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불완전한 정보 해석, 이야기꾼 좌뇌, 우뇌와 뇌 물질

by 빛의 라 2024. 3. 21.

호모 사피엔스 조상들은 생존을 위해 불완전한 정보에서 정확한 해석을 해야 했다. 진화 과정에서 우리 뇌는 두 개의 반구로 나뉘었는데, 좌뇌가 주로 가설과 이야기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우뇌는 연상,연관을 잘 맺는 능력이 있다. 도파민 관련 물질인 엘 도파를 투여하면 회의론자가 잘 믿는 사람으로 변한다. 뇌 물질은 유전과도 연결된다. 결국 유한한 인간을 넘어서는 초월 세계를 인정하는 종교적 믿음에 뇌과학이 뇌와 뇌물질로 답한다.

 

 

불완전한 정보 해석

 

호모 사피엔스 조상은 불완전한 정보라도 정확하게 해석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몸의 여러 기관의 진화 목적과 다르지 않다. 바로 생존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수풀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두 개의 반사광을 맹수의 눈으로 인식해야 도망가거나 방어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동물의 다양한 위장술을 꿰뚫어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능력은 가장하고 은폐한 형태들을 투시하여  생존을 둘러싼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진화된 것이다. 물론 오늘날 소규모의 서식지를 제외하고 이러한 위협은 사라졌지만, 불완전한 정보에서 올바른 판단을 끌어내야 하는 필요성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우리는 그림의 일부분을 보고 나머지를 유추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최초로 색상 값의 원근 효과와 윤곽소실묘법을 생각해냈다. 이러한 지식은 인간 뇌의 특수한 해석능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최근의 뇌 연구자들은 소량의 정보에서 전체 인상을 만들어내는 뇌의 능력을 해명했다. 대뇌에는 좌뇌와 우뇌 두 개의 반구가 있는데 두 개 반구의 기능상 비대칭은 인간의 진화 중 하나다. 우뇌는 공간적인 방향감각과 음악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진다. 그러나 인지한 사실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반면 좌뇌는 주어진 사실들이 불완전한 경우에도 세계를 해석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예를 들어 그림자 극에 대해서는 특히 우뇌가 반응하는데, 그 이유는 공간적 방향감각과 집중력을 담당하는 신경망이 우뇌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성적인 단어와 문장을 대하는 경우에는 좌뇌가 압도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야기꾼 좌뇌

 

좌뇌는 이야기꾼이다. 천성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신경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은 좌뇌는 특히 세계에 대한 이론을 끊임없이 고안하는 활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활동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불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뇌는 나머지 정보를 준비하여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반면 우뇌는 현실에 의거하여 이렇게 구성된 생각을 검토한다. 

또다른 견해는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밀러가 주장한  '매직 넘버 7' 때문이다. 의미를 갖는 최소 단위를 청크(Chunk)라고 하는데, 밀러는 1959년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단기 저장 공간 용량을 7~9개의 청크를 저장하는 정도하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가 의식 아래 부분에서 처리하는 정보의 양은 몇 메가가 넘는다. 무의식은 전의식적 인지 내용, 의식의 개입 없이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각종 사건은 대뇌피질의 활동과 결합하는 경우에만 의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뇌는 매 순간순간 자기가 파악할 수 있는 정보보다 몇 십만 배나 되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들을 정확하게 기억하여 그대로 인출할 수 없다. 따라서 그 간극을 메우려 나름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세계상은 뇌의 선천적 기능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뇌의 관찰하는 기능과 좌뇌의 해석하는 기능 덕분이다. 다시 좌뇌의 해석은 패턴 파악과 미래에 대한 예측으로 나눌 수 있다. 두 기능은 외부를 향한 시각 뿐만 아니라 내면을 향한 시각에도 해당된다. 인간은 세상과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관찰하고 경험한 것을 이해하기 위해 이론을 만들어낸다. 더 나아가 삶의 의미에 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갈구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뇌의 해석 욕구로부터 학문 뿐만 아니라 종교도 생겨났다. 

 

 

우뇌와 뇌물질

 

믿음은 우뇌와 뇌 물질과도 연관성이 있다.

페터 브루거는 좌뇌와 우뇌가 시각적 자극에 반응하는 실험을 하였다. 초자연적 힘을 믿는 사람들은 의미 관련이 깊은 단어 쌍과 의미가 간접적으로 관련된 단어 쌍에 우뇌가 강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우뇌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브루거는 이 외에도 기타 실험을 통해, 어떤 정보를 잘 믿거나 어떤 상황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은 우뇌의 상대적 과잉행위라는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연상행위를 통해 연관관계를 감지하는 대단한 능력은 우뇌가 쉽게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연관관계가 없는 곳에서 연관관계를 보려는 사람은 감수성이 발달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뇌의 과잉행위의 위험성은 망상으로 나아갈 경우를 포함한다. 반면 우뇌가 그다지 쉽게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과잉해석의 위험은 없으나 그 대신 창조성이 부족하고 편협한 세계관을 가질 수 있다.

페터 브루거는 엘도파(L-Dopa)물질과 잘 믿는 성향의 연관성을 보여 주는 실험을 하였다. 엘도파는 뇌의 물질 대사 과정에서 도파민 호르몬을 발산시키는데, 이 약물을 투여하면 잘 믿지 않는 사람이 잘 믿는 사람으로 변한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믿음은 뇌의 물질대사와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이 결과는 믿음이 유전학적 요인을 가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169명의 성인 일란성 쌍둥이와 104명의 성인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미네소타 대학의 실험은 이 추정이 사실임을 암시한다. 심리학자 로라 코에니그는 이 실험으로 한 인간이 자신의 믿음에 부여하는 의미는 상당 부분 유전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