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도피 호르몬인 노르아드레날린의 기능은 우리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대처하도록 돕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일상 속 각자의 영역에서 이 호르몬을 유도함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적용법에 관해 알아본다.
투쟁과 도피의 호르몬
우리 뇌 속에는 50여 가지의 물질이 있다. 그중 투쟁과 도피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노르아드레날린이 있다. 이것은 아미노산을 원료로 생성되는 '카테콜아민'의 일종으로 부신수질에서 혈액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부신은 신장 위에 있는 호르몬 분비기관으로 부신수질은 부신의 일부다. 또 노르아드레날린은 시냅스 틈 사이에 있는 '노르아드레날린 작동성 뉴런'에서 방출되는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하다. 뇌간에 있는 신경핵 중 하나인 청반핵에서 시상하부, 대뇌변연계, 대뇌피질 들에 투사하여 주의집중, 각성, 판단, 워킹메모리, 진통 등의 뇌의 작용에 관여한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아드레날린과 함께 투쟁과 도피 반응을 하도록 한다. 심박수를 직접 증가시키는 등 교감신경계를 움직여 지방을 에너지로 변환시키고, 근육의 순발력을 높인다. 우리의 원시 조상이 산에서 갑자기 포악한 호랑이를 맞닥뜨렸다고 생각해 보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큰 소리로 포효하는 호랑이의 존재에 그의 측두엽내측 안쪽에 있는 편도체가 이 외부자극을 '쾌'인지 '불쾌'인지 판정한다. 이 상황은 공포, 즉 불쾌한 경험이므로 편도체는 '위험'하다는 상황판단을 내려 신속하게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그 순간 취해야 하는 행동은 두 가지밖에 없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그래서 노르아드레날린을 투쟁과 도피의 호르몬이라 부르는 것이다.
노르아드레날린의 기능
투쟁과 도피의 호르몬 노르아드레날린의 첫번째 기능은 교감신경이 흥분하여 각성도와 집중력을 올린다. 이 물질이 분비되면 심박수가 올라가고 뇌와 골격근에 혈액이 퍼진다. 싸우든 도망치든 순발력이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뇌와 몸을 준비상태로 만든다. 평상시에 멍하니 있던 뇌가 정신을 번쩍 차리면서 싸울지 도망갈지를 순간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뇌의 능력도 크게 올라간다.
두 번째 기능은 말초신경을 수축하여 혈압이 상승하면서 아픔을 잘 느끼지 못하게 하는 작용도 있다. 일종의 진통작용이다. 호랑이와 싸우다 팔다리를 긁히면 아픔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 통증에 주의를 기울여 상처에만 괴로워하다가는 바로 호랑이에게 물려 죽을 수도 있다. 위기상황에서는 다소 상처를 입어도 거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분비되는 노르아드레날린이 진통 효과를 발휘해 생존을 위한 싸움을 지속하거나 도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 속 영웅들이 전장에서 활과 창을 맞고 피를 흘리면서도 적과의 싸움을 계속하는 장면을 본다. 이것은 단지 영웅을 미화한 영화 속 장치가 아니라 뇌과학 원리상 맞는다. 실제로 목숨이 걸린 긴박한 상황에서는 아드레날린, 베타엔도르핀 등 기타 진통 효과가 있는 뇌 내 물질이 함께 분비된다. 다만 노르아드레날린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노르아드레날린의 대부분은 빠른 속도로 원래의 신경말단에 재섭취되어 작용이 소실된다.
일상생활에서의 적용법
노르아드레날린의 효과를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하면 효율적일까? 마감일이나 시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업무방식의 효율성을 높이는 다양한 책에서도 마감을 설정하면 업무효율이 크게 향상된다고 말한다. 옛 속담에도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 '배수의 진'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계상황에 몰린 인간은 자기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벼락치기 공부나 방학 마지막 날에 몰아쳐서 방학 숙제를 했던 경험들이 있었을 것이다. 모두 노르아드레날린의 도움이었다. 마감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호랑이와 조우한 상황만큼의 긴박할 수도 있고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긴장감에 지배당한다. 이때 주의력과 집중력이 높아져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일이 돌아간다. 단기간에 해치운 일이라 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질 높은 결과를 창출한다. 어떤 일을 할 때 기간이나 시간을 정하기만 해도 효율이 높아진다. 마감이 없는 일이라면 스스로 마감을 설정하도록 한다. 긴장과 압박을 의도적으로 주어 주의력과 집중력을 이끄는 노르아드레날린의 힘을 빌어 우리는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노르아드레날린 의욕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개월이다. 그 이상 계속하면 피로가 누적되어 오히려 효율이 낮아진다. 노르아드레날린 동기부여가 오히려 무기력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