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 문자로 알려진 수메르어는 주로 행정과 회계에 사용되었다. 부호에 상징을 더하는 표상화에서 나아가 음절이 더해지고 음절과 개념을 한 가지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 뇌 변화가 수반되었다. 수메르인의 교육법은 현대와 다르지 않은데, 상형문자로 출발한 중국어와 유사한 점이 많다. 두 언어는 우뇌와 운동신경 영역이 활발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메르어 뇌 변화
인류의 첫 문자 수메르어가 인간 뇌 변화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수메르인이 사용한 '쐐기문자'의 뜻은 라틴어에서 손톱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파생했다. 마치 새 발자국 형태이기 때문에 쐐기문자로 불린다. 현존하는 수메르 서판들은 5.000개로 고대 수메르인들은 행정과 회계에 널리 사용하였다. 수메르인의 문자 체계가 인류의 인지 능력에 기여한 바는 가히 엄청나다. 처음에는 단순한 부호를 어떤 개념과 연결시키는 표상화로 인지 발달을 이루었다.
그런데 더 나아가 그 기호의 소리를 정하고 그 소리를 듣고도 개념을 알 수 있는 단계로 발전했다. 이를테면 '새'를 나타내는 어떤 부호가 의미를 나타낼 수도 있고, 말소리를 나타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표의문자를 인지하려면 시각과 청각 및 음운론적 체계 간의 연결이 필요하고 의미의 분석과 추상화의 분류 역량도 필요하다. 즉, 우리 뇌는 더 정교한 회로가 필요해진 것이다. 후두엽의 시각 영역과 측두엽의 언어 영역과 전두엽에 대한 연결이 요구되었으니, 전두엽은 분석, 기획, 주의 집중 등 '집행 능력'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두엽의 개입으로 이미 표상화된 의미에 음절과 음성 의미까지 더할 수 있었다.
신경과학자 마커스 레이셜은 무의미한 음절 ''mbli' 을 들었을 때와 의미를 가진 소리 'limb'를 들었을 때, 뇌 반응을 살폈다. 처음에는 똑같이 시각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하지만 의미 없는 단어의 경우, 식별 단계가 끝난 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반대로 유의미한 단어의 경우는 뇌에서 분주한 활동이 일어났고 다양한 프로세스의 네트워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전두, 측두, 두정 영역이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철자는 동일하고 배열만 다르지만 두 단어가 일으킨 대뇌피질은 절반이나 차이가 났다. 수메르인들이 만든 쐐기문자는 인간 뇌 특히 대뇌피질의 활성을 촉진했다.
수메르인 교육법
수메르인의 교육법은 작은 진흙판 위에 새겨진 단어를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 사실이 사소할 수 있지만 호모 시피엔스의 지성 발달사에서 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텔 아비브 대학의 아시리아 학자 요리 코헨이 최근 분석한 고대 기록에 아이들은 몇 년 동안이고 '에둡바' 즉 '서판의 집'에서 교육을 받았다. 최근 발견된 연습 서판에는 성적이 나쁜 학생들이 '그리고 그는 나에게 매질을 가했다'는 말이 반복되고 있다. 수메르어를 마스터하는데 보통 6~7년 정도 걸렸다고 하니 그랬을 법하다.
학습을 위해 표의적 기호를 음절 기호와 의미론적 기호로 연결시켜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풍부한 배경 지식, 잘 연마된 자동적 능력, 인지적 유연성이 요구되었다. 뿐만 아니라 단어의 조합 능력인 형태론도 배웠어야 했다. 예를 들면 'cats'는 'cat' 과 '~s'라는 두 개의 형태소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s'는 복수명사 또는 동사의 현재 시제를 의미하는 것과 같은 체계이다. 언어의 조합이 없었다면 우리의 어휘력과 개념적 가능성은 극도로 제한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수메르인은 인류에게 읽고 쓰기를 가르치는 데 공헌했고 독서하는 뇌가 사고방식을 바꾸게 된 방법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수메르인의 여성 왕족은 '에메살'이라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었다. '고상한 언어'라는 뜻이다. 여성의 언어에는 발음이 다른 단어가 상당수 있다. 남성은 왕자의 언어를, 여성은 고상한 언어를 말하는 곳에서 학생들은 서로 다른 언어 체계를 배웠어야 했으니 인지활동의 복잡성을 가히 상상할 수 있겠다.
중국어와 유사
고대 수메르어는 사실 중국어와 유사하다. 중국어도 상형문자에 기원을 둔다. 그림문자적 상징에서 표의적 상징으로 옮겨간 역사도 비슷하고 상징의 모호성을 없애기 위해 음성학적 표지와 의미론적 표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 수메르인의 독서하는 뇌를 추정할 때, 중국어로 독서하는 사람의 풍부한 뇌 이미지가 도움이 된다.
존 드프랜시스는 고대어와 중국어 학자다. 그는 중국어와 수메르어 모두 표의음절문자 체계로 분류한다. 두 언어는 물론 다르지만 비슷한 요소가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진훍으로 동그랗게 만든 물표의 양, 소 등의 겉무늬를 보고, 형상을 연결시키는 단순한 표상화는 협소한 뇌 영역만 움직인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 한 단어에 음절과 뜻까지 포함된 것을 해석하려면 다양한 회로가 움직인다. 시각 영역, 시각 연합 영역 및 좌뇌와 우뇌 상의 훨씬 많은 면적이 요구된다.
수메르어와 중국어는 뇌의 우반구가 상당히 많이 개입된다. 우뇌는 표의적 상징에 필요한 여러 가지 공간적 분석과 보다 광범위한 유형의 프로세싱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수가 많고 시각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표의문자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양쪽 뇌의 시각 영역의 대부분과 영역 37이라고 부르는 중요한 후두-측두부위가 필요하다. 영역 37은 물체 인지에 개입한다. 이곳은 문식성을 위해 뉴런의 재활용이 일어나는 곳이다.
그리고 전두와 측두 영역의 아주 특별한 부분, 특히 운동근육기억 능력에 연계된 부위가 활성화된다. 인지신경과학자 리 하이 탄과 찰스 퍼페티는 중국어를 읽을 때, 이 운동근육기억 영역이 활성화되는 이유로 학습할 때, 손으로 많이 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글자, 소리, 개념을 묶는 활동이기에 표의문자는 표음문자보다 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로 수메르인들이 사용한 방법으로 학습을 위해 진흙 서판에 손으로 쓰며 익혔다. 그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