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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인지능력, 자제력과 성공? 더 나은 상황 만들기

by 빛의 라 2024. 2. 23.

유한한 인지능력이란 인간이 의식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는 역량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의지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제력과 성공을 동일시한다. 물론 맞다. 하지만 유한한 자원인 의지와 자제력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더 나은 상황 만들기라는 전략으로 힘들이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유한한 인지 능력

 

우리 인류에게 유한한 인지 능력이 있다니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이룬 눈부신 문명을 본다면 우리의 인지 능력은 무한해 보인다. 인류는 복잡한 실내 배관을 설계했고, 사막 위에 도시를 세웠으며 하늘과 우주, 바다, 땅 속을 누빈다. 세계 곳곳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지구촌이 되었다. 컴퓨터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이제 그들에게 학습을 시켜 사람의 일들을 대신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인간 두뇌의 실행제어 기능의 강력한 힘을 알고 있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이 능력은 본질적으로 우리의 진을 뺀다. 금세 피곤하고 지치게 한다. 무언가를 계속 고민하고 선택하는 일은 엄청나게 큰 정신력을 소모시킨다. 엘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인간의 실행제어 기능을 이렇게 묘사한다. " 생각하는 일은 전투에서 기병대의 돌격과도 같다. 숫자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 오직 결정적 순간에만 동원해야 한다" 전투에서 기병대는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이다. 소수의 정예 병력만으로 보병의 밀집대형을 무너뜨릴 수 있고, 불리한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조심히 다루고 아껴 두었다가 투입 시점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심리학자들은 생각하는 일, 즉 인간의 실행제어 기능이 마치 전선의 기마부대처럼 실제 생활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비의식적 자아는 진을 빼지도, 정신력을 소모시키지도, 기회비용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습관이 아닌 엉뚱한 것에 집중하고 있는 걸까?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자제력과 성공?

 

스텐퍼드 대학교 부설 징 유치원 아이들의 '마시멜로 실험'은 자제력 실험으로 유명하다. 자제력이 강하면 커서도 성공한다는 공식을 세운 실험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접시 위에 놓인 작은 마시멜로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지금 먹지 않고 15분을 기다리면 두 개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약 75퍼센트의 아이들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어버렸다. 다른 과자로 진행된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15분을 참아내어 두 개를 얻은 아이들은 어떻게 유혹을 견뎠을까?  4분의 1의 아이들은 '주의분산 전략'을 사용했다. 노래를 부르거나 의자를 만지작거렸다. 연구는 더 나아가 그 아이들의 청소년기와 성인기를 추적했다. 청소년기에 학교 성적은 더 좋았고, 미국의 대입 자격시험 SAT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신체질량지수도 더 낮았고 몸무게도 덜 나갔다. 이제 '자제력이 강한 아이가 커서 성공한다'는 것은 종교에 버금가는 진리가 되었다.

그러나 사실 그 당시 실험 중 밝혀지지 않은 내용이 있다.  연구자들은 어떤 아이에겐 마시멜로를 보여줬고 어떤 아이에겐 마시멜로를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15분을 기다리면 하나를 더 준다는 약속은 같다. 마시멜로가 안 보이는 곳에 있을 때 아이들은 약 10분을 기다렸지만, 바로 눈 앞에눈앞에 있을 때는 6분이었다. 이 '4분'의 힘은 자제력이 아니라 상황이다. 그렇다면 더 오래 버틴 모든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더 성공적인 삶을 살았을까를 추적하면 그 둘 사이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마시멜로를 눈앞에서 봤어도 15분을 어떻게든 견뎌낸 아이들이 이후의 삶에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가 이 실험의 목적이었으므로 그들은 제외한 결과다. 이 마시멜로 실험은 심리학의 역사에서 매우 유명하지만 가장 잘 이해되지 못한 연구로 평가된다. 

 

 

더 나은 상황 만들기

 

더 나은 상황 만들기란 심리학 용어로 '상황제어 전략'이다. 상황제어란 행동 치료의 한 기법으로 환경을 바꾸거나 재배열하는 것을 말한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웬디 우드 교수는 학생들에게 계획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해냈을 때, 자제력을 발휘하여 유혹을 피한 사례들을 모았다. 대학생들은 일상에서 '주의분산' 전략이 성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의지력으로는 그 상황을 바꾸지 못했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유혹이 닥칠 상황자체를 제거하거나 고의적으로 피했다고 답을 주었다. 편안한 침대가 있는 집을 떠나 도서관으로 갔고, 냉장고의 초콜릿 케이크를 아예 버렸다. 대학생들 역시 유치원생들처럼 마시멜로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춰버리는 것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데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제력이란 곧 '순전한 의지력의 힘'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믿음 '자제력이 높은 사람이 자제력이 낮은 사람보다 성공한다'는 말의 정확한 표현은 자제력이 강한 사람이란 의지력이 강하고 금욕적인 사람이 아니라 단지 자동화에 더 능숙한 사람일 뿐이다. 다양한 실험과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자제력 평가법의 최초 고안자 중 한 명인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자제력 높은 사람들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첫째 그들은 바람직하지 않은 욕구를 경험하지 않는다. 둘째,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같은 일을 반복함으로써 습관을 형성하는 방법을 안다. 무너질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의지를 믿기 보다 자신을 더 나은 상황에 놓이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