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생기기 이전 인류는 선대의 지식을 암기하여 후세에 전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특히 수사학과 웅변으로 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였다. 그러나 문서화된 문자를 읽는 독서는 우리 뇌의 인지 자원을 해방시켜 기억과 암기에 사용하던 자원은 추상적 사고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 쓰였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독서에 반대하였던 인물이다. 각 나라 언어에 따라 독서하는 사람의 뇌 영역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효율성은 다르지 않다.
독서, 인지 자원 해방
문자화 된 문서를 읽는 행위, 독서는 암기하느라 사용되던 뇌의 인지적 자원을 해방시켰다. 인류는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 구전을 통해 선대의 지식을 전수하였다. 그중 가장 수사학이 발전하였던 고대 그리스를 살펴보자.
고대 그리스 시민들의 교육 발달에 강한 영향을 준 것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호메로스>였다. 이 작품들에 담긴 백과사전적 지식과 신화가 교육의 내용이다.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티데스에 따르면 교육을 받고 교양 있는 그리스 시민은 남녀 신들과 영웅들이 등장하는 생생한 신화와 영웅담을 비롯한 엄청난 양의 서사시를 암기했다고 한다. 이 분야에 정통한 학자 월터 옹은 <일리아드>와 <호메로스>에는 힘찬 운율과 풍부한 멜로디적 특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생생한 이미지, 사랑, 전쟁, 미덕, 인간의 나약함 등의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주제가 암기에 큰 도움을 주었을 거라고 하였다. 그리스의 많은 음유 시인, 웅변가, 정치인들, 젊은 시민들은 기억에 의지해 선대의 막대한 양의 자료를 검토함으로써 사회에 현존하는 문화유산을 보존했고 동시에 개인의 지식과 사회적 지식을 늘려나갔다.
인류는 지난 4만여 년 동안 동일한 뇌 구조를 공유해 왔다. 그리스인들만 다른 구조의 해마나 편도체, 전두엽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대단한 암기력의 원인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구전 문화와 기억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교육받은 그리스인들은 수사학적 기술과 웅변술을 연마했는데 지식이나 권력과 더불어 말의 위력을 휘두를 줄 아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당대 문화가 이 놀라운 기억의 프로세스를 발달시켰다.
페니키아어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하는 그리스 문자 알파벳이 처음에는 구전문화의 위세에 푸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점차 알파벳으로 쓰인 문서들의 효율성이 사회에 스며들면서 구전 전통에 소요되는 뇌의 수고가 줄어들게 되었다. 리듬, 기억, 공식구, 전략 등에만 의존하다 보면 말과 기억과 창의성에 미묘하게, 때로는 극심하게 제약이 가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스인들이 그토록 높이 평가하던 암기력과 수사학적 웅변술은 소리 없이 쇠퇴하면서 인지적 자원을 해방시켰다. 따라서 그리스어 알파벳이 보급된 시기에 문학, 철학, 연극, 과학이 가장 심오하고 왕성하게 발전했다. 20세기 러시아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의 말대로 생각을 문자화하는 행위가 생각을 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생각 자체를 변화시킨다. 문자화하고, 또 그것을 읽는 행위를 통해 추상적인 생각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개발되는 역량이 촉진되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독서
소크라테스는 문자화 된 문서를 읽는 행위, 독서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구어 문화의 열렬한 옹호자이자 문자 문화에 반대하며 가장 격렬하게 의문을 표한 인물이다.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기대했던 것은 덕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말과 사물과 생각의 본질을 알라는 것이었다. '신의 친구라는 호칭'을 얻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덕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독서를 반대한 첫 번째 이유는 문자 언어의 불가변성 때문이었다. 소크라테스식 방법론은 말에 대한 높은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 말은 잘만 유도하면 진리와 선과 덕을 추구하도록 돕는 살아있는 대상이라고 보았다. '살아 있는 말'은 동적인 실체며 검토와 대화를 통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문자는 되받아 말하지 못한다. '죽은 담론'이다. 이 불가변적 침묵이 소크라테스식 교육의 핵심인 문답식 대화 프로세스를 가로막는 요소로 보았던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문자가 기억력을 파괴한다고 보았다. 소크라테스는 언어와 기억과 지식이 상호연계된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자가 기억을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보았다. 문자를 사용하면 문화적 기억을 보전하는 데 확실히 더 유리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그보다 개인이 기억을 통해 지식의 검토와 구현을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글은 겉모양만 그럴듯하게 보이는 아름다운 그림에 비유하며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질문조차 하지 못한다고 비난하였다.
세번 째는 통제력이 상실된다고 보았다. 스승의 지도를 받지 못한 독서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돌이킬 수 없는 지식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가져온다. 문자화되면 그 내용이 여기저기 떠돌면서 내용을 잘 못 이해하는 사람에게 들어가면 오독을 하여 부당하게 남용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그에게 독서는 판도라의 상자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언어와 뇌
언어는 물론 뇌 발달을 촉진했지만 어느 나라 말이냐에 따라 뇌의 영역에 차이를 보인다. 독서하는 뇌에 대한 관찰에서 알파벳을 읽은 경우, 다른 언어에 비해 활성화되는 대뇌피질의 일부 영역의 양이 적다. 그리고 양쪽 뇌가 모두 활성화되지 않는다. 대신에 특히 좌뇌 후방에 있는 시각 영역의 특화 부위에 크게 의존하는 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알파벳이 제일 효율적인 문자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중국어는 좌뇌와 우뇌가 함께 활성화된다. 양쪽 뇌의 시각 영역의 대부분과 영역 37이라고 부르는 중요한 후두-측두 부위가 자극을 받는다. 그리고 운동근육기억 능력에 연계된 부위가 활성화된다.
일본어를 하는 독서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음절문자(카나)와 표의문자(칸지)를 모두 배워야 한다. 카나는 외래어, 도시명, 사람 이름 등 일본어에 새로 도입되는 단어에 사용되는 효율성 높은 음절 문자다. 반면 칸지는 옛날부터 존재했던 중국어의 영향을 받은 표의 문자다. 칸지를 읽을 때는 중국어 독서가들과 유사한 뇌의 경로를 따른다. 하지만 카나를 읽을 때는 알파벳을 읽는 사람과 훨씬 흡사하다. 같은 뇌라도 읽는 문자 체계에 따라 경로를 다르게 사용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특정 언어가 더 효율적이거나 뇌 발달에 유리하다는 것은 아니다. 뇌는 당면한 상황에 맞춰 자체의 설계를 바꿀 수 있는 경이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어떤 언어든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