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정신심리적인 원인도 있지만 뇌와 관련된 신경생물학적 요인 또한 우울증 발병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우울증의 뇌 구조는 정상인과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도 문제가 있다. 우울증은 DSM-5 분류체계에 따라 5가지로 분류된다.
우울증의 뇌 구조
우울증 환자는 겉으로 보이는 행동도 그렇지만 뇌 구조도 정상인과 차이가 있다. 우울증의 뇌 구조는 뇌 스캔 기술인 MRI (자기 공명 영상 촬영) 및 fMRI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을 사용하여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다. 우울증 환자의 뇌 구조는 정상적인 뇌와 비교했을 때 몇 가지 차이를 보인다.
먼저 해마의 변화가 눈에 띈다. 해마는 기억, 학습, 신경 발생, 내분비 조절과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데, 우울증 환자에서는 해마 부피의 감소와 해마 기능의 하나인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이 저하되는 것이 관찰된다. 이는 우울증 환자의 기억력 저하와 음울한 감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전두엽의 변화다. 전두엽은 의사결정 능력, 감정 조절, 사회적 상호작용 등의 고차원적인 영역을 관장하는 영역이다. 우울증 환자에서는 전두엽의 부피나 활성화 수준이 변화한다. 전두엽의 부피가 감소하거나 기능적인 변화의 결과로 의사결정 능력 저하, 감정 조절의 어려움, 사회적 인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변연계의 일부인 전대상피질의 위축 소견도 발견된다. 이는 전대상피질이 이성과 감정 사이에 적절한 선택, 특히 사회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갈등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그 기능이 저하됨을 시사한다. 피질두부두개부는 감정 및 운동 제어와 관련된 영역이다. 우울증 환자에서는 이 부위에서도 구조적 변화인 부피 감소가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운동 기능 저하가 나타난다.
우울증은 정신심리적인 원인도 있지만, 이처럼 뇌와 관련된 신경생물학적 요인 또한 우울증 발병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신경전달물질
우울증 원인으로 뇌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 보고되고 있다. 외부의 자극은 끊임없이 우리의 뇌로 다양한 정보를 보내 준다. 이러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뇌의 신경 세포에서 전기적 신호를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경전달물질은 어느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를 전달할 때, 전기적 신호가 할 수 없는 정보전달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이다. 하지만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은 독립적으로 각각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신경전달물질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몇 가지의 신경전달물질로 우울증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은 기분, 수면, 기억력, 인지 기능, 충동 조절, 불안, 식욕 등과 연관이 있다. 특히 행복감에 관여하는 전달물질이라 하여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의 뇌는 세로토닌이 감소되어 있고, 세로토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전구물질인 트립토판이 부족하다. 여러 종류의 우울증 치료 중 많이 알려진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는 우울증 환자의 뇌세포에서 세로토닌을 다시 흡수하는 것을 막아, 뇌에서 부족한 세로토닌을 증가시킨다. 대표적인 약물로 플루옥세틴, 파록세틴 등이 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에너지와 흥미, 동기 부여 등의 기능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되는데 심장박동수 증가와 말초신경을 수축시켜 혈압을 상승시킨다. 노르에피네프린이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과거 뇌신경세포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막는 약물들이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대포적 약물로 이미프라민이 있다.
도파민은 운동기능의 조절, 새로운 것에 대한 탐색, 주의력, 성취감, 내적 동기의 활성과 연관이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의 분비에 이상이 생겨 과다 분비되면 조현병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중독 등의 질환이 발생한다. 반대로 부족하게 분비되면 운동기능의 감소나 근육 경직을 보이는 파킨슨과 같은 질환이 생긴다. 도파민은 신체뿐만 아니라 감정의 강직도 오기 때문에 무기력, 무감각과 같은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들이 함께 오는 것이다.
우울증의 분류
우울증은 다양한 형태와 심각도를 가지며, 다양한 분류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 주로 사용되는 분류 기준 중 하나는 DSM-5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제 5판)에서 제시하는 것이다. DSM-5에 따르면 우울증은 5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주요 우울성 장애다. 최소한 2주 동안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특징으로 한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되는 증상은 피로, 에너지 부족, 자살 생각 등이 포함된다.
둘째, 지속성 우울성 장애다. 이전에 '우울증'이라고 알려진 이 질병은 최소한 2년 동안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우울증은 주로 만성적인 우울감과 희미한 즐거움 또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으로 특징화된다.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증상이지만, 주요 우울증보다는 경도로 나타난다.
셋째, 조울성 우울성 장애다. 이것은 소아 및 청소년에서 빈번한 분노 발작과 지속적인 우울한 기분을 특징으로 한다. 자주 발작적이며, 기분이 불안정하며 과도한 분노를 경험한다. 이러한 증상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며, 사회 및 학업적인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넷째, 이차성 우울증이다. 이차성 우울은 주로 기저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며, 신체적 또는 정신적 질환, 약물 중독, 건강 문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조절하지 않은 우울증이다. 이 유형은 일반적인 우울증의 분류 기준에 해당하지 않지만, 여전히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고 증상이 심각할 수 있다. 이러한 분류 체계는 우울증의 다양한 형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각 유형은 서로 다른 치료 전략이나 접근 방법을 필요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