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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작화 행위, 자유 의지, '지금'은 지연된 시간

by 빛의 라 2024. 3. 22.

자신이 한 행동을 해명하기 어려울 때, 자아는 작화 행위를 한다. 이야기를 짓는 다. 우리는 이성과 자유의지를 가지고 모든 행동을 한다고 믿지만, 사실 감정 영역의 변연계가 미리 결정을 해놓았다는 사실을 모른다. 변연계의 작용에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이라고 말하는 것의 의미는 순간이 아니라 얼마간 지연된 시간이다.

아담과 하와

 

자아의 작화 행위

 

자아는 작화행위를 한다. 의식적 자아는 자신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동을 해명할 수 없을 때 견디기 힘들어한다. 우리 무의식의 경험은 다양하고 그 범위가 넓다. 한 번 의식했던 것, 언젠가 다시 기억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의식적으로 인식될 수도 있는 전의식적 인지 내용, 더 나아가 잠재적 인지 내용과 뇌의 여러 영역에서 완전히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과정까지도 포함된다. 또한 태아와 갓난아이, 어린아이의 뇌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과정도 대뇌피질이 성숙하기 이전에는 무의식적으로 존재한다. 캘리포니아 대학 신경생물학자 벤저민 리벳은 실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활동하는 두뇌 영역, 특히 변연계의 무의식적 암묵기억이 우리가 의식적으로 어떤 행위를 체험하려고 할 때 대뇌피질의 활동을 규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우리의 의식은 대뇌피질 하부에 위치한 변연계를 통해 규정된다는 것을 모른다. 의식적 자아가 자신의 자의적 감정들의 출처를 대뇌피질 하부의 변연계까지 추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아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때 자유를 느낀다. 그래서 변연계가 영향을 준다는 말에  거부감을 가지지만 사실 감정 영역인 변연계의 무의식적인 경험이 결정적인 작용을 하여  미리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아는 자신이 한 행동을 해명하기 어려울 때, 작화행위를 한다. 이 허위 설명들은 주로 자존심과 사회적 환경의 기대감에 최상으로 상응한다.

오늘날 뇌 과학자들은 이미 100년 전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직관적으로 얻었던 기본적인 시각을 입증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작화' 대신 '합리화'라고 표현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우리의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 의식적 자아는 자신의 행동과 경험을 결정하는 무의식적 원인을 거의 통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식적 자아는 자가 치유 또한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자유의지

 

성경에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고 쓰여있다. 성서에 따르면 그들은 신에게 복종하거나 신의 계명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한 대가로 낙원에서 추방되었고 그 이후부터 모든 인간에게 원죄가 지워졌다. 성서의 이야기뿐 아니라, 실제로 우리는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다는 자유의지는 무엇일까?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역사학자 요한네스 프리트는 자유의지를 신경학 시각에서 사회의 문화적 기억과 각 사람의 개별적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이식 조직'이라고 말한다. 게르하르트 로트는 '자유'라는 개념을 '행위의 자율성'으로 대체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본다. 인간과 유사한 동물들은 오직 좁은 범위 내에서만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반면, 인간만이 대안을 계획하고 그때그때의 감정적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진다. 다시 말해 인간은 자유를 가지며, 행위의 선택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상상하고 저울질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 변연계가 개입한다. 그 일은 좋았는가? 재미가 있었으며 쾌락을 제공했는가? 혹은 나빴는가? 고통스러웠는가? 인간의 본능은 상당히 단순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행동을 할 때 우리에게 도움을 제공하지 못한다. 변연계의 기억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행동 방식이다. 이성은 두뇌 발달 단계에서 매우 늦게 형성되며,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말하자면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사고력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무의식에 스며들어 있는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 경험들의 총합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 선택의 기준은 '자유의지' 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은 지연된 시간

 

지금은 순간의 개념이 아니라 지연된 시간이다. 매우 짧지만 물리적 시간을 갖는 개념이다.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은 1000분의 1초 속도로 반응하는 반면, 시냅스에서 벌어지는 화학적 과정은 1초가 걸린다. 이러한 속도는 인지와 상상, 사고, 기억 행위가 교대로 나타날 수 있는 속도이기도 하다.

반면 대뇌피질 하부의 변연계 신경망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과정은 더 느리게 진행된다. 그 이유는 변연계 신경망이 제한된 정보처리수용력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변연계 신경망이 대량의 세부정보를 신속히 처리하고 각 정보를 서로 의미 있게 결합시키지 못한다. 대상과 그것의 맥락은 개별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특징을 근거로 인식된다. 이러한 새물학적 원인으로 감정적 학습 및 복습 과정, 기억의 형성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것이다.

우리는 전체적 인상을 얻기 위해,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 대한 전체적 인상을 얻기 위해 감각기관을 사용한다. 우리가 구조 혹은 색상이라고 보는 것, 듣는 것, 냄새 맡는 것, 촉감으로 아는 것들은 다양한 속도로,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뇌의 여러 영역에 도달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경험을 '지금'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뇌는 의식 속에서 우리가 인지하지 모르는 시간 지연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효과는 모든 정보가 모일 때까지, 그리고 우리가 0.02에서 0.5초 정도 지연된다. 결정에 관여하는 뇌의 활동이 이미 무의식적으로 그 결정이 내려진 사실을 인식하게 한 이후에 경험하는 것이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