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의 기적'은 기면성 뇌염 환자들과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던 의사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닥터 '올리버 색스' 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당시 파킨슨병 치료제인 L-DOPA가 학계에 보고되자 닥터 세이어는 환자를 깨우기 위한 일념으로 환자들에게 투약을 하여 단기간이지만 그들에게 삶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었다. 모든 의사가 세이어같은 인간애와 열정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의료 분쟁을 멈추고 한국 의료계가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부탁한다.
영화 '사랑의 기적'
'사랑의 기적'은 1990년 로버트 드니로(레너드 역), 로빈 윌리엄스( 닥터 세이어 역)가 주연한 미국 영화다. 이 영화는 '올리버 색스'라는 의사의 논픽션을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기면증 환자들을 깨우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촬영에 앞서 기면증 환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실제 환자들의 모습을 담은 닥터 색스의 기록필름을 보고 연기 연습을 했고, 로빈 윌리엄스와 로버트 드니로는 병원에서 색스와 함께 지내며 캐릭터 분석을 했다고 한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로버트 드니로)을 비롯한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레너드의 병세는 11살 무렵, 학교에서 필기를 하던 중 손이 떨리는 증세로 시작된다. 호전되지 않고 악화되자 병원에 입원하는데 영혼은 잠들고 육신만 살아 있는 기면증 환자가 되어 30년을 병상에서 보낸다. 병원에 새로 부임한 닥터 세이어는 기면증 환자들을 돌보는데, 이들은 1919년에서 1930년 사이에 일어난 기면성 뇌염 유행 희생자로 생존율 20%를 뚫고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닥터 세이어는 우연히 환자들이 던진 공을 받아내는 것을 보고, 저마다 공 받기나 익숙한 음악, 본인 이름, 피부 접촉 등 특정 자극에 긴장증을 넘어서는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한 학회에서 파킨슨병 치료제인 L-도파에 관한 강연을 듣고, 세이어는 병원의 환자들의 증세가 파킨슨병 환자와 비슷하기에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한다. 부작용을 우려한 병원 측에서는 레너드에게만 투여하는 것을 허락한다. 투약 후, 레너드는 긴장증 상태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다. 말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었으며 한 여인을 향한 설렘도 경험하지만, 약의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레너드는 곧 틱 증상을 보였고 전신에 연축이 일어나면서 거의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호전되었던 다른 환자들도 차차 레너드 뒤를 따른다.
기면성 뇌염
기면성 뇌염은 뇌염의 한 종류를 말한다. 신경학자 콘스탄틴 폰 에코노모에 의해 1917년 처음 발견되어 에코노모형 유행성 뇌염으로도 불린다.
1915~1926년 기면성 뇌염 유행
1916년~1917년 겨울, 오스트리아의 빈 및 여러 도시에 갑자기 이 질병이 나타나 3년 동안 전 세계로 빠르게 퍼졌다. 당시에 발병 보고가 전해지긴 했지만, 전시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콘스탄틴 폰 에코노모가 사망한 환자의 뇌에서 독특한 패턴을 파악하고 기면성 뇌염이라 이름 짓기 전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가 이러한 발견을 하기 불과 열흘 전, 장 르네 크루셰는 프랑스에서 발생한 40건의 '아급성 뇌척수염'에 대해 기록한 바 있다. 1927년 갑자기 사라진 미스터리한 질병이다.
전염병이 창궐한 10년 동안, 거의 5백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했거나 삶이 파괴되었다. 이 전염병의 유행은 1918년 인플루엔자 대유행과 동시에 발생하여, 인플루엔자와 뇌염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기생충에 의한 기면성 뇌염
아프리카 수면병이라고 불리는데 '트리파노소마 브루케이'라는 독기생충에 의해 신경학적 손상을 입어 발생한다. 처음에 기생충에 물리면 두통, 발진 등이 생기고 점차 기생충이 뇌혈관 벽을 통과해 중앙 신경조직에 침입, 수면 주기에 혼란을 겪게 된다. 이후 여러 합병증으로 이어져 끝내 치명적인 코마 상태에 이르러 사망한다. 지난 2008년에 무려 4만 8000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사하라 사막의 몇몇 국가에서는 그 발병률이 특히 높으며 현재 5만에서 7만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체첸 파리에 의해 병원체가 옮겨지기 때문에 감염률과 치사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증상
발병했을 때 증상은 고열, 인후통, 두통, 기면증, 다지증이 나타난 후 수면과 각성의 장애, 긴장증 등의 정신적 증세가 나타난다. 또 다른 증상은 눈의 움직임이 이상해지며, 근육통, 떨림, 목 경직 등의 파킨슨병과 함께 정신증과 유사한 행동 변화도 보인다. 틱 장애의 일종인 강박적 외침도 때때로 나타난다. 심각한 경우 영화 속의 환자들처럼 에너지, 자극, 힘, 활기, 동기, 식욕, 애정 또는 욕망이 결여된 채 하루 종일 의자에 꼼짝도 않고 말문이 막힌 상태로 앉아 있다. 때론 얼어붙은 듯 서 있기도 한다. 그들은 삶의 느낌을 전달하지도 느끼지도 못한다. 유령처럼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인다.
치료
올리버 색스는 1960년대 브롱크스의 베스 아브라함 병원에서 기면성 뇌염 환자를 진료하면서 파킨슨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유사한 증상에 대한 치료제로 막 인식되기 시작한 엘도파(L-DOPA)를 도입하였다. 이 약은 도파민의 전구체로 파킨슨 환자들의 운동능력을 회복시켜 준다. 파킨슨 병은 중뇌 일부가 퇴화하여 신경계에 도파민이 부족하여 운동장애가 생기는 병이다. 하지만 기면성 환자들에게 처방한 결과 잠시 정신 능력을 회복했지만 심한 부작용이 발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이 사례가 바로 영화의 소재였다.
현재는 초기 단계에서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면성 뇌염에서 나타나는 많은 증상은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며 레보도파와 같은 항파킨슨 약물이 효과적일 수 있다. 수면제 졸피뎀도 이 상태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보고되었다.
한국 의료계에 부탁
영화 속 배인브리지 병원의 환자들은 만성질환자들이다. 기면성 뇌염 환자뿐 아니라 거동이 불가능한 병명도 모르는 환자들이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치료가 아니라 맥박과 체온을 재는 등의 단순한 행위만 이루어진다.
그러나 세이어 박사는 우연찮게 이들이 공을 받아내는 것을 보고 내면은 살아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들의 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다. 환자의 이름을 부르거나 음악을 들려주거나 인간적인 접촉을 갖는다. 세이어 박사는 비록 개인적으로는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서툴지만 누구보다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마음으로 주의 깊게 눈여겨보는 의사였다. 일시적이기는 했지만 세이어 박사의 노력으로 30여 년간 잠들어있다 깨어난 기면증 환자 레너드와 환자들에게 일상적인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돌려주었다.
현재 한국은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진행 중이다. 의대생 정원 수를 늘리는 문제가 관건인데, 의료인들의 관심사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세이어 박사와 같이 환자에 대한 관심과 정성이 있다면 지금의 의료행위 중지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이어 박사와 같은 경지에 이르지 않더라도 속히 한국 의료계가 정상적인 의료 체계를 갖추길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