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음력으로 새해 첫 날인 '설날'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그날을 즐긴다. 이른 아침에 조상께 인사하는 '차례'를 지내고 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떡국을 먹고 가족친지와 함께 '윷놀이'를 한다. 흥겹고 즐거운 전통놀이의 하나인 '윷놀이'와 윷말이 이동하는 '윷판'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자.
자연계에서 확인되는 윷판
우리나라 남한의 산정상부나 바위면 등 자연계에서 윷판모양인 십자와 원형으로 이루어진 도형을 확인할 수 있다. 대략 40여 개 지역 130여 점 이상이다. 익산 미륵산 능선, 안동 수곡리와 대곡리, 영양 상청리 검산, 단양 상리, 남원 풍동계곡, 고령 월산리와 지산리, 구룡포 공개산 등 여러 마을의 뒷산 혹은 바위에서 윷판이 조사되었다.
이러한 자연암반 외에 익산 미륵사의 회랑지 주초석, 경주 반월성 석빙고 앞 주초석, 신라 황룡사의 주초석에도 윷판이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고구려( 1세기 초~ 668년) 국내성의 주산인 우산하 제3319호 벽화묘(357년)의 오른쪽에도 윷판 그림이 발견된다. 고구려의 시조신이자 부여신으로 알려져 있는 유화부인의 신상을 그린 인상암각화가 동일한 바위면에 새겨져 있다. 선각 처리 후 대조한 결과 29점의 윷판을 먼저 그린 위에다 여신상을 그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고구려 당시에 윷판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636년에 편찬된 중국 고대문헌 <수서> '백제전'에 '백제( BC 18~660년)에 윷놀이가 있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고구려와 백제 시대에 이미 윷놀이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모양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윷판의 의미
하늘의 수많은 별자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북두칠성이다. 북두칠성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따라 일 년에 한 번, 하루에 한 번씩 회전하는 대자연의 천체시계 역할을 한다. 시계가 발명되기 전 고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문화권에서 북두칠성 자루의 방향을 보고 계절과 시간을 추산하였다.
큰 원 안에 십자로 이루어진 윷판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북두칠성의 주천운동을 관찰하다가 만들어졌다. 사계절 사방위로 정지 영상으로 포착한 뒤, 북두칠성의 자루를 꺾어 넣고서 연결선을 지우면 놀랍게도 십자와 원형으로 구성된 29점의 윷판모형으로 구상화된다. 현재까지 한국의 전통놀이로 전승되는 윷놀이판은 한국 고대인이 창안한 천체운행 모식도로 볼 수 있다. 지금도 윷놀이에 쓰이는 윷말의 진행방향을 반시계로 운행시키는 것은 천체의 회전 방향과 일치시키기 위함이다. 지금은 윷판을 사각형으로 그리지만 원래의 형태는 원이다. 윷판의 형태가 둥근 것은 하늘을 둥글게 보았던 고대인의 천문관을 따른 것이다. 종착점으로 들어오는 짧고 긴 네 종류의 윷 길은 각기 동지와 하지 춘분과 추분날 태양의 주요 움직임을 상징한 것이다. 중심부 북극성 한 점을 중심으로 연결된 28점(spot)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운행하는 28수 별자리와 상응한다.
즉 윷판도형은 천체의 운행을 보고 창안하였던 것이다. 윷놀이는 별들의 움직임이라는 하늘의 유희를 우리 삶 속에서 즐기도록 한 선조의 고귀한 유산이다.
윷말의 의미
윷놀이의 윷말이 앞으로 진행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주는 단어 '도(한 칸)''개(두 칸)'걸(세 칸)''윷(네 칸), '모(다섯 칸)'는 고대 국가 부여( B.C 3년~ A.D 3년)의 지방 관할 구획인 '사출도'와 고구려의 다섯 영주가 다스리는 '오가 제도'에서 유래되었다. '도'는 돼지, '개'는 개, '윷'은 소, '모'는 말을 뜻한다. 부여의 지방 관활 구획 명칭에 해당한다. 부여가 관명을 가축의 이름으로 정했다는 사실을 중국 고대 문헌 <삼국지>(280~289년 편찬) '동이 부여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구려 역시 중앙의 '계루부'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네 곳으로 나누어 통치하는 '오가 제도'를 시행했다. 고구려의 관명은 순노부, 소노부, 관노부, 절노부로 불러 부여의 가축 이름과 같지는 않다. 하지만 부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고구려 역시 통치영역을 나누는 방식은 같았다.
우리는 보통 '걸'을 가축이름에서 찾아 양이나 염소일 것으로 본다. 그러나 '걸'은 가축명이 아니라 고구려의 중심 '계루부'가 왕권을 주도하면서 자신의 부족을 크다고 강조한 말이다. '계루'의 음가가 '걸'로 변해왔거나 크다는 뜻의 한자의 발음과 같다. '걸'에 해당하는 가축 이름이 없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나머지가 모두 가축명이므로, '걸'역시 가축 중에서 유사한 음가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갈(큰 양을 의미하는 한자의 음)'이나 '결(숫양의 한자음)'에서 왔다고 본다.
새해 첫 날인 '설날'에 한국 민족이 즐기는 민속놀이 '윷놀이'에는 함유된 개념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나라의 통치 구역의 명칭을 쓴 것에 더하여 하늘의 움직임을 땅 위의 놀이로 승격시킨 선대의 지혜와 유머가 들어있다. 기원전 4세기의 부여국으로부터 유래한 유서 깊은 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