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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 인지와 명명, 마이엘린화, 독서 시작 시기

by 빛의 라 2024. 3. 11.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물체를 인지하고 명명하기 시작하면 독서의 준비가 되고 있다는 신호다. 독서는 뇌의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인지활동이다. 독서는 뇌의 각회 부분을 포함하여 인지를 담당하는 뇌신경세포의 마이엘린화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독서를 시작하는 시기는 이러한 생물학적 시간에 맞추어서 진행해야 한다.

물체 인지와 명명

 

물체의 인지와 명명은 문해 능력을 습득하기 전의 청사진 수립 단계다. 물체를 알아보고, 이름을 붙이기는 아이가 기저의 시각 영역과 언어 프로세스 영역을 연결하기 시작하면서 최초로 사용하는 프로세스다. 두 가지 프로세스는 모두 후두와 측두를 연결하는 영역 37의 방추상회의 상당히 넓은 부분을 사용한다. 아이가 처음으로 문자 이름을 말할 때는 글을 깨우치기 전 아이의 물체 이름 말하기와 상당히 유사하다. 아이가 문자들을 패턴 또는 표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되면 뉴런의 작업 그룹들이 서서히 특화되고 따라서 필요로 하는 영역도 점차 줄어든다. 영역이 줄어든다는 것은 자동화가 되는 과정이다. 

사람에게는 지각 패턴의 표상을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꺼내서 적용하는 천부적인 능력이 있다. 따라서 애초부터 아이들은 뭔가 배우려고 할 때, 불변 자질을 추구한다. 그래서 한 단어를 배우면 사이즈, 색깔, 폰트에 상관없이 글자들을 식별할 수 있다.

시각적으로 표상화된 문자를 보고 그 상징의 이름을 인출할 수 있다는 것은 독서를 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의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이다. 이제 양육자는 아이들에게 환경적 문자 읽기를 시도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보이는 시리얼 상자, 아이의 이름, 멈춤 표시, 친구들의 이름 등 친근한 단어와 기호를 뜻한다. 독서의 발달 상 이 시기는 일종의 '그림 지각' 단계다. 즉 이때 아이가 이해하는 것은 개념과 문자화된 상징 사이의 관계이며 고대 수메르인들이 회계를 위해 사용하던 물표를 표상화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마이엘린화

 

독서는 뇌신경의 마이엘린화에 따라 달라진다. 독서는 다양한 정보원, 특히 시각 영역과 청각, 언어 및 개념 영역을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뇌의 능력에 의존한다. 이러한 통합은 각 부위와 그 연합영역의 성숙도, 이 부위들을 연결하고 통합시키는 속도에 의존한다. 그 속도는 뉴런의 축색의 마이엘린화에 따라 달라진다. 마이엘린은 자연에서 가장 우수한 전도성 물질이다. 세포의 축색을 둘러싼 여러 겹의 지방질 피복 수초로 이루어져 있다. 축색 주위를 감싼 마이엘린이 많을수록 뉴런이 전기 신호를 빨리 전달하게 된다. 마이엘린은 성장의 뇌 부위마다 약간씩 다른 발달을 보인다. 예를 들어, 청각 신경은 임신 6개월째 마이엘린화되고 시신경은 생후 6개월이 되어야 마이엘린화된다. 사람은 다섯 살이 되기 전, 감각 및 운동 부위가 모두 마이엘린화되어 독립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측두엽과의 경계에 위치한 두정엽의 한 부위인 각회와 같이 시각, 언어 및 청각 정보를 빠른 속도로 통합시키는 능력의 기반이 되는 주요 뇌 부위들은 대부분 다섯 살이 지나도 완전히 마이엘린화되지 않는다. 행동신경학자 노먼 게슈윈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즉 다섯에서 일곱 살 사이에는 각회 부위의 마이엘린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일부 남자아이들의 경우 각회 부위의 마이엘린화가 훨씬 느리게 발달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이 여자 아이들보다 유창하게 글을 읽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독서 시작 시기

 

자녀의 독서 시작 시기를 앞당기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다. 영국의 독서학자 우샤 고스와미와 그녀의 연구팀은 서로 다른 세 개 언어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섯 살부터 독서를 시킨 유럽 아이들이 일곱 살에 독서를 시작한 아이들보다 성취도가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의 결론은 네 살이나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아이들에게 독서를 가르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경솔한 일이며 많은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른들이 책을 많이 읽어 준 아이는 주위 모든 언어에 대해 이해력이 높아지고 어휘력도 풍부해진다. 그래서 러시아 학자 코르네이 추콥스키는 이를 아이의 '언어적 천재성'이라고 불렀다. 언어적 천재성은 구술 언어의 다양한 요소에서 비롯되며 그 모든 것이 문자 언어의 발달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아이들은 문자 언어를 듣는 것과 사랑받는 느낌이 연합됨으로써 기나긴 학습 과정이 진행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그런데 생물학적으로 아직 독서 준비가 안 된 시기에 낮은 단계의 독서교육을 시작하면, 구술 언어가 줄 수 있는 다양한 어휘력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결과가 된다. 그리고 독서를 교육으로 인식하게 되면 무한한 부모와의 애정 경험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래서 독서의 시기를 조급하게 앞당기면 좋지 않다. 물론 언어 영역에 영재나 천재성을 가진 아이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 아이들은 독서를 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발달을 하는 아이들의 경우 글을 읽는 시기는 생물학적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