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잠'은 수면장애의 한 유형인 몽유병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몽유상태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공포스럽고 전개는 미스터리하다. 수면장애는 현대인의 고질병인데, 과거와 달라진 환경이 그 원인이다. 수면장애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비용과 기업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다. 이에 따라 숙면에 관한 사업에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슬리포노믹스라고 한다.
영화 '잠(sleep)'
영화 '잠(sleep)'은 2023년 개봉한 대한민국의 공포 미스터리 영화다.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제76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
남편 현수와 부인인 수진은 출산을 기다리는 행복한 신혼부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잠에서 깬 현수가 '누가 들어왔어'라고 내뱉더니 다시 조용히 잠이 든다. 잠꼬대라고 여겼지만, 사태는 점점 심각해진다. 한밤 중에 일어나 냉장고에서 살아있는 생선을 먹거나, 창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한다. 의사로부터 몽유병 진단을 받자 수진은 부부가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반려견이 냉장고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출산까지 임박해지자 수진은 현수의 상황에 불안해한다. 그러자 수진의 어머니는 무당을 초대해 굿을 한다.
무당은 수진에게 "두 남자와 함께 살고 있구먼"이라고 말하며 현수에게 귀신이 들렸다고 한다. 무당이 주고 간 부적 덕분에 현수의 몽유병은 사라진 듯했다. 수진은 귀신이 말한 남자가 이미 죽은 아래층 할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진은 혹시 아기를 해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며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정신적 문제를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영화 전반은 남편의 수면 장애 현상으로, 중반부터는 무당의 말을 신뢰해 점점 미쳐가는 아내의 모습이 팽팽한 긴장을 준다. 남편 현수는 아내의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할아버지 역할을 하고 부인에게 떠나가는 모습을 연출해 보여준다. 영화는 결말을 명확하게 처리하지 않아, 관객은 남편이 할아버지를 연기했다는 가능성과 남편 현수가 귀신이 들려 빙의됐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수면장애
수면
수면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지만 주로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가역적, 반복적, 정상적으로 정지되어 있는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정의한다. 수면은 뇌의 활동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다른 신체 부위의 생리학적 변화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인간의 수면은 비렘수면(non-rapid eye movement-sleep)과 렘수면(rapid eye movement-sleep)으로 나눈다. 정상 성인의 밤 수면은 4~6회의 주기가 반복된다. 수면은 대개 비렘수면으로 시작하여 점점 깊은 수면으로 들어간다. 수면 시작 후 80~100분에 첫 번째 렘수면이 나타나고, 그 후로는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약 90분을 주기로 반복된다. 비렘수면은 반응소실의 깊이와 뇌파에 따라 네 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렘수면은 전체 수면 시간의 20~25%를 차지한다. 렘수면 시기에 사람은 꿈을 꾸게 되는데 렘수면 중에 깨어나면 대부분 꿈을 기억하지만 렘수면이 끝난 후에 깨어나면 꿈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삶의 3분의 1을 수면으로 보낸다. 수면을 통해 우리 몸과 마음은 피로 해복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 등 여러 가지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수면장애
수면장애는 다양한 건강문제를 야기한다.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뇌혈관 및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의 대사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국제수면장애분류에서는 수면장애를 크게 불면증, 수면호흡장애, 수면과다증, 수면-각성주기의 장애, 사건수면 등의 범주로 나눈다. 각 범주마다 세부 수면질환이 포함되며, 세부 질환에 따라 원인과 자연 경과, 의학적 심각성 등이 다르므로 적절한 의학적 평가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불면증은 잠들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거나, 잠든 후 자주 깨거나, 새벽에 너무 일찍 깨어 다시 잠들기 어렵거나,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불면증상과 함께 낮 시간 동안의 기능장애를 동반하는 상태를 불면질환 또는 불면장애라 한다. 우울, 불안 등 정서증상에 동반된 불면증이나 야간 호흡곤란, 야간 천식발작 등 신체증상에 동반된 불면증 그리고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차 불면증 등이 있다. 국내 성인의 20% 이상이 불면을 호소한다. 불면증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좀 더 흔하며 노인층의 불면증을 포함한 수면질환은 중대한 건강문제다.
수면호흡장애는 자는 도중 호흡이 멈추거나 호흡이 얕아지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러한 호흡사건이 반복되면 수면의 질이 저하되고, 자는 동안 체내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심혈관계, 뇌혈관계 합병증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코골이, 아침 두통, 낮 시간의 피로감, 짜증, 주간 졸림, 집중력 및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을 흔히 호소하게 되지만, 주관적 증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수면과다증은 낮 시간 동안의 피로 혹은 졸음으로 인해 활동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뜻한다. 장시간 수면을 취한 후에도 낮시간 동안 졸음을 느낄 수 있어 과도한 주간 졸음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면-각성주기의 장애는 우리 몸의 생체시계 리듬이 환경의 밤낮 리듬과 일치하지 않아 적절한 시간대에 잠을 잘 수 없고, 깨어있고자 하는 시간대에는 과도한 졸림이 생기는 상태다. 현대 사회에서는 실내 활동시간의 증가, 야간 빛 노출과 야간 활동의 증가, 교대근무의 증가 등으로 수면-각성주기 장애가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에서는 지나치게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위상 지연증후군이 비교적 흔하고, 노인에서는 이른 저녁 시간부터 졸려 새벽 내내 깨어 있게 되는 수면위상 전진증후군이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시차 증후군, 교대근무 수면장애, 백야나 극야가 지속되는 환경에서의 비 24시간 주기 수면각성장애 등이 이에 속한다.
사건수면이란 우리가 잠자는 도중이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생리적 사건을 말한다. 수면보행증(몽유병), 야경증, 수면마비(가위눌림), 수면섭식장애, 악몽장애, 야뇨증, 렘수면행동장애, 하지불안증후군 등 다양한 사건수면이 있다. 각 현상마다 의학적 심각성이나 자연 경과가 다르다. 특히 자는 동안 위험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에는 크게 다칠 수 있으므로 안전한 침실환경을 유지하고, 동반질환을 적절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슬리포노믹스 (sleep + Economics)
슬리포노믹스 (sleep + Economics)는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숙면에 도움이 되는 제품에 돈을 투자하는 현상을 뜻한다. 2000년대 들어 수면 관련사업이 증가추세다. 현대인은 장시간 노동, 교대제 근무의 상시화, 스트레스, 물질 남용, 전자기기의 장시간 이용 등의 이유로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수면 메커니즘은 개인의 건강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 증가와 기업의 이익 및 생산성에 기여한다. 이에 기업은 구성원들의 건강경영관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면질의 중요성이 널리 퍼졌지만,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주중 평균 6시간 42분, 주말 평균 7시간 49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이다. 회원국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27분이었다. 건강 관리 트렌드와 함께 '숙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대폭 늘어나면서 수면 관련제품 시장은 3조 원 이상으로 증가추세다.
20224년 4월 10일에 KB금융그룹 KB경영 연구소는 '돈 도는 잠, 슬리포노믹스 (sleep + Economics)'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현대인의 고질병인 수면장애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향후 시장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2018년 85만 5000명에서 2022년 109만 8000명으로 4년간 28.5% 늘었다.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그동안 의료기기 기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제품 개발이 이루어졌으나 향후에는 이종 분야 기업진출과 협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에 수면무호흡증 감지 기능을 추가해, 착용자에게 고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고, 삼성은 주요 미래 전략 중 하나가 수면 관련 사업이라고 밝혔다. 금융사들은 고객 수면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을 통한 슬리포노믹스 시장 진출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