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뇌가 디지털을 읽는 뇌로 이동하고 있다.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의 읽기가 오락의 한 종류로 소비되지 않도록 디지털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사실 읽는 뇌는 생리적인 실채일 뿐 아니라 인간 지성과 덕성 확장의 은유다. 깊이 읽음으로 얻어지는 분석,비판적 사고 등 고도의 인지 활동은 민주 사회의 함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읽는 뇌 디지털로 이동
현재 우리 인류는 책을 읽는 뇌에서 디지털 스크린을 읽는 뇌로 이동 중이다. 텍스트를 유창하게 읽는다는 것은 단어나 문장의 뜻을 알고 해석하는 데서 나아가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관한 지식까지 포함된다. 연결과 관련된 활동이다. 즉 우리가 읽는다는 것에은 느끼는 것, 느끼는 것을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을 삶의 방식에 연결 짓는 일체의 행위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다. 우리가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기억한다면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아이가 혼자 이야기를 오락으로 소비하지 않도록 부모가 적극적으로 아이의 어휘 학습을 지원하고 상호작용을 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과 책의 중간 형태이면서 부모와 아이 사이의 인간적 상호작용으로 설계된 장르가 있다.
예를 들어 ThinkRBook은 신시아 브라질과 앤젤라 창이 만든 연구용 기기다. 아이가 스크린 위의 단어를 터치하면 미리 녹음된 소리가 나온다. 엄마나 아이 자신의 소리면 좋다. 단어를 터치하면 그 단어의 다양한 행동과 속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텍스트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이야기의 전체 서사를 바꿀 수도 있다. 그리고 대화형 읽기 기능을 설정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기기의 책 읽기에 주동적, 반성적인 과정을 추가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신경과학, 기술, 특히 다양한 매체와 효과에 관한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과 기술의 인터페이스가 아이에게 능동성과 호기심을 길러주는 것을 핵심으로 해야 한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을 도와줄 또 다른 전략은 손으로 글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손글씨로 자기 생각을 적는 법을 배워 적용하면 사고에 능숙해진다. 디지털 기기의 전략적 설계와 독후의 글쓰기를 병행한다면 스크린 위의 읽기가 단순한 오락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디지털 지혜
줄리 코이로는 아이들에게 디지털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아이들은 외부 자원에 심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정보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되었고 외부 자원은 매우 다양하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도 많다. 피상적으로 보면 과거의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와 세계를 잘 아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깊은 지식을 쌓고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한 적절한 검색어를 택하는 법이라든가, 검색으로 얻은 정보를 평가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균형 잡힌 정보를 찾는 법을 배워야 온갖 편향성은 물론, 자신의 의견과 혹은 소비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들을 알아차리고 근거 없는 거짓 정보를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 안팎에서 온라인 읽기를 하는 동안 자신의 주의력과 읽은 내용을 기억하는 능력을 점검하고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아이가 스크린으로 읽기를 시작하자마자 '반대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읽기는 속도가 아니라 의미가 중요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많은 성인 독자들처럼 훑어보기나 단어 찍기 또는 지그재그식으로 읽는 것을 피하려면 규칙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디지털 도구는 적정한 순간에 교사나 부모의 올바른 지도와 이론적인 지침 하에 사용되어야 비로소 학습을 저해하지 않고 증진해 준다. 이러한 바람직한 온라인 읽기와 인터넷 습관에 필요한 주의 관찰, 실행 기술의 질을 높이는 것은 학습에도 도움을 준다. 아이의 학습 유형이 어떻든 사용하는 매체가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민주사회 함의
읽는 뇌의 변화는 민주 사회에 대한 함의를 담고 있다. 문자의 발명이 인류에게 끼친 가장 중요한 공헌은 비판적, 추론적 사고와 성찰 능력을 통해 민주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것은 집단적 양심의 기초가 되었다. 21세기에 우리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집단적 양심을 보존하려고 한다면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깊이 읽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헤지스는 저서 '환상의 제국'에서 낮은 문해력은 민주사회의 위협요인이라고 경고한다. 문해력은 많은 정보 중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 직장에서 매뉴얼을 읽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소통하며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등과 관계가 있다.
우리가 아이들을 교육하고 모든 시민을 재교육해서 개개인이 매체를 불문하고 비판적이고 현명하게 정보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패한 사회가 될 것이다. 만약 우리 자신이 깊이 읽는 능력의 상실로 자신이 생각하는 것, 돌아보는 반성적 사유를 잃게 되면, 우리를 지배하려는 자들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능력 또한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최악의 참극들은 사회가 자신의 행동을 살펴보지 못한 채 스스로 분석하는 힘을,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두려워할지 지시하는 자들에게 넘겨줄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났는지 증언한다.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대로 일부 사람들의 권력은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읽는 뇌란 두개골과 살로 이루어진 실체인 동시에 인간 지능과 덕성의 지속적인 확장을 뜻하는 은유다. 이제 우리는 미래 세대의 읽는 뇌에서 어떻게 최선의 조합이 이루어질지 모든 지력을 동원해 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 세대의 전환점이다. 우리가 현재의 문화적, 인지적 교차로에서 현명하게 행동한다면 더없이 정교한 뇌 회로가 만들어갈 미래는 희망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