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얽힘은 2개의 전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동시에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풍수지리설 중 묏자리설은 과거의 조상이 후손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론인데, 양자 얽힘에 의하면 일리가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미토콘드리아 서열 연구로 14만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던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추정되면서 우리 모두는 사실 형제지간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융의 집단 무의식은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에 대한 심리이론이다.
양자 얽힘
미시세계를 연구하는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양자의 얽힘 현상'이란 2개의 전자가 아무리 먼 거리에 각자 떨어져 있어도 동시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연구진은 143킬로미터 떨어진 카나리아 제도의 섬들 사이에 양자를 순간이동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한 쌍의 양자를 만들어 143킬로미터나 떨어뜨려놨는데 하나의 상태를 바꾸자 나머지 하나가 마치 순간이동한 것처럼 동시에 바뀌는 현상을 확인한 것이다.
우리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기본 설계도가 이와 같다면 땅 속에 묻힌 조상의 DNA와 살아 있는 후손의 DNA가 실시간으로 공명한다는 생각으로 묏자리의 중요성이 거론된다. 국내 한 박사논문이 묏자리와 후손의 관계를 추적한 결과를 내놓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학술적이지 못하다고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늘 궁금해하던 내용을 수치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자는 17세기 이후 조성된 전국 50개 가문의 묘를 실측하고, 2800여 명에 이르는 5대손을 추적했다. 그 결과 완만한 곳에 조성된 묘의 후손은 평균 34명, 산비탈에 묘를 쓴 가문은 후손이 평균 18명, 산봉우리에 묘를 써서 묘의 꼬리에 여유가 없는 경우 후손이 없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죽은 조상의 뼈조차 현재를 사는 후손에게 공명하여 이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면, 살아있는 사람 간의 영향은 어떨까? 본인의 말과 행동이 주변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직접적임을 알 수 있다.
융의 집단무의식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이론에서 가장 핵심이 집단무의식이다. 개인의 경험을 넘은 집단 무의식은 먼 조상 대대로부터 물려 받은 의식, 관습, 문화 등이 저장된 인간의 잠재적 기억의 저장소다. 그 과거란 인간 종족의 역사뿐만 아니라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 이전의 동물 종족의 역사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집단 무의식은 여러 세대를 통하여 전수된 인류의 반복된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이며, 인간의 뇌 속에 새겨져 종족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인 소인으로서 정신의 심층에 내재하여 성격의 전반적 구조의 기반을 이루는 것이다. 융은 신화, 전설, 민담 등에 이런 집단 무의식의 원형이 녹아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런 집단 무의식은 꿈을 통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모든 개체 안에 내재하고 있지만 동시에 개체를 넘어서는 무의식은 인간을 연결된 존재로 본다. 프로이트가 개인의 무의식을 파고든 데 반해, 융은 인간의 내면에 우주와 연결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융은 '그가 태어날 세계의 모습은 하나의 허상으로서 이미 그의 내부에 타고난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우리는 정해진 방식으로 어머니를 지각하는 소인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어머니는 과거 세대의 어머니들이 행동했던 것처럼 행동한다. 결국 우리의 소인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과 일치하는 것이다.
융은 의식으로 세계와 인간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는 합리주의를 경계했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알 수도 없지만, 그런 세계를 인정하고 탐구하는 태도를 가질 때 세계와 삶은 온전해질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인간정신의 기초를 형성하는 집단무의식의 기본구조는 원형으로, 이러한 구조가 생물학적으로 기초가 되면서 타고난 것이라고 믿었다.
미토콘드리아 이브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영국의 과학작가 로저 르윈이 1987년 과학저널에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정체를 밝히다'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진화생물학자들이 미토콘드리아 서열을 이용한 결과 약 14만~20만 년 전에 사하라사막 이남의 동아프리카에 존재했을 거라고 추정되는 한 여성에게 붙인 명칭이다. 그러나 성서의 '이브'처럼 모든 인류의 공통 조상 여성이 홀로 있을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미토콘드리아 이브와 동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이 존재했지만 다만 이들이 가지고 있던 미토콘드리아 DNA는 현재까지 그 후손을 남기지 않았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전 인류에게 공통의 DNA를 나눠준 어머니인 셈이니 지구상에 사는 모든 이가 형제지간으로 얽힌다.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역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주가 탄생한 시점인 '빅뱅'의 순간에는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었다. 그러니 우주의 존재는 서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독립적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인도의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도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인간은 외딴 섬이라는 이상한 관념이 인류를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섬은 섬이 아니다. 조금만 깊이 내려가보면 섬들은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인간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조금만 더 깊이 파고들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뿌리는 서로 얽혀 있다. 우리 삶의 근원은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