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어느 문명권이나 가부장 사회에서 아들이 귀했다. 한국 역시 아들은 가문의 혈통을 유지했고 농경 사회에서 주요 노동력이었으며, 전쟁이 빈번한 시기 나라의 중요한 전투 자원이었다. 그래서 혼인을 한 이후, 여성은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이 글에서는 민속에서 전해지는 아들을 얻는 날짜와 음식 그리고 여러 비법들에 관해 알아본다.
민속에서 전해지는 아들 얻는 날짜
혼인을 하면 신부는 아들을 잉태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민속에서 전해지는 아들을 얻는 날짜를 '길숙일(잠자리하기 좋은 날)'이라 한다. 고대 중국 사상에서 천간은 하늘이 변화하는 원리로 10가지를 꼽았다. 그리고 지지는 땅이 변하는 원리로 12가지로 정해 천간과 지지가 결합하여 만든 60가지의 다양한 조합으로 특정한 시간을 표현했다. 천간과 지지로 우주와 세상의 원리를 설명한 것이다. 천간 10가지는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로 표현한다. '길숙일'이란 봄에는 갑과 을이 든 날, 여름에는 병과 정이 든 날, 가을에는 경, 신이 든 날, 겨울에는 임과 계가 든 날이다. 이것은 모두 생기가 들기 때문에 이날 밤 성교를 하면 아들을 잉태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 한 달에 10일씩 길한 별이 드는 날도 '길숙일(잠자리하기 좋은 날)'에 포함된다. 1년이 12달이니 모두 120일이다. 예를 들면 1월에는 6일, 9일, 11일, 12일, 14일, 21일, 24일, 29일이다. 여인들은 음문화하여 외우기도 했고, 표를 만들어 은밀히 보면서 성교날을 정했다.
밤하늘이 맑고 바람이 온화하며 달이 밝은 날도 음양이 교합하기 좋은 날로 여겼다. 반면 달의 첫날, 15일, 30일, 바람 부는 날이나 비가 오고 안개가 낀 날, 천둥 번개가 치는 날 성교를 하면 정신에 손상을 입는다고 믿었다. 만일 이 날 교합하여 태어난 아이는 성질이 사납고 간질병을 앓거나 장애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 또 대낮에 부부가 성교를 하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 여겨 금지하였다.
음식
아들을 얻기 위해서라면 특별한 보양식도 마다하지 않았다. 수캐의 음경은 음기를 강하고 크게 하여 자식을 낳는 약으로 쓰였다. 8월의 복날에 수캐의 음경을 취하여 음지에 말리거나 볶아 말린 후 가루를 내어 술에 타서 먹으면 잉태할 수 있다고 한다. 참새알은 남자의 남근을 강하게 하고 정액을 많게 하여 자식을 낳는 데 효험이 있다고 전해졌다. 여귀 나물, 고사리나물, 숙주나물, 토끼고기는 남녀 모두의 양기를 죽여 아이를 갖지 못하게 한다고 전한다. 특히 수은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를 역이용해 남편의 바람기를 잡는 비법으로 쓰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토끼고기를 다른 고기와 섞여 끓인다든지, 콩나물에 숙주나물을 섞여 무쳐서 남편에게 먹였다. 그리고 거울 뒤의 수은을 긁어 첩이 덮는 이불에 넣어 두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입춘이 지나서 깨끗한 사기그릇에 첫 빗물을 받아 관청의 도장이 찍힌 종이를 태워 그 재를 빗물에 섞어 부부가 함께 마시고 성교를 하면 아들을 잉태한다고 믿었다. 전통적으로 붉은 색은 악한 기운을 쫓는다. 관청 도장의 붉은색이 부정과 사악한 귀신을 막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민간 비법
부녀자들 사이에서는 아들을 갖기 위해 전해온 비법들이 매우 많다. 아이를 가지려면 아무 때나 성교를 해서는 안 되고, 무엇보다 시기가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월경이 끝나면 바로 깨끗한 솜이나 비단 등속을 질 속에 끼웠다가 꺼내 그 빛깔을 보고 성교 날짜를 잡았다. 색깔이 금빛이면 잉태가 잘 되는 시기고, 선홍색이면 아직 교합시기가 아니다. 또 금빛이 나는 것을 본 다음, 홀수 날에 성교를 하면 아들을 짝수일에 성교를 하면 딸을 잉태한다고 여겼다. 3일이 지난 후에는 아이를 잉태하지 못한다는 속설이 전한다.
남자가 사정을 하는 깊이는 질의 1치 2푼 깊이라고 하니, 현재 단위로 환산하면 3.2cm가 된다. 너무 얉거나 깊어서도 안 되었다. 성교가 끝나면 여자는 바로 소변을 보지 말아야 한다. 대략 밥 한 그릇을 먹을 시간 정도 참아야 했는데 그 이유는 남자의 정액을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밤 여자는 왼쪽으로 누워 자야 했다. 오른쪽으로 자면 여자아이를 잉태한다고 믿었다. 남자의 양기가 강하면 남자아이를, 여자의 음기가 강하면 여자아이를 임신한다고 여겼다. 즉 아들을 가지려면 부부가 충분한 전희를 한 다음 성교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여자가 너무 살이 찌면 자궁에 기름이 가득해 잉태가 잘 안 되며, 너무 마른 사람도 자궁에 피가 없어 자식을 낳기 어렵다고 여겼다.
결론
과거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현대처럼 개인의 자유가 많지 않았다. 아무 때나 부부관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지위가 높은 가문이라면 교합일을 정해 어른의 허락을 구해야 했다. 그러니 잉태가 잘 되는 날짜를 계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만일 함부로 색욕을 탐한다면 여자는 음도가 훼손되어 병이 생기고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했고, 남자 역시 잦은 빈도는 피를 토하고, 식은땀이 나며, 양기가 모두 고갈되며 정액이 말라 아이를 갖지 못한다고 여겼다. 따라서 과거 조상들에게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길숙일'은 매우 중요하였다. 날짜뿐 아니라 음식과 여러 비법들 역시 부녀자에게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정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