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작동 원리는 무의식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자동성이다. 의식이 개입하지 않는다. 습관이 각인되는 이유는 의식이 하는 모든 행동에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너지 효율을 위해 뇌는 습관으로 각인시킨다. 물리적인 행동 외에 생각하는 데도 에너지가 소비된다. 따라서 뇌는 생각도 습관이 되도록 만든다.
습관의 작동 원리인 자동성
미국 최초의 실험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습관'은 자동원리에 의한 것이라 했다. 즉 적절한 상황이 조성될 때 의식적으로 의도하지 않고도 어떤 행동을 자동적으로 행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정해진 길로 출근을 하며 잠들기 전에 양치를 한다. 물론 각각의 행위는 나름의 목적을 지니지만 우리는 실제 그러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떠올리기는커녕 의식 없이 행한다. 실험 심리학자들은 대체로 쥐를 실험 대상으로 선택하는데, 설치류의 뇌구조가 인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레버를 누르면 먹이가 나오는 장치가 설치된 상자에 쥐들을 넣는다. 예상대로 쥐들은 먹이라는 보상을 얻기 위해 마구 레버를 눌렀다. 이 행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이다. 실험 심리학자들은 다음 실험으로 쥐들을 배불리 양껏 먹여 더 이상 먹이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상자에 넣었는데, 쥐들은 보상을 원치 않은 상황임에도 레버를 눌렀다. 초기에 목표를 위해 의존하던 행동이 습관적 행동으로 변화하는 패턴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습관적 행동은 어떻게 반복되는 것일까? 뇌를 촬영한 결과 습관이 자동화되는 이유가 확실해졌다. 습관은 내 행위를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기억하는 뇌 영역(해마를 중심으로 한 '내측 측두엽')에서 처리되지 않고, 비의식적으로 반복수행하는 뇌 영역(선조체를 중심으로 한 '기저핵')에서 따로 담당한다. 그래서 습관은 인지되지 못하는, 자동화라는 작동 원리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다.
습관이 각인되는 이유
습관을 제 2의 천성이라 한다. 그만큼 습관은 뇌에 깊숙이 각인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뇌는 살벌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우리 조상들이 후대에게 물려준 일종의 '생존 지침서'다. 맹수는 피하고, 신뢰가 형성되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웃과는 고기를 나눠 먹고' 등의 깨알 같은 생존 팁들이 담겨 있다. 뇌는 생존경쟁에서 직면하게 되는 과제들이 어떤 것인지, 생존을 위해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처리할지를 담고 있는 수백만 년간의 생존 기록서다. 인간이 문명생활을 한 시간은 365일 중 고작 2시간 정도다. 우리는 1년 중 고작 2시간에 불과한 이 모습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600만 년간 유전자에 새겨진 생존 버릇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뇌는 우리 조상들의 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뇌는 항상 일정한 일에 자동적으로 처리하여 굳이 생각하지 않기를 원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뇌는 1.4킬로그램으로 우리 몸무게가 평균 70킬로그램으로 가정할 때 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 에너지의 20퍼센트를 넘게 사용한다. 선조들이야 사냥해서 먹고 짝짓기에 그 에너지를 사용했다면, 후대의 우리들은 신경써야 할 영역이 늘어났다. 자원은 한정적인데 써야 할 곳이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일상에서 매 순간 선택을 할 때마다 목표를 떠올리고 그에 부합되는 행동인지 아닌지를 검토하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 고심하면서 행동한다면 우리 뇌는 이내 과부하가 걸릴 것이다. 아침에 어떤 종류의 커피를 마실지, 출근 길에 어떤 음악을 들을지, 어떤 길로 가야 할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이미 녹초가 돼버린다. 회사에 도착하여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에 에너지를 써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뇌는 보호와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아낄 수 있는 자동화를 원하게 되었다.
생각도 습관
대체로 습관이라 하면 우리는 어떤 특정한 '행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생각도 습관이다. 우리는 부정적 생각보다 긍적적 사고를 하는 것이 삶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이끈다고 배웠다. 오늘날 첨예한 과학적 기계들은 실제 이 명제가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을 먼저 떠올린다. 이어서 불안과 걱정이 따라온다. 실제로 벌어진 일 중 99가지 긍정적인 일보다 1가지의 부정적인 사건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데 이를 '뇌의 부정편향'이라고 부른다. 긍정적인 그림, 부정적인 그림, 중립적인 그림을 보여주고 나서 그동안 발생한 뇌의 활동을 검사했더니 부정적인 그림을 볼 때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이런 뇌의 부정편향이 생존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동물이나 적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여 위협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신속하게 반응을 한 덕분에 살아났다. 사전에 부정적 상황을 예상하여 대비책도 강구해 놓았다. 위험과 사고에 낙천적이었던 선조들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뇌가 부정적인 것에 더욱 빨리 반응하도록 진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생존을 위해 인류는 공통적으로 생각의 습관이 부정적이다.
지금은 우리 선조의 주거 환경만큼 위험하지는 않아도 역시 질병과 사고는 발생한다. 부정적인 사고가 생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은 확실하나, 매사 자동적으로 빠지는 부정적 사고는 의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상황과 문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해결책을 찾고, 자동적으로 흐르는 사고를 멈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긍정적인 사고가 우리 삶과 인체에 미치는 이점이 더 많다는 연구결과는 사실이다. 따라서 생각의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인류의 보편적인 사고 습관 외에도 각 개인은 특정한 상황에서 독특한 행동 뿐 아니라 일련의 정신적 반응을 반복한다. 대표적으로 강박장애가 있다. 이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은 특정 생각을 머리에서 지울 수 없어 생활에 지장을 겪는다. 어떤 유형의 습관적인 생각은 심각할 정도로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치료 과정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