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문자 문화에서 디지털 문화로 이동 중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가 유입되는 문화는 우리의 집중과 작업 기억을 변화시킨다. 작업기억의 변화는 장기기억으로 누적된다. 빠르고 쉽게 읽는 글로 인해 사고의 동질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언어는 사고와 불가분의 관계임을 기억할 때, 풍부한 언어와 깊은 사고를 위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디지털 문화
현재 우리는 인간의 문명을 선도하던 문자문화에서 디지털 문화로 이동 중이다. 고대 소크라테스는 문자를 반대했다. 다른 사람들이 문자를 기억의 도구라고 반겼지만 소크라테스는 망각을 위한 처방이자 판도라의 상자라고 불렀다. 그는 인간이 지식을 보존하기 위해 문자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고도로 발달한 기억력을 이전만큼 활용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도 소크라테스가 걱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
로이드 보험회사의 2008년 보고서에 '5분 기억에 영국이 치르는 비용은 16파운드'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성인의 평균적인 주의 지속 시간은 5분이 약간 넘는 것으로 나온다. 이 수치는 불과 10년 전의 절반이다. 랜드 보고서에 따르면, 3~5세의 아동은 하루 평균 네 시간씩 디지털 기기를 사용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52퍼센트였던 0~8세 아동의 디지털 기기 접근율은 75퍼센트로 증가했다. 성인의 경우 디지털 사용률은 1년 만에 117퍼센트 상승했다.
현재 우리는 사방에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들이 만연한 문화가 되었다. MIT학자 시모어 페퍼트는 원래 하던 일에서 주의를 빼앗기고 이리저리 건너뛰는 경련성 행동 방식을 두고 '메뚜기 정신'이라고 불렀다. 메뚜기 정신은 결국 '새것 편향'과 같은 말이다. '새것 편향'은 인간이 끼니와 짝을 구하기 위해 열정을 품고 새로운 경험을 얻으려 애쓴 진화적 반사작용으로 해석한다. 그럴 때마다 쾌감 물질 도파민이 나오기 때문에 '새것 편향'은 더욱 강화된다. 따라서 계속되는 감각적 자극의 화면 이동은 유사 중독상태에 이르게 된다. 아이들이 전전두엽 피질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중앙 집행 시스템은 아직 지속적인 노력과 주어지는 보상을 학습하지 않은 상태다.
잇따른 주의분산 환경과 아직 학습되지 않은 전전두엽의 기능을 고려할 때, 어린아이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은 중대한 문제가 된다. 이른 시기부터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는 사회적 문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집중과 작업기억
디지털 기기 사용은 집중과 작업 기억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조안 칸즈 쿠니 센터와 맥아더 재산 디지털 미디어 학습 프로그램은 증강현실북이 아이들의 문해에 미치는 연구를 했다. 증강현실북은 부가된 기술적 효과가 이야기를 더욱 실감 나게 읽어준다, 그러나 너무 많은 종이나 호루라기, 동물 소리, 바람 소리 등은 오히려 아이들의 주의를 분산시켜 독서기술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기억을 못 하거나 이야기를 재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학생들에게 물리적인 책과 스크린 책을 읽혔을 때도 역시 같은 결과였다. 디지털 형식의 글이 기억 형식과 주의에 변화를 주었고 이것은 다시 아이들이 읽은 것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데에도 잠재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로 진단받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과거에 비해 측정기구나 기술의 발달도 한몫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전전두엽의 억제 체계가 발달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 이 시스템은 주의력을 집중하거나 충동을 제어하는 신경이다. 이 신경이 발달하기 전에 과잉자극 환경에 노출되었기에 아이들은 한 가지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이 낮게 된다. 주의의 질적 변화는 본질적으로 잠재적인 기억의 변화와도 관련된다.
작업기억은 짧은 시간 동안 정보를 붙잡아 문제 해결에 이용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면 수학 문제를 풀 때 숫자들을 , 단어 하나를 해석하는 동안에는 글자들을, 문장 하나를 읽는 동안에는 단어들을 기억에 담아 둔다. 디지털 문화에서 이런 작업 기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유는 작업 기억을 너무 많이 분산시킨 까닭에 집중력 저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지털 세계에서는 기억의 외장화가 쉽게 이루어진다. 기억할 필요 없이 바로 구글, 네이버 등 플랫폼을 검색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외장향 기억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동시에 다양한 정보원이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문화에서 작업 기억의 질과 양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장기 기억으로 다져지는 과정마저 누적적으로 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배경지식을 구축하기 힘들어진다.
고도의 인지활동인 유추, 추론, 분석, 비판은 내재된 지식 기반을 토대로 이루어지며, 그것도 연습을 하고 학습할 시간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다. 작업기억과 장기기억 저하로 얻은 빈곤한 배경지식, 정보가 연결되고 구축되는 시간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러한 지적인 인지 활동은 어렵게 된다.
사고의 동질화
읽기 방식의 변화는 쓰기 행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문화에서 사용되는 단어와 문장이 사고의 동질화를 야기할 수 있다. 지밍 리우와 안구 운동 연구자들에 따르면 우리가 디지털 기기를 읽을 때 F자형 혹은 지그재그로 스크린 상의 단어 위주로 읽는다고 밝혔다. 전체 맥락을 단어로 읽어 결론을 파악한 후, 관심이 있는 곳만 세부 내용을 찾는 형식이다. 단어로만 듬성듬성 읽는 방식은 우리가 읽는 것과 쓰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21세기 독자들은 길고 조밀하게 단어가 적힌 텍스트나 논증하기 위한 복잡한 글, 관용구와 비유적 표현으로 묘사된 글들을 읽어 내기 어렵다. 논증을 위한 단계는 건너뛰고 필요한 결과만 읽는다. 단문과 비교할 때 비유는 관계없는 두 개념을 연결해야 한다. 뇌신경 연결의 과정과 배경지식을 불러와야 하기 때문에 물 흐르듯 이어지는 훑어 읽기 방식에 적합하지 않다. 필요한 정보만 빠르고 쉽게 읽기, 다양한 소비거리의 흥미로운 내용은 우리가 지각하고 처리할 시간을 주지 않아 입력되는 정보는 배경 지식에 연결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의 글은 독자의 요구애 따라 점점 쉽고 짧게 쓰인다. 복합적인 글은 독자에게 외면받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왜냐하면 뇌의 가소성이 읽는 매체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고의 집' 이라고 하는데, 쉽고 단순한 언어가 우리의 사고를 단순하게 만들지는 아닐까 우려된다. 언어와 사고가 위축되고 복합성이 줄어들면 모든 것이 점점 동질해질 가능성이 있다. 저자들이 단어를 선택하는 폭이 좁아지거나 원고의 길이가 짧아지고 복합 구문과 비유적 표현이 제약을 받는 경우라면 동질화의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종교 조직이나 정치 조직 내의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기능이 약해진 까닭에 정보를 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집단이나 사회 또는 언어 내의 동질화는 잔인하게 강제되든 미묘하게 강화되든 결국 다른 것 '타자'라면 무엇이든 제거하는 방향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인간은 사고를 바탕으로 언어를 창조하고, 사고의 결과인 언어를 통해 사고의 힘을 발전시킨다. 두 개는 하나인 셈이다. 이런 중대한 맥락에 비춰볼 때 우리는 언어의 풍부하고 확장적인 사용을 보존하고 노력해야 한다. 언어를 잘 양육하면 무한한 상상 밖의 생각을 창조해 낼 도구가 되는 반면, 우리의 집단적 지능을 발전시킬 토대를 제공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함의의 중대성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방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