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장기기억이 바로 지속하는 뇌 영역이다. 기억, 습관은 모두 장기기억 영역이다. 습관은 의지가 아닌 상황에 따라 형성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사람들의 비밀이란 그들은 바람직한 상황을 만들어, 좋은 습관을 가졌다는 것이다.
지속하게 하는 뇌 영역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뇌는 무언가를 '지속하는 영역'과 '결정하는 영역'으로 나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의 신경활동에 따라 변화하는 혈류량을 자기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찰하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통해 거울을 들여다보듯 뇌의 거의 모든 기능을 시각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할 때 뇌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뇌과학자들은 '시작하는 뇌'와 '지속하게 하는 뇌'가 분리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처음 어떤 과제를 시작하거나 배울 때 우리 뇌는 실행제어 기능(의식적 자아)과 관련된 뇌 영역인 전두엽과 해마 영역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이와는 반대로 그 과제나 문제를 반복하게 되면 다른 뇌 영역(기저핵 안의 조가비핵)의 활동량이 증가함을 확인했다. 즉 인간의 신경 시스템이 무언가를 '결정하는 영역'과 '지속, 반복하는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인지 능력 실험'으로 실험자들로 하여금 컴퓨터 화면에 특정 신호나 문자, 숫자에 '네''아니오"버튼을 누르게 하였다. 초반에는 선택버튼을 누르기에 앞서 신중하게 판단했다. 하지만 같은 패턴의 퀴즈가 반복되자 숙고 과정은 점점 빨라지고 단순해졌다.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의 인지능력을 동원하지 않았다. 실험을 마친 연구진들은 참가자들이 계속된 자극으로 축적된 '장기 기억(지속하게 하는 뇌)'에 따라 행동했다고 밝혔다.
습관은 '상황'
습관은 상황에 따라 발현된다. 서던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 웬디 우드는 듀크 학생들을 대상으로 첫 번째 실험을 했다. 조깅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달리기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기억으로 구성하는지가 목표였다. 일반적으로 뇌는 연관된 단어들을 묶음으로 기억한다. '커피와 컵'에 대한 인지 속도는 '커피와 화분'보다 빠르다.
실험군은 조깅습관이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로 연관 단어를 얼마나 빠른 시간에 인식하는냐에 대한 실험이었다. 조깅하는 학생들은 '달리기''조깅'이라는 단어와 '운동장''숲'등 자신이 조깅하는 장소를 빠르게 연관 지웠다. 그러나 조깅하지 않는 학생들은 달리는 장소와 행동 사이에 큰 연관성이 없었다. 장소와 행동 간 정신적 상호작용이 약했다.
두 번째 실험은 '달리기''조깅'과 '체중감량''건강' 단어와의 인식 시간이다. 그런데 조깅하지 않는 학생들이 연관단어를 더 빠르게 인식했다. 마치 그들은 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달리는 동기가 필요한 것처럼 목표와 보상에 집착했다. 뇌과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습관의 지배력이 강해질수록 인간은 행동의 목표와 보상에 점점 둔감해진다"라고 했는데, 이 실험은 그의 말이 옳음을 보여준다. 습관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는 '보상'이 아니라 '상황'이다. 조깅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어느 장소로 가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도 공원이나 숲, 호수의 산책로가 보이면 조깅을 한다. 비근한 예로 금연을 선언하고 꽤 오랜 시간 서약을 지킨 사람이라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주변인들이 담배를 피우면 따라서 피울 확률이 높은 것과 마찬가지다. 상황이 습관을 촉발한다.
위대한 사람들의 비밀
우리가 아는 위대한 사람들의 비밀은 어렵거나 특별한 게 아니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와 페이스북 창시자였던 마크 저커버그는 일상의 반복 행위를 습관에 맡긴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는 대통령으로 일하던 시절 푸른색이나 회색 양복을, 저커버그는 보통 회색 티셔츠를 입었다. 그들은 될 수 있는 한 결정하는 일의 가짓수를 줄이려고 했다. 그들에게 과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들은 습관의 힘으로 그 일을 해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미식축구팀 감독 클레이 헬튼은 "핵심은 혼란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혼란은 망설임을 낳고, 망설임은 일을 망치니까요. 선수들의 부상은 의심 때문입니다. 선수들로 하여금 경험을 통해 무엇을 할지 정확히 알도록 합니다" 뇌과학자들이 '습관 기억'이라 명명한 이 기억은 쉽게 가동된다. 매일 똑같은 결정을 내릴 때, 습관 기억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 줌으로써 우리의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 준다. 60분간 잔디밭에서 신체의 모든 능력을 쏟아내는 극한 운동인 미식축구에서 판단하고 사고할 시간은 매우 짧다. 그래서 감독은 바로 그 '습관 기억'을 사용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베테랑 소방수들은 과거의 화재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했던 양상과 신호를 새로운 화재 현장에 적용한다. 그들의 습관 기억 속에는 건물 구조, 연기의 색과 양, 유독성 유무, 불의 변화 정도, 바람의 세기와 방향 등 화재와 관련한 변수들이 저장되어 있다. 이 기억으로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반복적인 훈련을 거듭한 끝에 베테랑 소방수들이나 미식축구 선수들은 극박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습관의 메커니즘이 현실에서 발휘하는 힘은 매우 확실하다. 습관은 우리로 하여금 목표에 집착하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