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모는 예나 지금이나 출산 이후 미역국을 반드시 먹는다. 그리고 임신한 동안 산모는 항상 바르게 보고 듣고 말하도록 요구받았다. 지금은 해조류 미역의 영양적 가치와 효능이 밝혀졌고, 산모의 스트레스가 태아에 미치는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자료도 많다. 그 옛날 이러한 지식이 없었던 때에도 민속신앙에는 이미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었다.
삼신할머니
정의
삼신할머니의 정의는 아기의 출산과 성장, 산모의 순탄한 출산과 건강 등을 관장하는 신이다. 무속신이자 집안을 두루 지켜주는 가신이기도 하다. 인간은 삼신의 점지로 태어난다. 삼신단지, 삼신바가지, 삼신할머니, 삼신할아버지, 세준할머니, 지앙할머니 등으로도 불린다. 지앙과 세준은 불교식 용어로 고대 민속 신앙에 불교가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지앙은 제왕, 세준은 세존을 의미한다.
어원의 유래
삼신의 어원에는 여러 학설이 있다.
첫째는 삼신의 '삼'이 원래는 '낳다'는 의미의 한자어 발음 '산(産)'이었다고 본다. 점차 발음이 변하여 산'에서 '삼'으로 바뀌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삼신의 '삼'은 숫자 삼(三)의 한자어 발음 '삼'으로 본다. 세 명의 신을 의미하는데, 삼신할머니 두 분과 삼신 할아버지 하나를 모신다. 때로는 세 신을 각기 모시기도 한다. 삼신으로 호칭되는 데에는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환인, 환웅, 단군의 삼신을 지칭한다는 설도 있다. 세 번째는 일반적 민속신앙인 산을 관장하는 산신으로 불린다는 설이다. 산을 의미하는 한자어 '산(山)'을 의미하는 '산신'이 '삼신'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삼줄', '삼 가르다'등의 용어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아, 본래 '삼'이 아기집인 포태(胞胎)의 뜻이 있어 포태신으로 지칭한다는 것이다.
삼신의 탄생 내용
삼신의 유래와 관련된 무속신화는 <당금애기무가>와 제주도 <삼승할머니본풀이>가 있다.
<당금애기무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한 시준님은 원래 하늘나라에 살았는데, 그만 글자 한 자를 잘못 짓는 실수를 범해 인간계로 보내진다. 스님이 된 삼한 시준님은 당금애기 집으로 쌀을 얻으러 갔다. '당금'은 매우 훌륭하고 고귀하다는 의미다. 부모님과 오빠들이 없고 곳간도 잠겨 있어 거절했지만, 시준님이 하늘을 향해 쇠지팡이를 번쩍 들고 왼발로 세 번 땅을 구르자 곳간 문이 열렸다. 시준님은 부처님께 올릴 쌀이니 정성스럽게 젓가락으로 하나씩 담으라고 했다. 당금애기가 그렇게 하는 사이 해가 저물자 시준님이 하룻밤 재워 달라고 부탁한다. 그날, 당금애기는 구슬 세 개를 삼키는 꿈을 꾸고 임신을 한다.(시준님과 동침했다는 설도 있다). 당금아기가 아들 세 쌍둥이를 낳자 아비 없는 자식이라 하여 가족과 동네에서 비난을 받고 쫓겨난다. 결국 당금애기와 세 아들은 아버지를 찾으러 서쪽나라로 떠난다. 서쪽 나라에서 당금애기는 삼신이 되었고 세 아들은 제석신이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복을 나누어 주는 일을 했다고 한다.
