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혼례 예식은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중요한 의례로, 단순히 두 사람의 결합을 넘어 두 가문의 결합을 의미한다. 이 예식은 유교의 예법에 따라 형성되었으며, 결혼식의 각 절차와 요소에는 깊은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전통 혼례 예식에서 착용하는 옷, 혼례에서 제공되는 음식, 그리고 의례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전통 혼례 예식의 옷
혼례는 중국 고대 유교경전의 하나인 <예기>에 두 성이 즐겨 합하여 종묘를 모시고 후세를 잇고자 함이니 군자는 이를 중히 하라고 하였다.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조에는 중국 남송의 유학자 주희(1130~1200)의 <가례>를 근간으로 각종 의례에 대한 규범을 정하였다. 엄격한 계급사회였던 만큼 궁중의 의례복과 민간의 의례복에는 차등이 있었다. 여기에서는 민간의 예식에서 착용했던 대표적 의복에 관해 알아보고자 한다.
전통 혼례에서 신랑과 신부는 각각 특유의 의상을 착용한다. 신랑은 '사모관대(紗帽冠帶)'라는 의관을 착용한다. 사모는 검은 비단으로 만든 모자이고, 관대는 긴 도포를 입고 허리에 띠를 두른 것을 의미한다. 이 복장은 조선 시대의 고위 관리들이 입던 옷으로, 결혼식에서는 신랑의 격식을 높이기 위해 착용한다. 신랑은 이 복장을 통해 결혼이라는 중요한 의례에 임하는 신성한 마음을 나타내며, 가문의 명예를 대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신부는 '활옷'이나 '당의'를 입는다. 활옷은 왕비가 입는 대례복을 본뜬 것으로, 붉은색과 파란색이 주를 이루며 화려한 자수로 장식되어 있다. 민간용의 활옷은 궁중용과 달리 소매의 색동이 여러 층을 이루지만 전체적으로 작고 금박을 할 수 없었다. 신부가 이 옷을 입는 것은 결혼을 통해 한 가정의 안주인이 되는 신성한 역할을 부여받는 것을 상징한다. 머리에는 족두리(작은 왕관 모양의 장식)와 노리개, 비녀 등 다양한 장신구를 착용한다.
전통 혼례 예식의 음식
전통 혼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혼례식에 준비되는 혼례 음식이다. 신랑이 도착하기 전에 신부집에서는 대례를 치를 준비를 해 놓고 신랑을 기다린다. 차일을 치고 병풍과 휘장을 둘러 식장을 마련한다. 음식을 놓는 상을 대례상, 친영상, 교배상이라 부른다.
교배상 위에는 촛대 2개, 청실로 감싼 용떡, 홍실로 감싼 암탉, 소나무화병, 대나무화병, 밤, 쌀, 대추를 진설한다. 진설된 음식 중 용떡은 흰떡을 용 모양으로 틀어 올려서 대추와 밤으로 눈과 입을 만드는데, 이는 출세를 상징한다. 쌀을 부를, 대추는 장수를, 밤은 복을 , 닭은 자손을, 소나무와 대나무는 절개를, 청홍실은 부부간의 금슬을 상징한다. 이 음식들은 결혼식을 축하하는 동시에 두 가문의 번영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혼례 음식은 폐백 음식이다. 폐백은 결혼식 후 신부가 신랑의 부모에게 정중히 인사드리는 예식으로, 이때 폐백상에 올려지는 음식들은 주로 대추, 밤, 포(말린 고기), 떡 등이 있다. 대추와 밤은 자손의 번창인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로 올려진다. 포는 결혼 이후 부부의 결속과 장수를 의미한다.
또한 혼례에서 신랑신부를 위한 잔치 음식도 중요한데, 혼례 잔치에서는 다양한 전통 음식들이 차려진다. 대표적인 잔치 음식으로는 떡, 한과, 전, 육류 요리 등이 있으며, 이 음식들은 결혼식을 축하하고, 참석자들과 행복을 나누는 의미를 갖는다.
혼인 예식의 의례 과정과 의미
혼례는 크게 의혼, 대례, 후례의 세 가지 절차로 진행된다. 의혼은 양가가 중매인을 통해 서로의 의사를 조절할 때부터 대례를 거행하기 이전까지를 말한다. 대례는 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행하는 모든 의례를 말하는데 전안례, 교배례, 합근례를 포함한다. 후례는 대례가 끝난 뒤 신부가 신랑집으로 오는 의식과 신랑집에 와서 행하는 의례를 말한다.
