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요즘 태아 때부터 조기 영어 교육, 태교 음악, 태교 미술 등 온갖 유별난 태교법이 유행하고 있다. 태어난 후 1년이 지나야 비로소 한 살이 되는 서양과 달리 한국은 어머니 뱃속의 기간을 나이로 친다. 뱃속 태아도 어엿한 인간으로 여겼기 때문에 태교는 예나 지금이나 매우 중요했다. 선조들의 태교법에 대해 알아보자.
전통적 태교방법 아버지 지침
흔히 태교는 어머니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태교의 본격적인 지침서라 할 수 있는 <태교신기>는 아버지의 태교를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태교신기>는 사주당 이 씨가 정조 24년(1800년)에 아기를 가진 여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한문으로 글을 지은 것을 아들 유희가 한글로 풀어써 순조 1년(1801년)에 만든 책이다. 한국의 최초 태교 연구서로 평가받는다. 내용을 보면 '잉태 시 아버지의 청결한 마음가짐은 어머니의 열 달 못지않게 중요하다. 부부는 날마다 서로 공경으로 대하고 예의를 잃거나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몸에 병이 있거나 집안에 근심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 기간은 부부가 잠자리를 금한다. 헛된 욕망이나 요망하고 간악한 기운이 몸에 붙지 않게 하는 것이 자식을 가진 아버지의 도리다. 그러므로 아기가 똑똑하지 못한 것은 아버지 탓이다'
조선의 명의 허준도 <동의보감>에서 '장차 태어날 아이의 성품은 물론, 한 가정의 길흉화복조차 아버지의 마음가짐에 좌우된다'라고 하여 태교는 여자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도 함께 해야 한다고 하였다. 부인이 임신하면 남편은 살생을 금해야 한다. 산이나 들의 나무가지조차 꺾지 않도록 했고, 땔감을 마련할 때도 낫이나 도끼를 대지 않게 했다.
현대의학이 밝혀낸 유전자 지도로 자녀는 부부의 유전자를 50% 물려받는 것이 밝혀졌다. 한국 선조들은 의학 지식이 없음에도 아버지의 50% 유전자가 자식에게 오는 것을 인지했다. 아이에게 물려줄 좋은 유전자를 위해 아버지 역시 노력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금기 사항
조선시대 왕궁에서 태교의 본보기로 '태임'과 '태사'라는 중국 여인을 꼽았다. 유학자들에게 성인으로 추앙받는 고대 중국의 문왕과 무왕의 어머니들이다. 그녀들은 임신한 순간부터 정결한 생각만 하고 부정한 것은 보거나 듣지 않았고 말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임신부가 금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가장 금해야 할 것은 초상집에 가거나, 시체를 보거나, 초상집 음식을 먹지 말아야 했다. 임신부 앞에서는 난산, 사망, 사산이라는 단어나 그런 뜻이 담긴 그 어떠한 말도 해서는 안 된다. 충격을 받아 조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임신을 하면 옆으로 누워 자지 말고, 가장자리에 앉지 말아야 한다. 자리가 똑바르지 않으면 앉지 않아야 한다. 말고삐, 체, 부삽, 도마 따위를 넘지 말 것이며, 시루나 독을 번쩍 들면 안 된다. 화재가 난 곳에 가서 불을 보면 아기가 태어나 경기를 한다거나, 부엌의 빗자루를 깔고 앉으면 쌍둥이를 낳는다고 여겼다. 마지막 달에 아궁이나 굴뚝을 고치면 아기가 언청이로 태어나고, 문구멍을 바르면 난산을 하며, 빨래를 삶으면 피부가 나빠진다고 여기는 등 임신부가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았다.
이렇게 임신부가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먹는 것은 태아에 대한 교육적 측면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임신부의 건강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출산도중 산모가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뱃속 아기가 죽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이런 불행을 예방하기 위해 임신부에게는 금기사항이 유독 많았다.
음식
임신부는 모양이 바르지 않은 것, 썩어 떨어진 것, 냄새나는 것, 제철이 아닌 과일이나 채소 등을 먹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했다. 특히 오리고기를 먹으면 아기의 손발이 오리발처럼 되고, 닭고기를 먹으면 닭살이 되며 닭처럼 모이를 헤쳐 재산을 모으지 못한다고 여겼다. 토끼고기를 먹으면 눈이 토끼눈처럼 붉고 언청이가 되며, 상어 고기를 먹으면 피부가 거칠어진다고 여겨 절대로 먹지 않았다. 또 돼지고기는 부스럼을 일으키고, 게를 먹으면 기어 다니고 잘 문다고 생각했다. 오징어나 문어처럼 뼈 없는 생선을 먹으면 아기의 뼈가 물렁해진다고 했다. 참새고기와 그 알을 먹으면 아이가 자라서 음식과 여색을 탐한다고 믿었으니 동물의 형상이 아이에게 일정하게 반영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했다.
반대로 임신부가 적극 먹어야 할 음식도 적지 않다. 잉어를 먹으면 아기가 단정한 모습으로 태어나고 황소, 콩이나 팥, 보리밥은 아이를 건강하고 슬기롭게 만들며, 지금도 대표적인 임신부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가물치는 아이를 총명하게 한다고 여겼다.
이와 같은 음식에 대한 금기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함부로 음식을 먹지 않음으로써 임신부와 태중의 아이를 보호하려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은 틀림없다. 나아가 임신부가 음식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얻음으로써 뱃속의 아이에게 좋은 성품을 갖게 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이다.
결론
한국은 나이를 셀 때, 어머니 뱃속 기간을 1년으로 친다. 태아도 한 인간으로 보았기 때문에 한국은 예나 지금이나 태교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한국은 과거부터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태교를 위해 스스로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임신과 출산에 많은 위험이 따랐다. 뱃속 아기가 죽을 수도 있었다. 따라서 임신부는 임신 기간 금기사항이 많았다. 바르고 곧은 것만 보고 듣고 말해야 한다는 생활태도와 정결한 음식만 먹음으로써 태아와 임신부를 보호하고자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