<삼승할머니본풀이>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해용왕의 딸이 말썽을 부리자 화가 난 동해용왕은 딸을 인간세계로 보낸다. 인간세계에서 딸은 인간의 출산을 도왔는데, 잉태하는 법만 알고, 해산하는 법을 제대로 몰라 산모와 아이 둘 다 죽는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자 출산으로 고통받는 산모의 남편인 임 박사가 하늘의 신인 옥황상제에게 호소한다. 옥황상제는 바로 명진국의 딸을 불러 아기가 무사히 나오도록 했다. 동해용왕의 딸과 명진국의 딸이 서로 삼신할머니의 자격이 있다고 다투자, 옥황상제는 꽃을 피우는 내기를 하게 한다. 내기에서 명진국 딸이 승리하여 삼신할머니가 되었고, 동해용왕 딸은 저승인 염라국에서 죽은 아이들을 돌보게 되었다. 사실 삼신할머니의 초창기 모습은 아리따운 아가씨였다.
의례
안방 시렁에는 항상 쌀 두 되 정도를 넣은 '삼신주머니'를 매달아 놓았다. '삼신주머니'는 바로 삼신의 신체로서, 아기의 잉태와 순산, 무병장수, 자손 번성과 집안의 평안 등을 관장하는 가신으로 모신 것이다.
산모의 산통이 시작되면 시할머니나 시어머니가 목욕재계한 뒤 삼신의 신체 앞에서 정성 어린 기도를 드렸다. 삼신상에는 미역과 쌀, 정화수를 올려놓았다. 육류, 어류를 절대 금하고 오로지 깨끗한 정화수와 밥만 올린다. 그 이유는 삼신은 생명의 탄생을 관장하기 때문에 살생을 금하기 때문이다. 아기를 출산하면 즉시 삼신상에 올려진 미역과 쌀로 국과 밥을 지어 삼신할머니께 고맙다고 상을 차려 올리고, 산모에게도 먹였다. 아무리 빈궁하더라도 삼신상에는 반드시 쌀로만 지은 흰밥과 미역국을 하루에 세 번, 끼니때마다 올렸고 산모에게 먹였다. 출산 후 삼일동안은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의료지식과 기술이 열악한 그 당시, 아이들은 홍역이나 병으로 많이 죽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어른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믿어 아이의 부모는 삼신에게 받는 벌로 물을 10 대접 정도 마시고 삼신할머니께 살려달라고 빌었다. 태어날 때부터 유아가 정상이 아닐 때는 삼신에 대한 두려움과 자책감이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적인 의미
어린 시절, 배가 아프면 할머니나 어머니가 '할머니 손은 약손''엄마 손은 약손'이라고 천천히 계속 말하면서 배를 문질러주셨다. 그러면 신기하게 통증이 사라졌다. 지금은 의료기술이 발달하여 바로 병원이나 약국을 찾지만 말이다. 그렇게 배를 문지르는 것은 삼신할머니가 산모의 배를 어루만져 출산을 도왔다는 민속 신앙에서 연유한다.
그런데 현대 과학은 이런 행동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한다. 내장 자체에는 특수감각과 고유감각에 대한 수용기가 없어 뇌는 내장통증을 피부 통증으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뇌가 '심근 경색에 따른 통증'을 목, 어깨, 팔 아래의 통증으로 인식해 버리는 식이다. 배를 어루만져주면 사실 내장 통증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피부자극에 의한 '촉각 자극'이 내장의 통증 자극보다 뇌에 먼저 도달하여 통증을 억제하고 감소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호르몬 분비로 의한 심리적 효과가 있다. 친밀한 대상이 낮은 목소리로 반복하는 발화음과 함께 배를 문지르면 이완과 행복의 호르몬인 엔도르핀과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통증을 감소시킨다.
제물로 올린 미역으로 국을 끓여 산모에게 먹이면, 혈액 순환을 돕고 부기를 빼는 데 효과적이다. 미역에는 칼숨과 요오드가 풍부하며, 이들은 산모의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자궁 수축 및 지혈 작용을 도와 몸을 회복시킨다. 또한 미역에 함유된 라미닌이라는 아미노산은 혈압을 낮추고, 면역을 강화하여 감염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삼신할머니신앙에서 이어진 '배를 마사지하는 행위'와 제물로 올렸던 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여 산모에게 먹였던 의례에는 이처럼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