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서 예식의 절차라는 의미의 리추얼에는 엄격한 형식이 있다. 우리는 리추얼을 통해 믿음이 더 강화된다. 브라질 사람들은 다양한 심파티아 리추얼을 통해 일상생활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나 어떤 습관적인 행동, 관례를 떠나 삶의 모든 과정이 곧 리추얼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리추얼과 믿음
리추얼(Ritual)은 종교상 의식절차나 규칙적인 의식을 뜻한다. 어느 종교나 예식을 진행할 때는 나름의 형식과 절차가 있다. 조심스러운 몸짓, 차분한 음악, 그윽한 향, 반복적인 행위 등등을 포함한다. 모든 리추얼은 엄격한 절차에 의거한 반복에 바탕을 둔다. 리추얼에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보상이 없다. 그 대신 종교가 내재적 보상을 만들거나 개개인이 의미를 만들어 보상화해야 한다. 리추얼의 비일상적인 행위에 동참하면서 우리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우리의 믿음을 강화시킨다. 집에서 기도를 하는 것보다 교회나 성당, 절, 회당에 직접 가서 거룩한 예식을 행하는 중에 드린 기도가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집에서는 리추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추얼은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한다.
리추얼은 보편적인 인간의 충동이다. 고대 문명에서 각 지역의 선조들은 가뭄일 때 기우제를 드렸다. 아즈텍 부족은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인신공양을 치렀다. 일본에는 독특한 '다도'의식이 있다. 그렇다면 리츄얼은 고대나 종교에만 그 흔적이 남아 있을까? 아니다. 현재에도 찾아볼 수 있다.
몇 몇 스포츠 선수들은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제력을 얻기 위해 이 종교적 의식을 활용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자신의 실력뿐 아니라 약간의 운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스웨덴 테니스 선수 비외른 보리는 언제나 시합에 턱에 수염을 기르고 나온다. 이 리추얼로 그는 다섯 차례 연속 윔블던을 제패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 선수들은 자신만의 리추얼을 가지고 있다. 이 미신적인 행위에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이것은 플라시보 효과와 같다. 가짜 약을 먹고도 진짜 약을 먹었다고 믿으면 약효가 있는 효과 말이다. 단지 믿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심파티아 리추얼
브라질 사람들은 '심파티아'라고 불리는 간단한 리추얼을 통해 일상의 문제를 이겨낸다. 그들은 심파티아를 이용해 금연에 성공하고 연애의 아픔을 달랬으며 우울증을 이겨냈다고 한다. 심파티아는 대략 이렇다.
'5일 연달아 하얀색 티셔츠를 입는다. 그 이후에는 그 티셔츠를 소금물에 세탁한다. 그리고 응달에서 말린다. 티셔츠가 마르면 반듯하게 접어 교회에 가지고 간다.' 또 다른 심파티아로는 '금속 용기에 흰 장미 꽃잎을 넣는다. 꽃잎을 태운 뒤 그 재를 작은 플라스틱 통에 넣는다. 이 플라스틱 통을 차가 다니는 도로에 놓아둔다. 7일간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 독특한 전통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기묘한 행동이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단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과학적 지식으로 많은 것이 밝혀진 오늘날에도 미신과도 같은 이런 행동이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는 까닭은 실제로 효과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리추얼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어리석다고 여길 수 있지만, 불확실성과 상실감으로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황에서 정교하게 설계된 반복된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정을 다스리고 자제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행동을 통해 긍정적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믿음은 리추얼을 반복했고, 그 반복이 사람들의 믿음을 다시 키우는 것이다.
삶이 곧 리추얼
'루틴'이 성과와 성취를 위한 일상의 단순한 반복이라면, '리추얼'은 일상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여 반복함으로써 그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삶 속에서 우리의 리추얼은 거창한 종교의식이라기 보다 나를 위한 좋은 습관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때 리추얼은 일부러 고안하거나 개발한 것이 아닌 삶의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것이다. 거기에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은 단지 우리가 늘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비이성적으로 비칠지라도 본인이 리추얼을 통해 느끼는 긍정적 감정은 인생의 행복감과 살아가는 의미를 자극한다. 그리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단지 반복적인 행위를 하기만 해도 불안감이 줄어든다. 심리학자 사만다 하인츠먼은 이런 행동을 할 때, '인생의 선물이 갑자기 튀어나온다'라고 표현했다.
리추얼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 무수히 반복되면서 목표는 사라지고 그 과정만 남는 본질이 습관과 비슷하다. 인간 행동의 비합리성에 대한 실험에서 뉴욕의 고령자 320명에게 애용하는 제품 브랜드(화장품, 세제, 의류 브랜드)를 알려 달라고 했다. 왜 항상 애용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처음에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동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기는 사라지고 재품에 대한 익숙함만이 남았을 것이다.
일관되고 규칙적으로 작동하는 무의식은 우리에게 삶의 일상성을 받아들이게 한다. 낭비하지 않고 꾸준히 저축을 하고, 일주일에 서너 번 헬스장에 가고, 아침에 일어나기 싫음에도 꼬박꼬박 일어나 학교나 직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사실 건강이나 돈 때문이 아닐 지 모른다. 그저 그렇게 하는 편이 더 친숙하고 익숙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삶이란 어쩌면 거대한 리추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