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엽은 인간의 지적인 모든 활동을 관장한다. 만약 이곳이 손상을 입게 되면 생명을 잃지는 않으나, 타인과의 교류, 의욕고취, 감정 절제 능력을 상실한다. 결국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인간의 뇌는 위축된다.
전두엽
대뇌의 발달은 인간 뇌의 특징인데, 대뇌에서 가장 큰 피질이 바로 전두엽이다. 뇌는 일반 성인 기준으로 체중의 약 2퍼센트, 1.2~1.6kg 정도다. 대뇌, 간뇌, 중뇌, 소뇌, 연수 등의 부위로 나뉘는데 전두엽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머리 앞에 있어서 전두엽이다. '이마엽'이라고도 한다. 이곳은 감각이 처음 도달하는 부위는 아니지만 모든 감각이 이곳으로 모인다. 뇌를 위에서 보면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이 나란히 있고, 좌우에 측두엽이 위치하며, 그 안쪽에 대뇌변연계가 있다. 전두엽은 다시 '전두연합 영역', '브로카 영역', '전운동 영역', '운동 보조 영역', '전두안구 영역', '일차운동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 고도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두연합 영역'은 사고와 판단 같은 정보 처리, 집중력과 의욕, 감정 조절, 창의성, 계획성, 사회성과 같은 인간다움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뇌 과학이 전두엽의 기능을 모두 밝혀낸 것은 아니지만, 전두엽은 이른바 인간의 '지성' 그 자체를 관장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이 부분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가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ADHD, 사이코패스와 자폐성 장애, 지적장애도 이 부분의 선천적 결함으로 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전두엽 손상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치매 역시 전두엽의 기능 이상으로 인한 각종 이상 증세를 보이는 병이다. 한 때 정신질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전두엽 절제수술이 성행하기도 했다. 이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가 없었다.
로보토미 수술
전두엽의 일부를 절제하는 이른바 '로보토미 수술'은 1930년대 포르투갈의 '에가스 모니스'라는 신경학자가 조현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수술법이다. 'lobe(엽)와 '자르다(~otomy)의 합성이다. 두개골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전두엽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이다. 전두엽 일부 외에는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측두엽과 전두엽이 담당하는 언어 능력이나 계산 능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수술 후 환자의 지능은 수술 전과 차이가 없었다. 지능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망각, 환각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난폭해지는 상태를 가라앉혔기에 조현병 치료에 획기적인 방법으로 평가되었다. 로보토미 수술은 2차 세계대전 중과 전후에 걸쳐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미국에서만 4만 명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 등장하는 수술이 바로 이 수술이다. 모니스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49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이 인체 실험에 가까운 로보토미 수술은 '저주받은 수술', '인류 역사상 최악의 수술'로 불리게 되었다. 그 이유는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로봇처럼 무기력해지고, 심지어 완전히 식물인간 상태로 갇힌 사람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두엽의 기능 중 하나인 의욕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베가스 모니스'는 65세 때 자신이 치료했던 환자에게 총격을 당해 하반신 마비로 여생을 보냈다.
로보토미 수술과 비슷한 경우의 사례가 있다. 1848년 미국의 유명한 철도 노동자 '피네아스 게이지'는 철도 공사 감독이었다. 열정적이고 책임감이 강해 직원들에게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철도연장공사 중 화약 폭발 사고로 직경 약 3.8센티미터, 길이가 1미터가 넘는 철봉이 왼쪽 눈을 뚫고 정수리 쪽으로 두개골을 관통하게 되었다. 혼수상태였다가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이 사고 이후 게이지는 변했다. 무례한 태도에 고집을 부리다가 갑자기 우유부단해졌으며 계획을 세웠다가 금방 포기해 버리는 등 기존의 성격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감정 조절 기능을 상실해 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두엽을 다쳐도 생명에 지장은 없으나, 타인과의 교류나 인간적인 삶을 잃어버리게 된다.
40대부터 줄어든다
원래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들수록 크기가 줄어든다. 전두엽 역시 40대부터 줄어든다. 노인의 뇌를 CT, MRI 영상으로 확인한 결과다. 신경세포는 줄어들고 작아지고 위축된다. 20대부터 하루 만 개의 신경세포가 줄어든다고 한다. 뇌의 위축은 노년층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뇌의 외상이나 뇌혈관 질환, 치매 등으로도 발생하지만, 알코올 과다 섭취와 흡연,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특히 전두엽은 40대 초반부터 현저히 줄어든다. 개인차가 있지만 50~60대에 크기가 줄어든 사례는 드물지 않다.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40대 후반부터 늘어나는 뇌내 노화물질의 영향이라고도 본다. 전두엽의 완성시기는 측두엽, 후두엽, 두정엽 등보다 늦은 20대 중반인데, 이렇게 늦게 발달하는 전두엽이 가장 먼저 노화하는 것이다. 전두엽의 사고와 판단, 적용 등의 인지 능력 중 순발력이 필요한 정보 처리 능력이나 기억력은 18세 전후에 최고조에 달한다. 그러나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도 그에 비해 측두엽이나 두정엽의 기능은 의외로 떨어지지 않아 어휘력이나 이해력은 60대~70대에 최고조에 이른다. 우리는 20대 이후 계속해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적용하면서 전두엽의 감소를 실감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하락분을 보충하지 못하면 그때서야 비로소 자신의 노화를 실감하겠지만 사실 뇌의 노화 자체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의 감정은 대뇌변연계라는 전두엽보다 훨씬 안쪽, 뇌의 가장 안쪽에 있는 깊은 영역에서 발생한다. 그 감정에 대해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을 동원하여 행동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전두엽이 한다. 즉 전두엽이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감정조절이 잘 안되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고 걸핏하면 화를 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