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르핀은 인체 뇌내에서 분비되는 자연 마약과도 같다. 엔도르핀은 다양한 상황에서 나오지만 몰입 상태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즐거운 각성상태로 작업의 효율을 높이게 한다. 우리에게 이로운 엔도르핀의 활성법을 기억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좋다.
엔도르핀
엔도르핀은 '치유물질', '최상의 스트레스 해소물질', '뇌 내 마약'으로도 불린다. 뇌 내 물질 중 도파민은 '쾌감자극'으로 분비되고 노르아드레날린은 '불쾌자극'에서 분비된다. 그러나 엔도르핀은 '쾌감자극'과 '불쾌자극'의 두 상황에서 모두 분비되는 신기한 물질이다. 쾌감자극에는 도파민만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엔도르핀도 쉽게 나온다. 이 때의 효과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다. 도파민만 나올 때보다 10~20배 쾌감과 행복감을 얻게 된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한 쾌감 중 하나를 성행위라고 한다. 오르가슴에서 최강의 쾌감을 느끼는 이유도 이 두 물질 덕분이다. 그리고 엔도르핀은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NK세포 활성을 높이는 작용, 즉 항암작용도 한다.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고마운 물질이다.
'러너스 하이'는 마라톤 같은 장시간 달리기를 할 때 경험하는 도취상태를 말한다. 마라톤은 무척 힘들지만, 장거리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고통을 줄이고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이 마라톤에 중독되는 이유다. 격투기 선수들이 수차례 맞아 고통스러운 가운데서도 경기를 지속하는 것을 본다. 그들은 정신력으로 버티는 걸까?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격렬한 통증을 느끼는 아픔임에 틀림없지만 강력한 진통효과를 내는 엔도르핀의 분비 덕분이다. 같은 진통효과를 내는 노르아드레날린보다 더욱 강력하다. 말기 암환자들의 진통을 완화시키는 데 쓰이는 마약 진통제 모르핀과 비교해 6.5배 효과가 있다. 엔도르핀은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렇듯 진통효과를 발휘한다.
각성작용도 있다. 주의력, 집중력을 높이는데 이것이 과잉분비되면 환각이 나타날 수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에는 마지막 장면에 소녀가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를 만난다. 그리고 할머니 품에 안겨 미소를 지으며 함께 하늘나라로 갔다고 하는데, 이는 뇌과학 측면에서 보면 맞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엔도르핀이 과다 분비되었을 것이고 정말 소녀는 추위와 고통을 잊은 채 환각 속에 나타난 할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천국으로 갔을 것이다.
몰입
몰입상태에서 우리는 작업의 최대 효과를 낸다. 엔도르핀은 각성과 기억증강작용이 있어 뇌에 깊이 새겨진다. 우리는 아주 괴롭거나 아주 기분 좋았던 체험을 기억한다. 극단적인 고통이나 극단적인 쾌락이 있으면 엔도르핀이 분비되기에 기억에 각인되는 것이다. 엔도르핀은 몰입상태에서 나와 우리로 하여금 즐거운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몰입'은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제창한 개념으로 한 가지 경험에 깊이 몰두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절대적인 집중 상태다. 그 경험 자체가 무척 즐거워서 순수하게 그것을 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쓴다. 그리고 머릿속이 맑아서 그 상황과 활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태다.
그는 '러너스 하이'를 비롯해 많은 스포츠 경기에는 쾌락적 상태에 도달하는 시간이 있으며 그것을 '플로(흘러가는 듯한 좋은 기분)'라고 했다. 몰입상태는 '시간감각의 왜곡'이 수반된다.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거나 시간이 멈춘 듯이 느낀다. 몰입상태에 빠지면 엄청난 실력이 발휘된다. 업무처리뿐 아니라 스포츠 선수들은 평소 기록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
몰입상태는 '다음에 무엇을 할까?'라는 의문으로 집중력 분산의 상황이 없다. 다음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물 흐르듯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자신이 해야 할 일 리스트가 머리 속에 있어야 한다. 업무의 효율을 위해서는 목표를 세분화하여 마감 시간이나 일정을 정해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엔도르핀 활성법
긴장을 풀어 알파파를 내는 심리적 이완 방법도 있지만 물리적 쾌감자극으로 엔도르핀을 활성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첫째, 운동을 한다. 특히 중, 고강도 운동으로 다소 숨이 찬 상태의 운동을 할 때 엔도르핀이 쉽게 나온다. 15분간 유산소운동이 혈중 엔도르핀 농도 증가를 가져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운동을 하면 엔도르핀 이외에도 도파민, 세로토닌, 성장호르몬 등 다양한 물질이 분비된다.
둘째, 매운 음식을 먹는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성분은 구강점막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신경신호가 발생한다. 그것이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엔도르핀이나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이다. '매운맛'은 '고통'과 같다. 고통 자극에 진통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엔도르핀이 분비되는 것이다.
셋째, 기름진 음식을 먹는다. 공복상태의 쥐에게 농도 5퍼센트의 옥수수유를 주었더니 5일째 엔도르핀이 약 2배, 엔도르핀 전단계의 물질인 POMC가 약 1.7배 증가했다. 유지를 많이 함유된 식품은 엔도르핀을 증가시킨다.
넷째, 초콜릿을 먹는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쥐에게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폴리페놀을 주었더니 엔도르핀 농도가 상승하고 스트레스 저항력이 강화되었다. 초콜릿은 피로해소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
다섯째, 욕조에 몸을 담근다. 긴장이 풀리며 이완되면서 알파파가 분비된다.
여섯째,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감사한다. 남에게 감사하고 감사를 받는 것,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를 하는 그런 순간에 뇌의 편도체가 자극을 받는다. 그리고 도파민이나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타인을 위한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심장질환을 앓을 확률이 낮고 평균수명도 길다. 엔도르핀 덕분이다. 감사가 성공을 부른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우리가 뇌의 여러 물질이 어떤 상황에서 분비되는지 잘 알고 있다면, 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현재의 우리 삶을 개선할 수 있다. 그래서 정신력이나 의지로 극복하기보다 우리 뇌에 숨은 조력자를 불러내 그들의 도움을 받는 편이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