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X'의 '노휘오'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다. 과거 마약사범을 검거하려다 윗사람의 계략으로 후배는 다치고 본인은 파면을 당했다. 억울하고 부당한 경험은 그를 매사에 분노하게 만든다. 분노의 감정은 우리의 몸과 마음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분노조절장애 치료와 일상에서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 구역의 미친 X
'이 구역의 미친 X'는 2021년 5월 24일~2021년 6월 21일까지 카카오 TV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다.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남자 주인공 '노휘오'와 그의 분노유발자이자 피해망상장애를 가진 '이민경' 두 남녀가 주인공이다. 같은 아파트 나란히 옆집에 사는 그들은 만날 때마다 다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로맨틱 드라마다.
'노휘오'는 과거 강력반 형사였다. 형사시절 마약범을 잡으러 술집으로 수색을 나갔는데, 뒤에서 누군가 술병으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고, 후배는 칼에 찔린다. 그리고 느닷없이 다른 경찰서에서 성매매 알선 조사를 핑계로 노휘오와 동료들을 체포한다. 마약범들을 잡으러 갔는데 영장발부가 안 되었고, 윗사람의 철수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노휘오가 독단적으로 마약범을 잡으려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파면까지 되었다. 이 일을 겪은 후, 그는 매사에 화가 치밀어올라 분을 삭이지 못하는 분노조절장애를 앓게 된다.
'이민경'은 과거 사랑했던 연인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다. 애인이 유부남인 줄 몰랐던 이민경은 본부인으로부터 모욕을 당했고, 회사에는 유부남을 유혹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당연히 이별을 통보하자, 그 남자는 사과는커녕 오히려 이민경을 납치폭행한다. 이 사건 이후, 그녀는 퇴사했고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에 꽃을 달아 아무도 자기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차단막을 친다. 그리고 피해망상에 시달려 '노휘오'와 같은 병원에서 상담치료를 받는다.
과거의 상처로 정상적이지 못한 그들은 만날 때마다 오해하고 의심하며 싸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점차 분노조절장애와 피해망상을 치료하게 된다.
분노조절장애
분노조절장애는 화가 나는 상황에서 분노를 통제하거나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과도한 분노의 표현으로 정신적, 신체적, 물리적 측면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피해를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분노조절장애는 정신장애 및 통계편람 DSM-Ⅴ에서 파괴적, 충동조절, 및 품행장애 분류 내의 간헐적 폭발장애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는 폭력이 동반될 수도 있는 분노의 폭발을 특징으로 하는 행동 장애다. 공격적 충동 조절의 어려움으로 파괴적 행위를 나타내는데 재산, 기물 등에서의 파괴, 언어적 공격성 등을 보인다. 예를 들면 충동적인 고함이나 비명 또는 과도한 책망 등이다.
또 다른 개념으로는 외상 후 격분장애(post-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를 들 수 있다. 이는 외상이 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그와 관련하여 부정적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며 반복적으로 그 당시의 기억에 몰입되고, 격분이나 울분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주인공 '노휘오' 역시 과거 억울하고 부당한 사건으로 인해 외상 후 격분장애를 얻게 된 것이다.
치료
분노는 불합리한 상황이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가져오는 사건, 충격을 겪은 이후에 나타나는 자연적인 감정이다. 분노는 여러 감정 중의 핵심 감정인데, 사회도덕적 기준에 맞추느라 무조건 억압하고 없애서는 안 된다. 제대로 느끼고 올바른 방법으로 표출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즉 화가 날 만한 상황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화를 내는 것은 매우 건강한 행동 중에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부당함, 좌절감, 무력감과 같이 부적응적인 형태로 지속되게 되면 격분이나 울분 등으로 이어지고 개인의 의지로 조절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분노조절장애는 이처럼 갑작스러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적이거나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화가 날만한 상황이 아니거나, 비록 화날만한 상황이라고 해도, 지나친 분노가 통제되지 않는다면 이는 치료가 필요하다.
분노조절장애는 호르몬 분비 이상, 감정조절과 관련된 뇌 영역의 기능적 이상이 원인이 되 수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학대와 같은 가정적 요인, 외상에 대한 지속적 노출과 같은 환경적 측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분노의 해결을 위해서는 분노의 원인을 탐색하고 적절한 표현방식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분노의 감정뿐만 아니라 그 기저에 존재하는 비합리적 신념이나 인지체계, 분노를 유발하는 사건이나 대상 등 원인에 대하여 깊이 있게 살펴보고 적절한 대처방식을 학습하는 것이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무의식 중에 억압된 감정들을 분석하는 전문가와의 상담치료가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현재 증세의 기저 원인은 표면적인 이유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한국의 속담 '종로에서 빰 맞고 한강에서 눈 홀긴다'처럼 무의식의 원인을 현실의 대상에게 분노로 표출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자녀가 말을 안 들어서라기보다 시댁과의 갈등, 혹은 경제적 이유, 직장이나 업무에서의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크다.
분노를 다스릴 수 있는 일상의 실천방법으로는 분노의 감정을 느낄 때 심호흡을 하거나 손등, 손가락 등을 주무르며 긴장을 해소할 수도 있다. 또, 목소리톤이 높아질 때 분노의 감정이 증폭될 수 있으므로 톤을 낮추고 침착하게 이야기하도록 노력한다 분노하게 되는 그 장소로부터 잠시 물리적으로 떨어지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분노와 건강
분노와 육체적 건강은 상관관계가 있다. 분노가 발생하면 몸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코티솔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로 인해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심박수, 혈압, 체온, 호흡률이 증가한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분노는 이러한 상황을 자주 발생시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스트레스 호르몬에 노출되면 심혈관 질환, 면역 체계장애, 소화문제 등에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 연구진은 분노 감정이 혈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미국심장협회저널에 발표했다. 피는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온몸을 돌아다니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그런데 분노의 감정을 가지면 혈관의 이완을 막아 피의 흐름을 방해하여 심혈관 질환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분노는 불안,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결론
우리는 살아가면서 분노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분노는 우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 분노의 감정 기저에는 다른 감정들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두려움이나 실망감, 좌절감, 슬픔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기저에 쌓여 있다. 그러므로 분노의 원인을 알고 바르게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분노하는 사람들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과거의 경험과 그때의 감정에 묶여있다면 현재의 자유로운 삶을 누리지 못한다. '노휘오'가 '이민경'을 만나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분노조절을 치료했듯 새로운 프로젝트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데 집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