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 속을 사는 현대는 인지 과부하 시대다. 뇌의 인지활동에는 에너지가 사용된다. 평상시의 뇌는 쉼을 원하기에 주의 필터 원칙이 적용된다. 주의 필터는 특별한 정보, 중요한 정보만 의식에 올린다. 그리고 우리 뇌는 선택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만족하기 전략을 쓴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만족함으로 다른 곳에 에너지를 사용하여 효율을 추구한다.
인지 과부하 시대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인지 과부하 시대를 살고 있다.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생산해내고 있다. 더 많은 정보가 손 안의 컴퓨터인 핸드폰에 점점 더 많이 빠르게 쌓인다. 한 연구에서 정보과학자들은 2011년 기준, 미국인이 받아들이는 정보량이 1986년에 비해 5배 늘었다고 했다. 전 세계 2만 1,274개의 TV 방송사에서는 매일 8만 5.000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송출한다. 2024년 현재는 세계의 각 개인들이 만든 영상까지 범람하니 이제는 정보량을 측정할 수도 없다.
우리 뇌는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있지만, 여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뇌세포인 뉴런은 대사를 하는 살아 있는 세포다. 뇌세포 역시 다른 세포들과 마찬가지로 살아남기 위해 산소와 포도당을 필요로 한다. 업무 관련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투자를 결정하고,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며, 틀어진 인간관계를 어떻게 회복할지 등등 중요한 문제들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소소하게 결정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결정할 것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피로가 쌓여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신경과학자들은 결정할 일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생산력이 저하되고 추진력이 상실됨을 밝혀냈다. 그리고 충동조절능력과 판단력도 저하된다고 보고했다. 우리 뇌의 첫번째 특징은 판단을 담당하는 신경 네트워크가 어느 판단이 더 우선적인지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하루에 특정 개수만큼의 판단만 내릴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그 한계에 도달하면 중요도에 상관없이 더 이상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지 과부하 시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해야 효율적으로 살 수 있을까? 바로 주의력의 도움을 받는다. 주의력은 어떤 동물이든 가장 중요한 정신적 자원이다.
주의 필터의 원칙
주의 필터의 원칙인 '변화'와 중요도'의 기능이 없었다면 모든 동물은 오감을 통해 밀려드는 정보 중 중요도를 선별하지 못해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뇌는 정교한 '변화' 탐지기다. 운전은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집중을 요하는 작업임에도 우리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면서 옆 사람과 대화를 하고 음악을 들으며 간식을 먹는다. 일정 시간 큰 변화가 없으면 뇌는 긴장이 풀리면서 주의 필터에 감시를 맡긴다.
그러다가도 무언가가 차의 앞면 유리를 스치면 주의 시스템은 그 새로운 정보를 바로 의식으로 올린다. 우리는 바로 변화에 집중해서 적절한 행동을 취한다. 밖의 상황을 살펴 그 정체를 확인한다. 그저 도로에 뒹굴던 작은 돌멩이였다는 만족스러운 설명을 찾고 나면 뇌는 다시 긴장을 풀고 낮은 수준의 의식에 의사결정권을 되돌려 준다.
주의 필터는 '중요도'를 판단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기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끄러운 클럽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바로 내 귀에 꽂힌다. 그리고 친구의 말소리는 시끄러운 와중에도 들려 대화를 이어갈 수도 있다. 뇌세포는 에너지를 아끼는 전략으로 익숙하고 반복된 행위를 무의식의 습관 영역으로 넘기지만, 주의 필터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하면 의식을 소환한다. 그러나 한편, 이 기능 때문에 우리는 종종 주변의 아름다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여기서 기억할 것은 주의력 역시 한계가 있는 자원이다. 우리가 동시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대상은 그 개수가 분명하게 제한되어 있다. 모르는 길에 접어들면 우리는 라디오를 끄거나 볼륨을 낮춘다. 멀티태스킹이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목표한 바를 달성하겠다고 계획했다면 주의 필터의 두 가지 원칙 '변화'와 '중요도'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주의력 대상의 개수가 정해졌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은 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만족하기 전략
'만족하기 전략'은 노벨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이 만든 용어다. 사이먼은 조직론과 정보처리 분야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다. 우리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닌 한 '이 정도면 됐다' 에서 만족하고 판단과 선택을 중지한다.
옷 세탁을 위해 세탁소를 찾으려고 한다면 거리가 가까운 세탁소를 찾지, 최고를 찾아 모든 곳의 세탁소를 돌아다니며 비교하지 않는다. 무난하게 생활을 꾸려 나가는 데 그 정도면 만족하다고 생각하고 산다. 집 청소를 할 때도 '만족하기 전략'이 사용된다. 거울표면의 얼룩, 타일 사이에 낀 물 때, 창틀과 문틀의 먼지까지 매번 청소할 때마다 하지 않는다. 이 모든 부분까지 꼼꼼하게 닦아야 제대로 된 청소로 집이 완벽하게 깨끗해짐을 알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들어가는 노력과 거기서 나오는 혜택 사이에서 일종의 평형상태를 찾는 것이다. 이런 비용과 혜택 분석이 바로 '만족하기'의 핵심이다. '만족하기 전략'은 우리가 생산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 그럼으로써 중요한 일에 대해서 더 집중하고 노력할 수 있게 된다.
이 전략은 뇌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 뿐 아니라, 정서적 만족감에도 기여한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성인들은 과학적 지식이 없었음에도 통찰을 통하여 이미 '만족하기 전략'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설파했다. 이 전략은 인문학적 관점으로 보든 과학적 원리로 보든 모두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