한국의 전통 혼례 예식은 다양한 과정으로 구성되며, 각 과정은 결혼의 신성함과 두 가문의 결속을 상징한다. 주요 의례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사주단자 교환
결혼식 전,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사주단자를 보낸다. 사주단자는 신랑이 태어난 날짜인 연월일시를 적은 문서다. 신랑과 신부와의 궁합을 보기 위해 보낸다. 사주단자의 교환은 두 집안의 결합이 하늘의 뜻에 맞는지 점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 함 보내기
결혼식 전날, 신랑 측에서 신부 집으로 혼서지와 예물 등을 담은 함을 보낸다. 함을 보낼 때는 함진아비가 함을 등에 지고 운반하며, 신부 집에 도착한 뒤 이것을 열어 혼례 준비가 잘 되었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은 신랑과 신부의 결합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준비되었음을 나타낸다.
3. 전안례
결혼식 당일, 신랑이 대례를 치르러 가면서 나무로 만든 기러기를 가지고 가서 교배상 위에 놓고 절을 하는 절차다. 기러기는 부부의 금슬을 상징한다. 이 과정은 신랑이 신부의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결혼 승낙을 확인하는 의미를 지닌다.
4. 교배례
신랑과 신부가 마주 보고 절을 하는 예식이다. 이 의식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나타내며, 부부로서의 결합을 상징한다. 전통 혼례에서 교배례는 결혼식의 핵심적인 순간으로, 두 사람이 결혼을 통해 부부가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5. 관대벗음
교배례가 끝나면 신랑과 신부는 안내자의 인도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 맞절을 하고 잠시 서로 마주 본다. 곧이어 신랑은 다시 안내자를 따라 다른 방으로 가서 예복을 벗고 신부집에서 만든 옷으로 갈아입는데, 이것을 관대벗음이라고 한다. 관대벗음을 한 신랑은 어른이 계신 방으로 가서 큰절을 함으로써 대례가 끝났다는 것을 고한다. 이를 마치면 신부가 기다리는 신방에 들어간다.
6. 합근례
관대벗음을 한 신랑은 신방에 들어가 표주박 술을 주고받는 합근례를 한다. 이른바 첫날밤의 의례다. 합근례는 혼례가 두 남녀의 결합은 물론 전통사회에서 두 집안의 결합을 의미한다.
7. 폐백례
신부가 신랑집에 들어가 살기 위한 절차다. 신부는 꽃가마를 타고 시가에 가서 처음으로 시부모를 뵙고 인사를 드린다. 신부는 집에서 장만해 온 술, 닭, 밤, 대추 등을 차려놓고 시부모, 시가의 친척들에게 큰절을 하고 술을 올린다. 며느리에게 큰 절을 받은 시부모는 덕담과 함께 신부 치마폭에 대추와 밤을 던져준다. 대추와 밤은 다산을 상징한다. 폐백례는 신부가 신랑 집안의 일원이 되는 중요한 순간을 의미한다.
8. 묘현
시부모와 친척들에게 인사를 마치면 마지막으로 신랑집의 조상을 모신 사당에 참배를 드리는 묘현을 한다.
9. 근친
근친은 신랑집으로 간 뒤,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부부가 신부네 집으로 인사를 드리러 가는 절차다. 1주일 만에 가지만 옛날에는 신부가 시가에서 첫 농사를 짓고 직접 수확한 것으로 술과 떡을 만들어 근친을 갔다. 근친까지 지나면 혼례가 마무리된다. 신부는 이제 본격적으로 신랑집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결론
한국의 전통 혼례 예식은 두 사람의 결합뿐만 아니라 두 가문의 결속을 상징하는 중요한 의례이다. 신랑과 신부가 착용하는 의상은 결혼의 신성함과 가문의 명예를 나타내며, 혼례 음식은 자손의 번창과 가문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전통 혼례의 엄격하고 수많은 의식은 가정과 가문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전통 혼례의 일부 요소인 폐백은 현대 결혼식에도 반영되어 한국인의 결혼 문화 속에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록 현대의 결혼 예식은 간소화되었고 두 가문의 결속이라는 개념보다 개인의 결속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의 결속은 애정을 바탕으로 하되 책임감도 가져야 하는 신성하고 소중한 의식임에는 틀림없다