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엽은 원뇌의 생존본능에서 나아가 사회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해준다. 이성, 판단과 같은 인지기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소셜능력에도 관여한다. 그래서 전두엽 기능 부전이 나타나면 필연적으로 보속증, 의욕감퇴, 외로움이 생기게 된다.
전두엽 기능부전 보속증
전두엽의 기능부전 중 첫 번째는 보속증이다. 보속증(perseveration)이란 지능은 떨어지지 않았는데 뇌의 전환이 잘 되지 않는 현상이다. '위스콘신 카드분류검사(WCST)'를 통해 전두엽의 기능 중 보속증을 검사할 수 있다. 카드에는 빨강, 초록, 노랑, 파랑의 네 가지 색으로 구분된 동그라미, 삼각형, 별, 십자라는 네 가지 기호와 숫자가 인쇄되어 있다. 색깔, 모양, 숫자의 종류를 구분하고자 하는 실험이다. 실험자는 임의대로 색깔 순서, 숫자 순서, 기호 순서를 바꾸면서 피실험자가 그 규칙을 인지할 수 있나를 평가한다. 정상인이라면 여러 번 바뀌는 규칙을 두 번 정도 해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보속증이 있는 사람은 좀처럼 바뀐 규칙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들은 같은 말과 정해진 행동을 반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현상 유지 편향'이 있다. 비단 고령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모르는 것, 경험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불편해한다. 혹시 변화로 손해를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다면 현상유지를 하려고 한다. 상황이 바뀌면 인지도 변해야 하는데, 이때 에너지가 소비되므로 안정 추구는 뇌의 특성이다. 그러나 변화가 없는 상태를 계속 추구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퇴화한다. 변화 없는 현상유지에 전두엽은 작동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두엽은 예상치 못한,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경험과 지식을 통합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거나 창의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전두엽의 기능은 더 활발하고 발전한다.
그래서 보속증 환자는 전두엽의 기능부전으로 인해 상황의 변화를 인지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을 본다. 만약 새로운 화제나 뉴스에 관심이 없어졌거나 업무와 관련된 정보 습득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전두엽이 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의욕감퇴
전두엽의 기능부전 중 두 번째는 의욕감퇴다. 의욕감퇴는 무감각, 무관심(apathy) 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사회학에서 쓰던 개념으로 '사회적 사건에 대한 무관심'을 뜻하는 말인데,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서도 쓰이면서 외부 사건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무기력하고 무관심한 상태도 가리키게 되었다. 물론 무기력증은 우울증의 증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울증은 정신적 침체를 동반하는 한편, 무관심은 마음의 기복이 특별히 없다. 그래서 자해나 폭력등의 문제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다. 우울증 처방약인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효과가 없는 이유다. 지능이 떨어지거나 가치관이 변하는 것도 아니어서 심리 검사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모든 일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날 입을 옷을 고른다거나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노인 중 많은 이들이 먹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을 한다.
1930년 대 포르투갈의 '에가스 모니스'라는 신경학자가 조현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로보토미 수술'은 전두엽을 일부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망상, 환각 등으로 인해 동반된 폭력적 행동이 발현되지 않자, 조현병 치료의 획기적인 방법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전두엽을 제거한 후, 사람들은 로봇처럼 무기력해지고 완전히 식물인간 상태로 간 사람들이 속출하여 인류 최악의 수술이 되어버린 경우를 보면, 전두엽의 기능 중 하나가 의욕을 관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로움
전두엽의 기능부전 중 세 번째는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혼자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자신이 외롭다고 느끼는지의 여부다. 2022년 발표된 보스턴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중년 이후 지속되는 만성적인 외로움은 인지 기능의 저하를 불러일으키고, 특히 기억과 실행에 해당하는 뇌 영역이 축소된다고 한다. 외로움이 뇌를 위축시키고 치매와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결과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외로움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발생 위험의 두 배라고 한다. 외로움은 비만이나 하루 15개비 이상의 흡연보다 더 건강에 나쁠 수 있으며,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영국은 외로움 때문에 발생하는 국가 경제적 손실이 약 4.8조 엔이라고 밝히면서 '외로움 담당 장관 '까지 임명하게 되었다.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면 자기 인식이 왜곡되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면서 소셜스킬도 없어진다. 주위 사람들이 멀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외로워진다. 외로움은 자기 인식을 더욱 왜곡시키고, 그에 따라 공감해 줄 사람이 더욱 줄어들면 소셜 스킬이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된다. 원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것이 본능이다. 그래서 뇌도 그렇게 설계되었다. 언어를 조작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전두엽은 바로 그 '인적 네트워크 구축' 영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그러니 그 기능이 떨어지면 결과적으로 외로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