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스키마 , 어휘력의 마태 효과, 공감과 거울 뉴런

by 빛의 라 2024. 3. 16.

스키마는 기존 지식을 구조화하는 능력이다. 어휘력에도 마태효과가 적용된다. 어린 시절부터 풍부한 어휘에 노출된 아이들은 내부에 문해에 관한 스키마가 구축되어 타인의 말이나 글을 쉽게 이해한다. 그리고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과거 경험 뿐 아니라. 거울 뉴런 덕분이다.

공감하기

 

스키마 

 

스카마라는 용어는 영국의 바틀렛에 의해 심리학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스키마란 한 개인이 환경을 지적으로 조직하여 그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지구조를 말한다. 우리 몸이 신체적 구조를 가지듯 사람의 마음도 정신 구조 혹은 스키마와 같은 구조를 가진다고 보았다. 습득한 지식을 구조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 습득한 지식을 배경지식이라고 한다. 배경지식과 스키마는 기억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인출하여 상황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용된다.

알베르토 망겔은 <독서의 역사>에서 '읽기는 누적되는 것'이라고 썼다. 독서하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책의 내용뿐 아니라 책의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의 내용과 전개 구조 뿐 아니라 인물에 따른 심리 변화, 시대적인 배경 등이 우리 의식에 스키마로 저장된다. 스키마가 많이 개발될수록 이야기의 일관성이 커지고 소유하게 되는 지식 기반이 늘어나며 문해능력이 강화된다. 

또한 책에는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풍부한 어휘들이 많다. 특별한 문어체 혹은 긴 문장을 통해 통사론적으로 복잡한 형태를 익히게 된다. 그리고 문해 장치라 불리는 은유와 직유의 비유적 언어에 노출된다. 비유적 언어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인지적으로 커다란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두 개념을 연결시키기 위해 인지적으로 복잡한 유추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은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추론하는 능력으로 향상된다.

이처럼 독서를 통해 내용과 글의 구조, 문장에 쓰인 여러 비유적인 언어의 스키마는 내부에 지적 자원으로 쌓인다. 이는 단순히 그다음 독서에 도움이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어휘력의 마태 효과

 

인지심리학자 키스 스타노비치는 읽기에 관한 연구에서 어휘력의 마태 효과라는 표현을 썼다. '마태 효과'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은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마튼이다. 마태복음 25장 29절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일종의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를 설명하는 용어였다.

이 용어를 빌어, 유년 시절 어휘가 풍부했는가 빈곤했는가에 따라 아이가 자라서도 어휘 사용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의미를 표현했다. 유치원에 들어갈 연령이 될 때까지 언어적으로 빈곤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풍부한 자극을 받고 자란 아이 사이에는 이미 3,200만 개 어휘의 격차가 벌어진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가 들려주는 어휘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위에서 말한 '책의 언어'들이 아이들에게 스키마로 조직된다. 일상적인 구어에서 찾아볼 수 없는 통사적, 문법적 구조뿐만 아니라 비유적인 언어의 습득은 나중에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 및 인지 발달은 몇 년 후 스스로 독서를 시작할 때 독해 능력에 매우 소중한 기초가 된다. 스키마로 형성된 인지 능력은 책이나 글에서 생소한 단어를 접했을 때, 텍스트의 내용으로 미루어 추론과 유추가 가능하다. 그러나 생후 5~6년의 시간 동안 빈곤한 어휘 환경에 노출되면 비단 단어 수에 그치지 않고, 문해 능력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말과 글을 읽는 능력에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시기 이전, 유아기에 양육자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공감의 거울 뉴런

 

공감의 거울 뉴런은 1990년대 초 이탈리아 출신의 자코모 리졸라티 연구팀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뇌 체계를 연구하던 중 발견했다.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나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자신이 움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하는 뉴런이 있다는 것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보고 듣기만 해도 동일하게 반응하는 거울 뉴런은 뇌의 특정 부분이 아니라 여러 곳에 분포하고 있다.

인지신경과학의 연구에 따르면 독서는 인지적, 사회적, 감정적인 과정이 복합적으로 섞이는 것을 보여준다. 시각과 언어, 인지 활동이 광범위한 피질하 신경망과 연결되면서, 느낌과 사고의 신경망 전체가 관여한다. 확장된 신경망에는 인간 뇌의 넓은 영역을 연결하는 기능을 맡고 있는 섬엽과 대상엽은 물론, 고도의 연결성을 가진 신경망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운동 피질을 포함한 모든 피질과 피질하 영역들도 관여한다. 인지와 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뇌 영역과 뉴런 연결이 왜 거울 뉴런이라 불리는지 다음의 경우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촉감에 관한 은유적 표현을 읽을 때는 촉각을 담당하는 영역의 신경망인 감각 피질이 활성화된다. 사랑하는 연인의 속삭이는 말이나 행동을 생각해보자. 또한 이야기 속 인물이 절벽이나 기차에서 떨어지는 부분을 읽게 되면 운동 뉴런이 활성화된다. 인물이 겼는 다양한 감정을 접하게 되면 우리 역시 동시에 숱한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활성화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거울 뉴런'이 읽기에서 이렇듯 흥미로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공감의 거울 뉴런은 책 속 인물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독서를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도까지 넗힐 수 있다.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물론 해마에 저장된 기억의 인출 즉 자신이 겼은 비슷한 과거의 경험이 토대가 된다. 그리고 거울 뉴런 덕분이다. 생각의 질은 우리 각자의 배경 지식과 공감하는 능력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