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터 존스'는 양극성장애 환자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로 손꼽힌다. 양극성 장애란 부적절한 흥분 상태의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이다. 영화는 주인공 존스가 치료를 하는 중에 담당의와 사랑에 빠지는 아름다운 결말로 끝을 맺는다. 물론 사랑을 선택한 의사는 사직서를 낸다. 그렇다면 왜 정신과 의사는 환자와 사랑을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양극성 장애 그리고 환자와의 사랑이 금지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본다.
영화 '미스터 존스'
영화 '미스터 존스'의 주인공 존스(리처드 기어)는 촉망받는 음악가이다. 존스는 매우 카리스마 있고 성적으로 매력적이며 행복감에 차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정상인의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행동과 다르다. 그는 제1형 양극성 장애를 가졌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존스가 치료를 받던 중 병원에서 만난 주치의 리비 박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멜로물이다.
그는 청소년기에 처음으로 진단을 받았고 여러 차례 입원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 손이 떨린다며 약 먹기를 거부했다. 성인이 된 그는 상태가 더 진전되었다. 그가 자신에 대해 좋은 기분을 느낄 때는 조증 단계이거나 약물에 취해 있을 때일 뿐이다. 여자를 유혹하고 비싼 호텔을 예약하거나 비싼 피아노를 사는 등 돈을 흥청망청 쓴다. 콘서트홀에서 베토벤의 '환희의 승가'를 듣던 중, 베토벤은 더 빠른 템포로 연주하길 원한다며 존스는 직접 지휘대에 올라가 지휘를 하려는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연주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의 조증상태는 탈진상태로 이끈다. 조증이 지나면 나머지 기간에는 외롭고 우울했다. 그의 이러한 침울한 기분은 삶을 위협하고 자살시도까지 하도록 만든다. 그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 리비 보웬 박사는 치료와 상담을 하면서 존스와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박사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의사직을 내려놓는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이 영화는 양극성장애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 1993년에 제작되었지만 여전히 양극성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를 고르면 반드시 언급된다. 실제 감독, 각본가 에릭 로스, 리처드 기어 모두 양극성장애에 대한 학습과 실제 환자를 많이 만나보았다고 한다.
양극성 장애
양극성 장애는 기존에 조울증, 조울병 등 다양한 명칭을 통해 지칭되어 왔다. 이는 기분이 들뜨고 신나는 것이 지나쳐 흥분된 상태와 마음이 너무나 가라앉아 우울한 상태 중 어느 하나씩을 주기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조증 상태에는 지나친 행복감이나 낙천적 사고, 그리고 과도하게 상승된 자기 존중감으로 인한 과잉활동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때로는 외향성으로 인해 호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에는 일시적으로 현실감각이 상실되어 자아도취에 따른 생각이나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과대망상적 행동을 표출하기도 한다. 쉬지 않고 말을 빠르게 하며 주제도 너무나 다양해 듣는 이로 하여금 혼란스러움을 유발하기도 하며 육체적 활동량도 급증하여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체력이 소진되어 탈진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증가한 활동에 비해 인지적 판단 능력은 매우 결여되어 있다. 과소비, 충동적 도박, 문란한 생활 등으로 이어져 나중에 크게 후회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는 경우다. 물론 이렇게 급작스럽게 증가한 에너지로 인해 가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발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우울 단계로 들어가면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와 임상적으로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비슷한 상태로 빠져든다. 즉 한 사람이 일정 기간의 조증 단계에 있다가 이후 정반대의 상태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는 양극성 장애를 지닌 환자로 하여금 정신분열 증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받도록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제1형 양극성 장애는 조증 에피소드와 우울 에피소드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이 둘이 번갈아 나타날 때 진단된다. 우울 에피소드는 조증 단계가 오기 전 3~6개월 정도 지속된다. 제2형 양극성 장애는 주로 우울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으면서 가끔 경조증을 나타내는 사람들에게 내려진다. 이 경우는 심한 조증 에피소드를 보이지 않는다.
원인
여타 뇌 관련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양극성 장애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유전적 요소, 신경생물학, 정신약물학, 내분비 기능, 두뇌 영상학 등의 영역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치료
약물치료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약물의 부작용이 심하다면 전기 충격 치료를 실시할 수도 있다. 이차적 장애를 방지하고 사회 적응력을 향상하기 위하여 의사소통 기술, 불안 감소 훈련, 사회 기술 훈련 등의 인지 행동적 치료와 자살 사고, 자살 시도 등에 대한 환자와 주변인의 교육 등이 도움이 된다. 양극성 장애는 치료가 어려운 편이다.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사랑은 왜 금지하는 걸까?
영화 속 리비 보웬 박사는 환자 존스를 치료하던 도중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사랑을 선택하기 위해 의사직을 그만두었다. 현실적으로 정신과 의사는 환자와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사랑을 금지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윤리적 이유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권력과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의사는 환자의 개인적이고 민감한 정보를 알고 있으며, 이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비대칭적 권력을 제공한다. 낭만적인 관계라 할지라도 불공정하거나 착취적인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법적 문제다. 많은 국가에서 의사와 환자 간의 연애 관계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지침은 '의사는 진료 관계가 종료되기 이전에는 환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경우라 할지라도 환자와 성적 접촉을 비롯하여 애정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한다. 미국 정신과학회는 환자와의 성적인 행동은 비윤리적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미국 심리학회는 치료 종결 후 2년 이전까지는 환자와의 성적 관계를 엄격히 금지한다. 만약 위반하게 되면 의사는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자격 정지나 면허 취소와 같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셋째, 치료적 측면이다. 연애 감정이 개입되면, 의사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져 환자의 치료 계획 수립과 실행에 있어 중대한 장애가 될 수 있다. 또한, 환자는 의사의 감정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의사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환자는 심리적 혼란을 겪을 수 있어 치료 효과에 방해가 된다.
넷째, 전문직의 신뢰성 문제다. 의사는 환자에게 신뢰받아야 하는 존재다. 그러나 환자와의 연애 관계는 의사의 전문성을 훼손할 수 있어 다른 환자들이나 동료 의사들 사이에서의 신뢰도 역시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전체 의료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정신과 의사는 환자와의 연애 관계를 피해야 한다. 이는 환자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치료 과정의 효과성을 유지하며, 의사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