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을 형성하려면 그 행동에 이르는 데 귀찮거나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이것을 활용하는 것이 낮은 마찰, 거리 마찰개념이다. 그리고 버리고 싶은 행동은 중간에 방해물을 심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리케이드 전략이다.
마치 숫자가 정해져 있어 중요한 때에 투입할 준비가 된 전쟁터의 기마병처럼 우리의 의지는 유한하며 정해져 있다. 그래서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습관을 형성하고 싶다면 더 이상 우리의 의지나 노력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이 좋다. 동기를 부여하거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보다 환경과 상황을 재배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수많은 실험 결과를 믿어야 한다. 환경을 바꾸는 데 어떤 전략이 있는지 살펴보자.
낮은 마찰 전략
낮은 마찰 전략이란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는 상황을 말한다. '미즈 앙 플러스'는 '제자리에 놓다'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프랑스의 고급 레스토랑 주방장들은 이 원칙을 반드시 준수한다. 조리법에 따라 조리 도구와 식재료가 순서대로 준비되어야만 요리를 시작한다. 불필요한 동작은 최소화하여 요리 과정이 자동화의 원리를 따르게 설정한다. 중간에 '아, 설탕이 부족하네!'라며 다시 냉장고로 가는 동선이 없도록 만든다. 중간에 마찰이 일어나면 반드시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레스토랑을 가득 채운 손님들을 같은 품질의 요리로 빠르고 신속하게 만족시킬 수 있다.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역시 낮은 마찰 전략을 쓴다.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드라마의 다음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리모컨으로 다음 회차를 설정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없애 미처 생각이나 판단이 개입되기 전에 우리의 시간과 집중력을 다음 에피소드로 붙드는 것이다. 우버 앱을 생각해 보자. 앱을 열면 GPS 위치 추적 기능이 사용자의 위치를 자동으로 알려주고 생각할 필요 없이 '차가 필요해'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곧 차가 도착하고 사용자는 차에 타서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해주면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목돈을 모으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적금을 택한다. 그리고 계좌에 자동이체를 건다. 처음에는 고통스럽지만, 결국에는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추진력의 작동을 자동화함으로써 우리는 월급날마다 반복해서 저축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
거리 마찰
우리가 삶에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마찰력은 바로 '거리'일 것이다.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것과 더 자주 교류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에는 대체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 웬디 우드는 거리 마찰에 관한 사소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강의실 한쪽 구석 상자에 사과가 있음을 알렸지만 사람들은 거의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나 테이블 한가운데로 옮기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슈퍼마켓의 제품 진열 방식도 이러한 외부의 압력을 인식한 마케팅 방법이다. '눈높이가 구매를 결정한다'는 유명한 문구다. 계산대 근처에 자극적인 맛을 지닌 과자와 사탕이 놓여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부모와 동행한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나 성인들의 눈길이 닿는 곳이다. 웬디 우드 교수는 미국의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임시 농산물 가판대를 설치했다. 채소 과일과 건강에 대한 홍보도 없이 그저 설치만 했을 뿐이다. 곧이어 예상대로 각 가정은 과일 소비가 두 배로 올랐고 채소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거리는 심지어 친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1950년의 한 연구에서는 MIT의 '학생 주거 프로젝트'에 무작위로 기혼 참전용사들 260명을 뽑았다. 그리고 그들이 누구를 친구로 삼는가를 관찰했다. 바로 옆집의 이웃과 친구가 되는 사례가 가장 많았고, 다른 층에 사는 사람보다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이 친구가 되었다. 55미터 이상 떨어진 사람과 친구가 되는 사례는 없었다.
헬스장에 등록하여 운동을 시작하려 한다면, (아직 운동 습관이 없는 사람들인 경우) 걸어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의 헬스장을 선택해야 한다. 시설이 더 좋고 혜택을 많이 준다고 하는 먼 곳의 헬스장보다 말이다.
바리케이드 전략
바리케이드 전략은 마찰력을 추가하는 전략이다. 저축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자제하는 습관을 떠올려보자. 애초에 신용카드는 돈을 쓰는 행위에서 마찰력을 감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카드 대신 현금을 낼 때 30퍼센트 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의 어떤 면이 마찰력이 되는 것일까? 현금으로 사면 우선 우리 손에서 뭔가가 줄어드는 것이 보인다. 반면 플라스틱 카드는 반복해서 사용해도 카드의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 또한 현금을 사용할 때는 지폐를 낼지 동전을 낼지 고민해야 하며, 바쁜 와중에 거스름돈까지 챙겨야 한다. 이런 마찰이 소비를 줄인 것이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중국식 뷔페에서 진행된 연구가 있다. 비만인 손님 중에서 약 42퍼센트가 음식이 잘 보이며, 음식이 놓인 곳과 가까운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일반 체중인 사람은 그 자리를 차지한 비중이 27퍼센트, 38퍼센트는 칸막이가 설치된 자리에 앉았다. 추가로 음식을 더 가져오기 위해서는 옆에 앉은 사람이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자리다. 날씬한 손님 중 대다수는 음식과 멀리 떨어진 곳을 선택했다. 그리고 50퍼센트의 날씬한 사람들은 무릎 위에 냅킨을 두었지만 비만 손님의 비율은 25퍼센트였다. 냅킨은 음식을 가지러 가는 데 아주 사소한 방해물에 불과하지만, 아주 작은 마찰력이라도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일단은 뷔폐형태의 음식점을 가지 않아야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일부러 마찰을 설치할 수 있는 자리를 선택하자. 야식으로 디저트를 먹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보다 냉장고에 디저트를 채워놓지 말자. 먹고 싶을 때 꼭 집 밖을 나가야만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낫다.
마찰을 없애는 방법도 있지만, 마찰을 일부러 설치하는 방법도 습관 형성에 유효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