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랜드 오브 플랜티'의 주인공 폴은 편집성 성격장애를 보인다. 2001년 9.11테러를 경험하고, 오로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인물이다. 모든 상황이 의심스럽고 두려운 편집성 성격장애의 특징과 치료에 관해 알아본다. 영화감상평을 통해 독일인 감독이 '풍요의 땅'으로 제목을 지은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영화 '랜드 오브 플랜티'
영화 '랜드 오브 플랜티'는 독일 감독 빔 벤더스가 2004년에 제작했다. 2001년 9.11 사건 이후 미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그릇된 애국심과 편집증에 관한 내용이다. 주인공 폴 제프리는 편집증 환자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폴은 9.11 테러 이후 자신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매일같이 LA시내를 감시한다. 테러가 발생한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폴은 자신만이라도 테러범들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조이스틱과 모니터가 달린 수제 카메라와 각종 기기들을 장착한 개조 차량을 몰고 거리를 쏘다니며 LA를 공격하려는 테러리스트와 폭탄을 찾는다. 그는 인종차별적 관점으로 아랍 남성을 보기 때문에 터번을 쓴 노숙자를 만나면 테러리스트라고 곧잘 의심한다. 폴의 조카 라나는 이스라엘에서 오랜만에 미국으로 돌아온다. 라나는 선교사 부모를 따라 오랫동안 아프리카 등지에서 외국생활을 했었는데, 엄마의 편지에 답장이 없는 삼촌을 찾아 엄마의 마지막 편지를 전하기 위해 폴 제프리를 찾은 것이다. 편집증 환자 폴과 이상주의자 라나를 이어준 것은 아랍인 핫산이 살해당한 사건이다. 폴은 핫산의 죽음이 테러 집단의 배후와 관계가 있다며 그 근거지를 소탕하기 위해, 라나는 핫산의 시신을 친척에게 인도해 주기 위해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핫산의 이복형제가 살고 있는 사막의 도시 트로나를 지나 뉴욕에 도착할 즈음 두 사람은 놀랍게도 같은 태도로 희망을 품는 사람들이 되었다. 핫산이 백인 아이들의 무심하고도 장난스러운 총탄에 맞아 죽은 희생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폴은 헛된 애국의 자세에서 벗어나 라나의 보편적인 인간애에 점차 동화되기 시작한다.
편집증 성격장애
성격장애 A군으로 분류
편집증 성격장애는 성격장애 A군 중 하나다. 성격장애는 지속적이고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개인의 행동 및 생활양식의 특성인 성격에서의 문제로, 직업과 대인관계 등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어려움을 겪는 정신장애를 의미한다. 성격장애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묶는다.
A군은 괴이하거나 벗어난 행동들을 보이는 것으로 편집증, 분열성 그리고 분열형 성격장애가 있다. B군은 극적이고, 감정적이며 변화무쌍한 행동을 보이는데 반사회성, 경계성, 연극성,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해당된다. C군은 불안 또는 공포 행동을 보이는데 회피성, 의존성, 강박성 성격장애가 포함된다. 그러나 각 군의 성격장애 특징들은 때때로 혼합되거나 중첩될 수 있다.
특징
편집증 성격장애의 기본적인 특징은 타인의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등 전반적인 불신감과 의심을 갖고 있다. 의심이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중립적이거나 호의적인 행동을 적대적이거나 경멸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배우자를 병적으로 질투하고 성적 순결성을 의심한다. 정서적인 면에서는 매우 냉담하며 권력과 지위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자신의 권리에 끈질기게 집착하고 이를 위하여 투쟁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경멸하는 태도를 보인다. 매우 사무적이고 능률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대인관계에서는 불안과 갈등이 많다. 좌절과 거절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하고, 지속적으로 원한을 품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기 자신의 일이나 세상일에 대하여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음모라고 생각한다.
편집적 성격장애는 현실 검증력이 비교적 손상되지 않았고, 환각과 체계적 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편집적 조현증(정신분열증)과 구별된다.
원인과 치료
원인은 성장과정에서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부모의 불합리한 분노를 받으며 성장한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어 일생동안 지속되며 직장이나 가정에서 주로 문제가 발생한다.
치료방법으로 환자의 주된 문제는 타인에 대한 신뢰감 결여에 있으므로 주위 사람들은 일관성 있게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환자에게 너무 잘해주거나 지나친 관심을 나타낼 경우에는 오히려 그 동기를 의심받을 수 있다. 환자가 지나치게 초조·불안·긴장되어 있거나 망상적 사고가 있을 경우에는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항불안제나 항정신병제를 투여할 수 있다.
조카 라나가 삼촌에게 전달한 엄마의 편지 내용은 폴이 라나를 맡아 아빠의 역할을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그 편지의 진짜 역할은 오히려 라나가 폴을 맡아 변화시킨다. 제목 '랜드 오브 플랜티'를 번역하면 '풍요의 땅'이다. 현재 강대국 미국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은 다른 나라에 비해 풍요로운 나라임에 틀림없다. 감독이 일차원적으로 현실의 확인을 위해 굳이 그런 제목을 붙인 것일까? 9.11 이후를 다룬 많은 영화들 중 하나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빔 벤더스 감독은 엄마의 편지 내용이 역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영화 제목 '풍요의 나라'가 역설적으로 앞으로 미국이 다방면에서 그 명성이 실현되길 바라는 희망을 비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런 자막이 떴다가 사라진다. "언젠가는 진실이...." 이 자막이 출현했다가 사라지도록 하는 것, 즉 분명치 않고 어렴풋이 희망하는 마음을 보임으로써 미국인인 아닌 외부자가 보일 수 있는 태도를 보였다. 벤더스는 영화의 형태로 미국이 진정 강자로서 글로벌한 위치를 점하고자 한다면, 풍요의 의미가 다방면에 적용되어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염원하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고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