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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억의 밤', 해리성 기억상실, 치료와 동반이환

by 빛의 라 2024. 5. 6.

영화 '기억의 밤'은 범인을 찾아 복수하는 영화다. 그러나 범인이 해리성 기억상실로 모든 것을 잊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복수하려던 자는 범인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 영화의 주요 서사다. 복수하려는 유가족 유석, 추악한 범죄를 기억해 낸 주인공 진석. 그러나 그들이 마주하게 된 추악한 진실의 무게는 감당하기 버겁다. 해리성 기억상실은 뇌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치료를 위한 방법과 동반되는 이환에 대해 알아본다.

영화 '기억의 밤'

영화 '기억의 밤'

 

1997년 12월 20일, 서울 성신동의 2층 저택에서 모녀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20년 동안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미제 사건으로 남는다. 그 가족은 부모님과 남매로 이루어진 단란한 가족이었다. 유가족으로 남겨진 동생 유석은 조직폭력배가 되어 범인을 찾아 헤매다 마침내 2017년에 범인을 찾아낸다. 그러나 범인인 진석은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면서 20년 전 1997년 5월부터 범행일까지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기억이 없는 이에게 복수를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유석은 최면방법을 통해 진석의 기억을 살리고자 하였다.

그래서 1997년 5월, 진석의 행복했던 원가족의 상황을 재현하여 그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경찰 출신 최면 기술자가 진석의 아버지 역을, 연기경력이 있는 술집 여자는 엄마 역할, 유석 본인은 형의 역할을 하면서 진석에게 지속적으로 최면 유도제 '바르비탈'을 복용하게 한다.

그러나 주인공 진석이 기억을 찾은 것은 교통사고를 통해서였다. 그의 기억은 1997년 5월에 멈추었는데, 그날은 나들이를 하고 돌아오던 중, 진석의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한 시점이다. 그 사고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형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진석은 형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청부살인 제안을 받아들인다. 의뢰자는 다름아닌 형의 담당 의사였는데, 부인만 죽여달라는 것이었다. 진석은 의뢰자가 준 주소로 가서 범행하려 했지만, 비명을 지르는 부인에게 소리를 멈추면 그냥 나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장면을 본 딸이 비명을 지르자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 진석은 모녀를 죽이고 만다. 옥상에서 만난 의사는 진석에게 왜 딸까지 죽였냐면서 항의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던 중, 의사가 추락사하게 된다. 의사는 IMF로 경제난에 처하자 1997년 11월에 부인 이름으로 들어 둔 사망보험금을 타기 위한 계획이었다. 결국 진석은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해리성 기억상실증으로 1997년 5월 이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채 20년을 부랑자로 살아왔던 것이다.

모든 것을 기억해 낸 진석, 아버지가 어머니와 누나를 죽인 살인교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유석. 추악한 진실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은 각자 자살을 선택한다. 유석은 창문으로 몸을 던졌고, 진석은 안락사 약물을 몸에 주입한다.

 

해리성 기억상실

 

해리성 기억상실은 자신을 극도의 스트레스 사건 즉 위험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일반 상식이나 학습 및 언어 등 적응기능은 유지되지만 외상과 관련한 정보는 기억하지 못한다. 전반적 기억상실보다는 국소적 기억상실이 나타난다. 사라진 기억은 충격적인 몇 분 동안일 수도 있고, '기억의 밤' 영화처럼 몇십 년 동안의 일일 수도 있다. 뇌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할 때는 심리치료나 최면요법 등이 사용된다. 최면은 환자가 만든 방어기제를 우회하여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영화 속, 유가족이었던 유석은 범인의 기억을 회복하기 위해 최면요법을 사용했다.

 

치료와 동반이환

해리성 기억상실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심리치료, 구체적으로는 인지행동치료(CBT), 안구운동 탈감각 및 재처리(EMDR) , 최면 요법이 있다. CBT는 개인이 기억상실증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부정적인 사고 패턴과 신념을 찾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EMDR은 외상적인 기억을 처리하고 감정 강도를 낮추는 데 중점을 둔다. 불안이나 우울증과 같이 동반된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약물이 처방되기도 한다.

최면 치료는 최면유도 암시에 의해 최면상태로 유도한 다음 치료암시를 주고 심리적 상태, 신체적 증상, 심신 증상을 변화, 교정, 치료하려고 하는 심리치료의 하나다. 

 

주요 기법에는 감정해소, 연령퇴행작업, 전생퇴행작업 등이 있다. 이 치료방법은 최면유도를 통해 활성화된 잠재의식을 활용하는데, 잠재의식은 기본적으로 자연 치유력이 있기 때문에 자가치료도 가능하다. 최면치료는 프로이트(Freud)가 최면을 통해 무의식의 존재를 인식했지만 정신분석과 자유연상에 밀려 쇠퇴의 길을 걷다가 제1차 세계 대전 후 '전쟁 신경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면서 다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이후 헐(Hull)이 최면치료를 보다 표준화·객관화하였고, 에릭슨(Erickson)이 새로운 최면분야로 확장시켰다.

현재는 각종 불안증이나 공포증, 어릴 때 겪은 심리적 외상을 치료하는 데는 물론, 체중 조절 및 알레르기 치료, 금연이나 금주를 위한 치료장면에도 활용되는 등 매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한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이나 심인성 질환에 효과를 나타내면서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도 각광받고 있다.

 

해리성 기억상실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매우 다양한 정서적 현상이 표면화된다. 불쾌감, 슬픔, 분노, 수치심, 죄책감, 심리적 갈등과 혼란, 그리고 자살 및 타살 사고, 충동적 행동이 표출된다. 이러한 사람들은 지속성 우울장애, 주요 우울장애, 적응장애, 품행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동반할 수 있다. 해리성 기억상실을 가진 많은 사람은 신체증상장애와 전환장애를 포함하는 동반이환된 증상을 동반한다. 영화 속 진석이 기억을 찾은 이후, 자살을 선택한 이유도 슬픔과 죄책감 심리적 갈등과 혼란으로 야기된 충동적 행동이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