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칸 뷰티'는 미국 중산층 가정의 허상을 보여준다. 주인공 레스터 번햄의 아내 캐롤린은 야망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연극성 성격장애를 보인다. 그녀의 어떠한 모습이 이에 해당되는지 알아본다. 비록 가정 구성원들이 심리 정서적으로 문제를 보여 해체의 위험에 처하지만, 가족 울타리에서 다시 봉합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가족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
'아메리칸 뷰티'는 1999년 샘 멘데스 감독의 미국 드라마 영화다. 영화의 제목 뜻은 가장 고급스러운 장미의 이름, 금발에 파란 눈을 지닌 미국 미인, 일상에서 느끼는 소박한 아름다움'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이 영화는 개봉되었을 때 호평을 받았으며, 제7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남우주연상(케빈 스페이시)을 포함한 5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미국 중산층 가정의 허상을 유머러스하게 폭로하면서도 전통적인 가족주의의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를 봉합하는 균형감각을 보여주었다.
레스터 번햄은 갱년기의 중년 남성으로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다. 그의 아내 캐롤린은 야망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대외적인 이미지에만 신경 쓴다. 캐롤린은 경쟁 부동산 업자 버디 케인과 바람을 피우지만 레스터 번햄은 무관심하게 반응한다. 16살 사춘기 딸 제인은 낮은 자존감을 가졌으며 부모를 혐오한다. 이웃에 퇴역 해군 대령 프랭크 핏츠와 그의 소심한 아내 바바라, 역시 10대 아들인 리키가 이사 온다. 제인은 리키와 가까워진다. 레스터 번햄은 어느 날, 고등학교 농구 시합에 참가했다가 딸의 친구인 치어리더 엔젤라 헤이즈를 보고 반해 성적 환상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시작하고 리키에게 대마초도 사서 피우면서 삶을 적극적으로 바꿔나가기 시작한다.
프랑크피츠는 아들 리키와 레스터의 관계를 동성애로 오해한다. 리키는 평소에 주변의 모든 것을 비디오로 찍는 습관이 있는데, 비디오 중에 레스터가 알몸으로 운동을 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확신하게 된다. 결국 그는 아들 리키를 동성애자라고 욕하고 때렸으며 집에서 쫓아낸다. 레스터는 엔젤라가 유혹했지만, 처녀인 것을 알고 그만둔다. 대신 엔젤라를 위로해 준다. 프랭크 피츠는 레스터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났다고 생각하여 총으로 레스터 머리를 겨눈다. 죽어가는 레스터의 내레이션은 그의 삶에서 의미 있었던 경험을 묘사하고 이 세상에 수많은 아름다움이 있기에 자신은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연극성 성격 장애
연극성 성격 장애는 끊임없이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고 주목받기 위하여 유혹적인 행동이나 과장된 표현 등을 사용하는 성격장애의 일종이다. 과거에는 히스테리 성격장애로 불렸으며 성격장애 중 극적이며 변덕스러운 유형으로서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거나 이용하는 특징을 보이는 B유형의 성격장애에 포함된다.
