의 실증적 의문은 그들에게 매우 거북하고 무례한 질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