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의식적 자아를 가진 존재라고 자부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 무의식의 영역이 더 크기에 무의식이 지시하는 습관의 힘은 불가항력적 힘을 가진다. 때로는 우리의 삶에서 양날의 검이 된 습관을 보게 된다. 대표적으로 현대인 손에 들린 무기가 된 스마트폰의 심각성에 대해 알아본다.
의식적 자아의 인간일까?
인간은 자신의 모든 행동이 의식적 자아에 의해 이성적 판단을 한 후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잠들기 전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동이 사랑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여긴다. 슈퍼마켓의 특가 상품을 확인하는 이유는 경제적 관념을 가진 이성의 판단이라 믿는다. 차에 탈 때마다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신체를 보호하려는 타당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생각, 감정, 의도에 대해 인간의 과도한 신념을 가리켜 '내성 착각'이라고 부른다. 이런 인지적 편향성을 가진 인간은 자신의 모든 행동이 의식적 자아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과대평가한다. 이는 그릇된 믿음이다. 우리의 삶에서 습관이 성취한 공을 의식적 자아가 자신의 몫인 양 가로채는 일은 당연시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의식과 이성의 능력을 이토록 숭배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은 경험 중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보이는 부분이 실제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이 더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팀 윌슨은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도 '이방인'같은 낯선 존재라고 했다.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 사실은 정말 모르는 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멍청해서가 아니고, 우리의 많은 선택과 결정은 의식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의식은 아주 한정된 용량의 값비싼 자원이다.
따라서 정말 중요한 것만 선별적으로 기억하고 생각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수많은 선택과 행동은 의식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이루어진다.
양날의 검 습관
때로 습관은 양날의 검으로 우리를 위협한다. 뇌는 인체에 2퍼센트를 차지하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뇌는 의식이 관여하는 일 즉 사고나 생각할 때 소비될 에너지를 아껴서 다른 영역에 효율적으로 쓰기를 원한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비의식적인 영역- 습관이라는 자동화에 넘긴다. 차를 몰아 근처 마트에 간다고 생각해 보자. 집에서 마트까지 꼭 같은 길, 똑같은 목적지, 똑같은 차, 어쩌면 쇼핑 목록도 동일할지 모른다. 이런 환경은 습관이 가장 좋아하는 조건이다. 마트로 가는 중에 우리는 대략 1800킬로그램에 달하는 탄소, 강철, 플라스틱의 융합체이자 복잡한 기하학이 적용된 위험천만한 기계를 마치 장난감 다루듯 조종해 마트 앞에 주차한다. 반복에 의해 숙련된 기술 덕에 모든 것은 '자동조종모드'로 실행된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고민이나 문제를 골똘하게 생각하고 오느라 어떻게 그곳까지 왔는지 모를 때가 있을 정도다.
모든 자동차 사고 중 절반 이상은 집에서 약 8킬로미터 이내에서 발생한다. 가까운 마트나 세탁소, 식당 등 동네를 돌아다니다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습관이 작동하는 원리, 자동화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여기는 순간, 의식적 자아는 판단과 대응을 습관에 일임하기 때문이다. 습관에 일임하는 순간부터 바깥 도로에서 벌어지는 일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 하지만 변수는 발생한다. 방심한 채 한눈을 파는 사이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갑자기 도로에 굴러든 공을 주우려는 어린이가 길 한가운데로 뛰어들거나, 노인이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내가 생각한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끌 수도 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착각한 차가 속도를 높이며 돌진할 수도 있다. 이럴 때 반응이 늦으면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차량운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다. 누군가의 목숨을 해칠 수도 있는 일조차 습관은 이렇게 무심하고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습관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의식적 자아의 실행제어 기능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습관을 제대로 활용하면 가치를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가공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무기가 된 스마트폰
무기가 된 스마트폰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은 생활의 편리한 도구로 사회적 교류, 업무 진행, 오락, 투자, 쇼핑 등 다방면에서 사용되기에 우리의 손에서 좀처럼 떠날 줄을 모른다. 그럼에도 무기가 되었다고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는 교통사고로 매년 약 4만 명의 사망자와 약 4600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 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운전 중 주의분산'이다. 우리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스마트폰이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운전 중에 문자와 카톡 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 한 손으로 핸들을 쥔 채 나머지 손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소식을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이성은 안된다고 통제하겠지만, 거의 언제나 스마트폰이 이성을 이긴다. 만약 운전하는 장소가 집 근처 익숙한 장소라면 대개의 사람들은 카톡이나 문자를 읽고 심지어 답장도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운전자 10명 중 5명은 문자를 확인하고 3~4명은 문자를 작성한다고 한다. 우리는 살인기계를 몰며 다른 일을 해대는 것이다. 차를 모는 것이 서툰 초보 운전자만이 의식적 자아에 의지하면서 순전히 운전에만 모든 주의를 집중한다. 운전 중 딴짓이 어리석은 행동임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카톡과 문자음에 반응하는 일련의 행동이 이미 습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만큼 습관의 힘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