이 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매우 극적이며 연극적인 행동을 보이는데, 과장된 감정표현,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언어표현 등이 특징이다. 자기중심적인 태도, 사람을 교묘하게 조정하고 과다약물을 복용하여 자살을 시도하는 등의 극적인 신체적 행동을 보인다. 작은 사건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반응하며, 행동이나 언어 표현이 미성숙하고 허영심이 많으며 감정표현을 많이 한다. 사람들에게서 언제나 주목받기를 원하며 자신에게 관심이 오지 않으면 못 견뎌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본 사람에게도 매우 친근하게 대하거나 부적절한 농담이나 접촉, 유혹적인 행동 등을 하고 때로는 신체적인 질병을 통하여 관심과 돌봄을 유도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인정받기를 원하고 지나친 요구를 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며, 갈등을 자주 유발하여 인간관계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아내 캐롤린의 연극성 성격 장애
캐롤린은 멜로드라마에 나올 법한 명백한 연극성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돋보이는 품위 있는 옷 위주로 입고, 외모를 꾸민다. 부동산 대리인으로 구매 의사가 없는 판매자에게 집의 외관을 과장되게 표현한다. 자신의 밝은 미소와 얄팍한 친절만으로는 집을 팔 수 없다는 현실에 처하자 그녀는 과도한 감정을 드러내며 무너져 버린다. 자신의 얼굴을 때리고 발을 세게 구르면서 "닥쳐! 그만해! 넌 약해 빠졌어! 이 어린애야! 닥쳐! 닥쳐!"라고 소리친다.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아주 큰 소리로 웃거나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 캐롤린은 자신이 원하는 남자와 있을 때면, 히스테리적인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갑자기 진지해진다. 연극성 성격은 대체로 쉽게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애처롭게 울다가도 금세 화를 내면서 딸의 뺨을 때리기도 한다. 캐롤린은 '자신 말고는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라는 부동산 중개인의 신조를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숭배하면서 이를 삶에서 깨우쳐야 할 가장 중요한 진리라고 가르친다. 요약하면, 연극성 성격장애를 가진 캐롤린은 실질적인 내용보다 남에게 보여주는 외형과 스타일을 매우 중시한다.
원인
전통적인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양육 초기(구강기)에 어머니의 보살핌을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연극성 성격장애로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어머니로부터의 애정 어린 양육이 결핍되었을 때 아버지를 통해 보상받으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부풀려 표현하는 행동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또한 인지적으로 산만하고 구체적인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을 억압하고 부정하는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성장배경이나 양육환경만으로 모든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으며, 현재는 개인이 타고나는 기질 역시 성격장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단/검사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체계 중의 하나인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편에는 다음 중 다섯 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에 진단 가능하다고 정의하고 있다.
1) 자신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2)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부적절할 정도로 성적으로 유혹적이거나 자극적이다.
3) 감정 표현이 자주 바뀌고 피상적이다.
4) 자신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 외모를 이용한다.
5) 연극적인 방식으로 말을 하고, 말하는 내용에 세부적인 사항이 결여되어 있다.
6) 자신을 극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연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감정을 과장해서 표현한다.
7) 피암시성이 높아서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8)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실제보다 더 친밀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단기준에 해당하는 항목이 몇 개인지를 단순히 따져서 비전문가가 함부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어떤 성격적인 특성을 가진 사람을 성격장애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성격적인 측면의 특징뿐만 아니라, 어떠한 정신적인 성장 배경에서 그러한 성격이 형성되었고, 그러한 특징이 그 개인의 성격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지, 주어진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얼마나 손상되어 있고, 그 성격으로 인해 한 개인의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의 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가족 울타리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불행한 삶을 살고 있으며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한다. 부모에 대한 불만과 컴플렉스로 힘겨워하는 제인, 정신적 외상 속에서 살아가는 리키,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타인의 주목을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연극성 성격장애의 캐롤린, 보수적인 가치관의 고수로 아내와 아들을 비극적인 삶으로 몰아가는 프랭크는 모두 외롭고 가련한 사람들이다. 비록 비뚤어진 방향으로 표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추하고 비극적인 삶 속에는 가족애가 자리하며 영화는 냉정한 시선 속에서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레스터는 엔젤라의 유혹에 그녀가 처녀라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의 자리로 돌아온다.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그의 내레이션은 아내와 딸과의 즐거웠던 한 때를 포함해 삶의 한가운데에 편재한 삶의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중년의 위기를 겪은 한 가장의 일탈은 이렇게 안전한 가족주의의 울타리 속에서 봉합된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 주요 5개 부문을 휩쓴 이유도 미국적인 가치를 풍자하면서도 가족이라는 보수적인 테두리를 폄하하지 않고 포용의 제스처를 취한 균형 감각에 있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