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문화 중 하나인 돌잔치는 아이가 태어난 지 1년 되는 날을 기념하는 중요한 의례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돌잔치는 여전히 중요한 가족 행사로 형식과 내용에서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변화가 혼합되어 나타난다. 본 글에서는 돌잔치의 정의와 의미, 돌잡이와 같은 상징적인 의식,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돌잔치
돌잔치의 정의와 의미
돌잔치는 아기가 태어난 지 1년이 되었을 때 열리는 잔치다. 아기는 출생하여 삼칠일(21일), 백일, 첫 돌까지 세 번째 위험한 고비를 무사히 넘겼고, 산모 역시 1년이 되면 신체의 모든 기능이 거의 회복되어 건강해질 수 있음을 축하하는 잔치였다.
과거에는 신생아의 생존율이 낮아 1년을 넘기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따라서 출생 후 1년을 넘긴 것을 큰 축복으로 여겼다. 돌잔치에는 가족과 친척,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행사를 하면서 아기의 생존과 건강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성장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돌잔치의 옷과 음식
색동옷 입히기
돌에 입는 옷은 흰색 위주의 옷에서 벗어나 원색 옷감으로 화려하게 만든다. 남자아이의 경우 저고리, 풍차바지, 조끼, 두루마기를 입혔고 머리에는 복건이나 호건을 씌우고, 발에는 남색 타래버선에 태사혜(신발의 일종)를 신겼다. 이때 저고리는 색동저고리를 입혔는데, 색동은 저고리 소매에 사용된다. 여자 아이의 경우에도 역시 색동저고리에 붉은색 치마를 입혔고 발에는 홍색 타래버선을 신겼다. 버선코에는 색이 다른 술을 달아 남자와 여자를 구분했다.
색동저고리를 입히는 이유는 음양오행설에 따라 액땜을 하고 복을 받기 위하여 5방색을 이어 붙였다고 한다. 오방색이란 오행사상에서 유래되었는데, 방이 붙은 이유는 각각의 색들이 방위를 뜻하기 때문이다. 파랑은 동쪽, 빨간색은 남쪽, 노란색은 중앙, 하얀색은 서쪽, 검은색은 북쪽을 의미했다. 오방색은 세계의 대표적 빛깔 5개를 모은 것으로 복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흰색, 검은색 외에 초록색, 분홍색, 청색, 자주, 연두, 보라색을 다양하게 쓰기도 하였다.
상차림 음식
돌날 아침에는 삼신상( 아기를 점지하여 주고 출산을 돕는 신, 삼신할머니)을 마련하여 아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가족이 모여 미역국과 쌀밥을 나누어 먹었다.
아이를 위한 돌상에는 돌잡이 물품과 더불어 여러 가지 음식을 차린다. 그릇 가득 담은 긴 국수 가락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흰쌀로만 쪄낸 백설기 떡에는 아이의 순진무구함과 티 없이 맑은 신성함을 상징한다. 그리고 돌상에는 반드시 수수로 만든 둥근 경단을 빚어 팥고물을 묻힌 수수팥떡을 올리는데, 이는 붉은색 팥이 잡귀를 몰아내어 아이의 불운한 액을 물리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돌잔치에 초대받은 사람은 쌀 등의 현물을 비롯하여 돈이나 돌 반지 같은 선물을 전하며 아이의 미래를 축원한다.
돌잡이
돌잡이는 돌잔치에서 가장 상징적인 의식이다. 아기 앞에 여러 물건을 놓고, 아기가 처음으로 어떤 물건을 잡는지에 따라 미래의 성향이나 직업을 점치는 전통적 행위다. 돌잡이에 사용하는 물건은 아이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또한 돌잡이 상 위에 올려놓는 각각의 물건에는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역할과 그에 관한 기대가 담겨 있다.
돌잡이는 중국 육조시대(220~589)부터 있었던 풍속으로 전해진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부터 사대부와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널리 확산되었다. 중국 육조시대, 안지추가 편찬한 <안씨가훈>에는 "강남 풍속에 아이가 태어나 1년이 되면 새 옷을 짓고 목욕을 시키고 장식을 단다. 남자는 활과 화살, 종이와 붓을 여자는 칼과 자, 바늘, 실을 쓴다. 또한 음식물과 진귀한 옷, 장난감을 아이 앞에 차려 놓고 아이의 선택에 따라 장래를 시험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문헌 <지봉유설>의 저자 이수광(1563~1628)은 이를 인용하여 돌잡이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설명한다. <조선상식문답>을 쓴 최남선은 돌잡이를 하는 까닭에 대해, 아이가 태어나 1년쯤 되면 앉고 서서 움직이며 슬기와 생각이 발달하니 이를 기회로 삼아 갖가지 물건을 놓고 아이의 사고 역량을 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남자아이의 돌잡이 상에는 종이, 붓, 책, 먹, 활, 화살 등 학문이나 무예와 관련된 물품을 올려놓았다. 여아아이의 경우에는 칼, 가위, 실패, 옷감, 자, 바늘 등을 올렸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실 꾸러미와 국수, 곡식과 돈을 올려놓았다. 긴 실과 국수는 무병장수를 의미했고 쌀과 곡식 혹은 돈은 부자가 될 것임을 예견했다. 남자아이가 활이나 화살을 집어 들면 용맹한 무인이 책이나 붓, 먹을 잡으면 학문에 능한 문인이 될 것으로 보았다. 여자아이가 칼 또는 자, 실패와 가위 등의 바느질 도구를 집으면 재주가 뛰어나 바느질과 길쌈에 능한 현모양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에 계승
현대에 와서 돌잔치는 많은 부분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주로 집안에서 가족과 가까운 이웃, 친지가 모여 치렀지만 요즘은 호텔이나 전문 행사장에서 화려하게 열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전통적인 한복을 입기도 하지만, 현대적 의상이나 맞춤형 테마로 꾸며진 의상을 입기도 한다. 그리고 아기 뿐 아니라 엄마, 아빠도 아기와 같이 맞춰 입기도 한다. 돌잡이에 사용하는 물건에도 변화가 있다. 전통적인 물건뿐만 아니라 마이크, 컴퓨터 마우스, 청진기, 판사봉 등 현대 직업군을 상징하는 물건들이 추가되면서 돌잡이는 다채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사진촬영이나 영상 제작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며, 돌잔치 자체가 가족의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는 이벤트로 진화하여 가족의 축제로 변모하고 있다.
결론
돌잔치는 한국의 오랜 전통문화로서, 아기의 첫 생일을 기념하고 그의 건강과 번영을 기원하는 중요한 의례다. 돌잡이와 같은 상징적인 행위는 과거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며, 가족과 공동체가 아이에게 기대하는 바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현대의 돌잔치는 전통적인 요소와 함께 다양한 변화가 결합되면서 풍성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잔치는 여전히 가족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아이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중요한 의식으로 한국 사회에서 계승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계승 속에서 돌잔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이며 그 가치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