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드라마에는 악역 즉 빌런들과 선한 주인공과의 갈등과 대치 그리고 마침내 착한 주인공들의 승리라는 구조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다. 빌런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소시오패스 유형은 처음부터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곤란에 빠진 이후에야 그들의 본모습을 알게 되고 경악한다. 이 글에서는 드라마 속 인물인 모슬희의 소시오패스적 행동과 일반적 특징, 원인과 대처 방법에 관해 알아본다.
드라마 빌런 소시오패스 모슬희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다가 4월 28일에 종영된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소시오패스 모슬희가 빌런 중의 우두머리로 등장한다. 배우 이미숙 씨가 열연한 모슬희는 사실 과거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죽었다는 오순영이라는 사람이다. 모슬희는 가명이고 본명 오순영은 간통죄명으로 수감되었으나 30년 전 추락사고로 사망처리 되었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출산을 한 기록이 있다. 오순영은 다른 사람 명의로 신분을 속이고 퀸즈 그룹 재벌인 홍만대 회장의 동거녀로 30년을 살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 긴 세월 동안 결혼이나 자신의 몫을 요구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홍만대 회장 곁을 지킨다. 깐깐한 홍 회장도 30년이란 세월로 보여준 모슬희의 진정성을 믿지 않을 수 없어, 자신이 투병 시 법적 대리인의 전 권한을 모슬희에게 위임한다는 위임장을 주게 된다.
30년 전에 홍만대 회장은 한 고아원을 후원했는데, 모슬희는 아들 윤은성을 그 고아원에 보냈으며, 오래전부터 퀸즈클럽을 강탈하고자 뒤에서 아들과 아들의 고아원 동기인 천다혜, 그리고 그레이스 고와 짜고 암약을 해왔다. 여러 뒷공작으로 퀸즈 클럽의 지분을 아들에게 돌리고, 30년을 함께한 홍만대 회장에게 약을 먹여 혼수상태로 만든다.
모슬희는 퀸즈클럽을 강탈하겠다는 목표로 감정의 요동 없이 30년을 함께한 회장에게 약을 먹였고, 어린 아들과 거리를 두었으며, 미국으로 입양까지 보낸다. 또한 미국의 입양 부모가 아들을 학대한다는 소식에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양부모를 죽인다. 아들이 여주인공 홍다혜를 사랑하는 것이 아들에게 오히려 상처가 될 뿐 아니라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자 역시 사고를 위장해 홍다혜를 죽이려고 했다. 모슬희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다른 빌런들은 순간순간 감정의 동요로 주저하지만, 그녀는 매 순간 침착했으며, 감정의 동요를 전혀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소시오패스의 특징
미국정신의학에서 발표한 진단기준 DSM-IV에서 소시오패스를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진단한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법으로 정해져 있는 규율을 따르지 않으며 충동적이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성격장애를 칭한다. 사이코패스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기준은 18세 이상이며, 15세 이전은 품행장애로 분류된다. 소시오패스는 우리 가족, 학교, 혹은 직장에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중에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소시오패스가 사이코패스에 비해 훨씬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인구의 4%가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그들의 특징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거짓말을 일삼지만,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자신을 잘 위장하며 감정조절이 뛰어나며 계산적이다. 이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필요하다면 순한 양처럼 행동하며 선한 미소를 짓고 타인에게 친절을 베푼다. 모슬희 역시 홍만대 회장의 막내딸이 아무리 모욕을 주거나 상처를 주는 말을 퍼부어도 절대 반응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한다. 그리고 집안사람들에게 때에 맞는 지혜로운 조언을 해 주는 모습도 보인다. 30년 간 자신의 지분을 요구한 적도 없어 집안 식구들은 아버지를 도와주는 그림자 같은 역할로 인식하고 있었다.
소시오패스들은 자신의 잘못이 발각되면, 거짓으로 후회, 반성을 하거나 동정심에 호소하면서 자신의 순진함을 강조한다. 모슬희는 홍만대 사장 앞에서 막내딸에게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그 원인을 자신의 부덕으로 돌려 결과적으로 홍만대 회장의 동정심과 애정, 두터운 신뢰를 얻어낸다.
소시오패스는 어릴 때부터 비정상적으로 잔인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재미 삼아한다. 동물학대나 방화에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쉽게 지루함을 느끼며, 자극욕구가 강해서 새롭고 위험한 과제를 흥미로워한다.
원인
소시오패스의 원인은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다.
첫째는 유전적 요인이다.
두 번째는 환경적 요인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소외가 일상인 경우 이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소시오패스 특징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부모나 주변 환경에서 정상적인 윤리와 가치관, 규범을 제공받지 못한 경우 정상적인 사회 규칙과 도덕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범죄가 일상인 환경에서 양육되었다면 범죄를 허용하거나 정당화하는 사고방식을 개발할 수 있다. 꼭 범죄 환경이 아니더라도 부모의 너무 관대하거나 엄격한 양육 스타일은 아동의 사회적 규칙과 도덕적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는 뇌 구조와 화학 물질의 영향이다. 특히 전두하, 전두엽, 아미그달라 등의 부분과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뇌 화학 물질의 이상이 소시오패스와 관련 있다는 연구 보고가 제안되고 있다. 신경과학적으로 보면 소시오패스는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전전두피질의 신경세포가 적어 도덕적인 판단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쉽게 하는 것일 수 있다. 대신 신경세포 사이에 더 많은 통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 기억과 생각들을 수월하게 연결할 수 있다. 소시오패스가 그럴듯한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기존 정보를 잘 연상할 수 있는 두뇌 구조 덕분으로 보인다.
소시오패스의 감정 처리는 일반인과 차이가 있다. 소시오패스가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예를 들어 시체, 고문)가 포함된 문제를 접할 때 이들 뇌의 측두엽으로 혈류 공급이 증가한다. 이는 보통 사람이 약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문제를 풀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소시오패스가 감정을 처리할 때 일반인처럼 즉각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처
위의 열거한 소시오패스 특징을 보면 절대악으로 범죄자와 연결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이 나쁘기만 한가? 실제로 현실에서 성공한 CEO의 20%는 소시오패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다. 그들은 왜 범죄자가 되지 않고 최고 경영자가 되었을까? 그들의 냉철함이 소시오패스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공감능력이 낮았고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역시 자아도취적인 성향이 강하며 투자자나 언론, 직원들과 충돌적인 모습을 자주 보인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국 교도소 수감자의 20%만이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오히려 강력범죄를 저지른 수감자 대부분이 정상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혹은 '예비 범죄자'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소시오패스의 원인으로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이를 예방할 수 있다면 인구의 약 4%를 차지하는 이들의 비율을 줄이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부모가 자녀에게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줘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이런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학대와 같은 생애 초기 스트레스를 겪는 아동에게 사회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시오패스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무서운 범죄자가 아닌 한 평범한 이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공감과 양심 없이 자신의 이익과 만족을 위해 주변 사람을 이용하고 조종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들의 무기는 우리를 위협하는 ‘공포’가 아니라 오히려 연민을 자아내는 ‘동정심’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규범은 무시한 채 탁월한 연기와 화려한 거짓말로 우리의 마음을 측은하게 만드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의 양심과 동정심을 이용한다. 될 수 있으면 멀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